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6일 수요일

블루 노웨어 - 제프리 디버


2001THE BLUE NOWHERE
2010년 우리말(랜덤하우스)
 
<블루 노웨어>는 해킹을 소재로 해서 한 권으로 완결나는 스릴러입니다. 제프리 디버의 초기 걸작 <소녀의 무덤>이나, 최근작에 속하는 <남겨진 자들> 같이 디버는 그렇게 스탠드얼론 작품을 발표하고 <블루 노웨어> 역시 그런 부류에 속하는 녀석 중 하나입니다. 동시에 단권 완결되는 녀석들은 기본은 먹고 들어간다는 공통점이 있죠. 물론 이번에 소개하는 녀석도 마찬가지입니다. 디버 소설은 일단 10 점 만점 중에 5점을 보통으로 한다면 최소 6점은 먹고 들어간다고 봐야하니까요. 제가 디버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솔직히 제프리 디버 만한 스릴러 작가 찾기도 힘들지 않나요?
 
크랙에서 끝나지 않고 현실에서 살인까지 저지르는 페이트’. 게임처럼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 범인을 잡기위해 경찰(캘리포니아주 컴퓨터범죄수사반)이 선택한 것은 교도소에 수감중인 실력좋은 해커 와이어트 질레트였습니다. 반장인 앨리 앤더슨의 이야기를 듣고 질레트는 경찰에 협조하는 조건으로 한시적으로 풀려납니다. 하지만 앤더슨 마저 범인의 손에 비명횡사하고 새로운 반장으로 프랭크 비숍이 됩니다. 아날로그의 대표적인 경찰 비숍과 디지털을 대변하는 해커 와이어트 질레트는 결국 한 조가 되어 냉혹무비한 범인을 잡는 데 협조하기로 하죠. 하지만 범인 페이트에게는 이라는 협조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잡힐 듯 말 듯 범인과 하는 숨바꼭질은 물론이고 숀의 정체까지 역시 양질의 미스터리입니다.
 
이번에는 소재가 소재이다보니 여러 컴퓨터 관련 용어가 쓰였습니다만, 사실 그렇게 어려운 용어는 없을 겁니다. 아마 컴퓨터에 좀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정확하게는 몰라도 스치듯 한 번쯤은 들어봤음직한 요어들이 대부분이니까요. 물론 저같은 사람을 포함해서 말하는 겁니다. 컴퓨터의 컴자로 모르는 진짜컴맹이라면 좀 얘기가 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소설 초반에 친절하게 관련 설명을 곁들여놓았더군요. 아무튼 용어 문제는 넘어가고 실제 내용은 역시 디버다운 플롯을 보여줍니다. 엎치락 뒤치락 밀고 댕기면서 독자의 호흡을 능수능란하게 조절하는 면은 역시 디버다!라는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죠. 일단 기본 미스터리는 범인을 체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디버 플롯(아예 이걸 대명사로 해도 좋을 듯)답게 범인의 조력자 숀은 주인공 주변에 있죠. 뭐 이건 당연한 겁니다. 문제는 ‘WHO'라는 거죠. 이 녀석이 숀인 듯 하다가 저 녀석도 숀인 것 같다 결국 돌고 돌다 마지막에 숀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독자는 감탄하게 되는 거죠. 맞아! 하면서요. 그리고 또 다시 디버 옵빠를 찬양하다가 그의 신간이 나오면 지갑을 열게 되는 겁니다. 나중에는 제프리 디버라는 이름만 보고 무조건 결제하는 파플로프의 개가 될테고요. 물론 저는 언제나 침 질질 흘리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단점을 굳이 찾자면 트랩 도어라는 해킹 프로그램의 현실성 여부인데요, 마지막 작가노트에서도 말했 듯이 당시나 지금이나 만들 수는 없을지는 모르지만 불가능한 것만은 아닐겁니다. 예전 빌 게이츠가 DOS 시절 620KB이상의 메모리는 필요없다고 했던 것을 떠올리면 디지털 세계에서 호언장담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자만인지는 과거의 여러 유명인사들이 증명해줬으니까요. 군용 무전기 같았던 초기 휴대폰이 지금처럼 개나 소나 다 들고다니는 초박형으로 바뀔지 당시에는 상상조차 힘들었던 걸(이론상으로는 가능해도 현실상으로는 불가능한 것들 모두) 떠올려볼 필요조차 없을 겁니다.

평점 7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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