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영화
그러고보니 김대승 감독, 차승원 주연의 <혈의 누>가 개봉한지 5년이나 지났네요. 당시 조선시대 후기 외딴 섬에서 일어난 연쇄살인사건이라고 해서 상당히 충격적이었던 미스터리 영화였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2시간 남짓하는 영화 속에 미스터리 소재는 거의 다 집어넣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일단 제지업을 생업으로 한 외딴 섬은 그야말로 '클로즈드 서클'이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은 '동요살인'입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같은 거 떠올리면 좋겠네요.) 과거에 그와 똑같이 살해당한 일가족이있는데, 알고보니 이 일가족이 억울한 죽음을 당한 듯 하죠. 억울한 죽음과 복수가 동요살인이 됩니다. 첫 살인사건은 의외로빨리 범인이 잡힙니다. 그런데, 살인만 했지 시체에 딴 짓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이면에 숨은 진범이 떠오르게 됩니다. 탐정역은 뭍에서 온 수사관(차승원)입니다. 일단 WHY?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동서고금 흔한 복수는 나의 것이 동기니까요. HOW?도 그냥 넘어가도 됩니다. 육장, 도모지 등등이 나오긴 하는데, 방법 보다는 그걸 영상으로 보는 '美(?)'가 더 강조되기 때문입니다. 남는 건 자연스레 WHO? 범인의 정체인데, 영화도 거기에 초점을 두고 있더군요. 소재도 그렇고 풀어나가는 수법까지 정통 미스터리 다운 영화입니다.
다만, <혈의 누>의 단점은 범인의 정체가 중반 정도면 너무 쉽게 밝혀질 수가 있다는 점입니다. 대사 하나가 나오는데, 이 대사 하나만으로 범인임을 알 수 있게 만들어버렸습니다. 복선이라면 복선인데 너무 알기 쉬운 단서라 많이 허탈해지더군요. 그렇다고 해서 전체적인 재미를 크게 해치지는 않습니다. WHO 쪽에서 아쉬운 점은 분명하지만 그 밖에 것들은 분명 재밌으니까요.
여담) 사실 영화보다는 소설로 나왔더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지금도 간혹 듭니다. 주인공 설정을 살짝 바꿨더라면 시리즈 물로 만들 수도 있었을 듯 싶고요. 각색해서 드라마로 만들었어도 괜찮았을 것도 같고요. 아무튼 기억에 남는 작품입니다.
평점 6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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