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고분샤 문고
2001년 고단샤 문고
2010년 우리말 (한스미디어)
우타노 쇼고의 데뷔작 <긴 집의 살인>이 1988년이었으니 <시체를 사는 남자>는 약 7년 후에 발표된 작품이네요.그 후 15년이 흘러 우리말로 나왔으니 작가 우타노 쇼고는 물론 우리나라 독자까지 정식 소개될 줄은 아마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 아무튼 책은 300페이지 정도로 컴팩트한 분량입니다. 하지만 내용은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기에 좀 곤란합니다.
에도가와 란포와 하기와라 사쿠타로가 탐정 콤비로 등장해서 기괴한 사건을 해결한다는 <백골귀>라는 장편 소설이 <시체를 사는 남자>안에 고스란히 들어있거든요. 물론 '작중작'입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수법이나, 등장인물들의 버릇이나 트릭과 소제목까지 공들여 짜놓은 것임에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란포 팬을 제대로 노리고 만든 녀석입니다. 쌍둥이, 여장남자, 남창, 동요살인 등 란포 내음이 물씬 풍기는 소재가 제대로 등장합니다. 그래서 그 부분이 독자들의 흥미를 이끄는데 주요하지 않았나 싶네요. 반대로 에도가와 란포의 팬이 아니거나, 란포가 누군가요? 고개를 갸웃하는 독자에게 <시체를 사는 남자>를 권한다면 구타 안 당하면 다행일 겁니다.
일단 <백골귀>라는 안쪽 이야기가 있고 바깥쪽 이야기는 호소미 다쓰토키라는 원로 추리소설 작가의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인연이 있던 편집자가 담당중인 잡지에 <백골귀>라는 소설이 연재되는 걸 보고 호소미는 강렬한 흥미를 갖게 됩니다. 정말 란포의 미발표작인가! 하지만 실제로는 무명의 신인작가 니시카와 가즈야의 존재를 알게 되고 편집자 주선으로 만남까지 갖게 되죠. 하지만 호소미는 가즈야에게 뜻밖의 제안을 하게 됩니다.
기본 골자는 안팎이 서로 연결되는 내용의 미스터리입니다. 그렇다고 오리하라 이치 스타일 같은 녀석은 결코 아니고, 좀 더 본격 다운 내용이니 - 좋은 의미로 말하자면 '고풍스럽다'이고 안 좋은 의미로 말하자면 '낡아빠졌다'겠습니다만 - 그 점에 있어서는 안심해도 좋을 겁니다. 독자에 따라서는 작중작 <백골귀>의 뼈대가 되는 트릭이 너무 쉬울 겁니다. 저렇게 뻔한 트릭을 놓고 엉뚱한 곳만 찔러대는 탐정 콤비를 보면서 열불 터지는 독자들도 있었을 겁니다. 그런 부분만 빼놓고 본다면 옛 향수를 자극하는 -일본애들 기준이겠지만 - 소설로 그럭저럭 재밌게 읽을 수 있는 미스터리가 아닐까 싶네요. 다만 여기는 대한민국이네요^^
평점 5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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