2010년 9월 24일 금요일

붉은 오른손(The Red Right Hand) - 조엘 타운슬리 로저스

1945년
2010년 우리말 (해문)

 책 첫 페이지를 열면, 에드워드 D. 호크의 '만일 당신이 지금 조엘 타운슬리 로저스의 <붉은 오른손>을 처음 접하는 것이라면 당신이 겪을 경험에 질투는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는 서문으로 시작합니다. 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이런 서문이 달린 것일까요? 물론 호크가 말하는 질투는 그야말로 '놀라운' 경험을 할 것이란 기대감이 담겨있는 발언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소설 속으로 들어가보죠. 시작하자마자 미스터리 가득한 내용이 독자를 반기네요. 이미 살인이나 사건은 다 지나간 다음이고 주인공 '나'가 사실을 규합해 '추리'하는 과정이 대뜸 나오기 때문이죠. 게다가 다들 목격했다는 자동차와 범인을 주인공인 나는 '결단코' 목격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등장해서 독자의 흥미를 끄네요. 소설 속 주인공 나=헨리 니들은 이런 저런 수수께끼를 뒤로 하고 단 하나 '살인번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에 메달리게 됩니다. 그러면서 이제 시간축은 과거로 역행합니다. 이 역행도 시간 순서대로 차근차근 서술하기 보다는 때로는 순서대로 때로는 반대로 때로는 서로 번갈아가는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처음에는 좀 어긋나는 기분도 들긴 합니다만 금세 적응되서 쉽게 소설 속에 몰입할 수가 있을 겁니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주인공 니들이 겪게된 불가사의한 사건을 독자도 같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는데, 그런다고 수수께끼가 다 풀렸다!! 라고 하면 경사로세~~ 경사로세~~로 끝나겠지만, 그렇게 쉽게 꼬리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순식간에 읽힐 정도로 몰입감이 대단한 소설입니다. 추리소설이라고는 하지만 분위기는 서스펜스 영화에다가 호러를 입힌 느낌이다보니 분위기 역시 일품입니다. 우연의 우연을 거듭하는 듯한 사건이 결국 '필연=논리'로 마무리되는 것은 역시 추리소설이라면 이 정도는 되야지! 라는 감탄이 터져나옵니다. 분량이 비교적짧은 편인데 양은 딱 좋습니다. 더 짧았으면 먹다만 부족함 때문에 시큰둥했을 것이고, 더 길었다면 배부른 게으름 때문에 시들했을 지도 모릅니다.
 1945년이란 시간을 무색하게 만들정도로 세련된 구성이 일품인 작품입니다. 2010년 현재에도 충분히 통할 녀석이니 아직 읽어보지 못한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여담) 솔직히 <붉은 오른손> 우리말 버전의 표지를 보면 독자 대부분은 '뭐 이딴 게 다 있어!' 라고 생각할 겁니다. 작가나 작품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순수하게 표지 보고 '반해서' 샀다는 독자 있다면 그 분은 그야말로 우리나라  미스터리 출판계의 희망(?)입니다. (.......)

평점 7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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