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하라쇼보
2010년 문고판 (고단샤)
2010년 우리말 (비채)
일본에서는 본격 미스터리 대상 후보에 종종 이름을 오렸던 미쓰다 신조의 소설이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소개됐습니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재밌게 읽었던작품이 첫 번역이 되서 그냥 혼자서 좋아서 헤벌쭉 웃곤했는데, 이번에 우리말로 재독할, 아니 삼독하게 되어서 새삼 느낀 점을 다시 정리해봤습니다.
일단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은 도죠 겐야를 탐정으로 한 시리즈 물입니다만, 뭐 다 읽어본 분들은 이미 아시겠지만 시리즈물이란 걸 염두해두지 않아도 충분히 '독립적'인 작품이란 걸 말이죠. 그래서 미독인 분들은 걱정할 필요없이 바로 손으로 펴들면 되겠습니다.
하나 더. <잘린 머러처럼 불길한 것>은 상당히 장난끼가 많은 탐정소설입니다. 그래서 주대상층은 이미 미스터리에 익숙한 독자들입니다. 그걸 상정해두고 플롯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미스터리 작가와 독자들 사이의 약속이나 규칙 등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소설 막바지에서 몰아치는 부분에서 좀 당혹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옆에다가 메모지와 펜을 준비하고 직접 적어가면서 - 특히 등장인물도 좀 꽤 되기 때문에 - 도표를 만들면서 보면 더 이해하기가 쉬울 겁니다.
재독이지만 역시 기믹 넘치는 막판의 곡예놀이는 여전히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의 재미의 핵심이구나, 새삼 느꼈습니다. 막판 80 페이지 정도가 순식간에 읽혀나가는 그 놀라운 속도는 직접 읽어봐야 느낄 수 있는 묘미겠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동시에 단점을 갖게 됐습니다. 막판 해결전까지 전부 '사건'의 묘사에 가깝기 때문이죠. 물론 진상을 알고 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에 공감도 가고 더 좋은 플롯은 없었을까? 고민도 해보지만, 가방 끈 짧은 머리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려봐도 돌 굴러가는 소리만 들려옵니다. ㅋㅋ그만큼 솔직히 초반에는 지루합니다. 그나마 본격적인 살인 다운 사건이 발생하는 것도 200페이지 정도는 가야 나오니까요. 이건 몇 번을 읽어도 변치 않더군요. 초반이 지루해!! 뭐 그런 부분만 극복한다면 그 다음부터는 이중 삼중으로 설치된 지뢰를 밟을 수 있는 수색대가 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으니, 고진감래란 말이 딱 맞는 내용입니다.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이 잘 팔려서, 작가의 다른 책들도 계속해서 소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도죠 겐야 시리즈가 은근히 되는데 전부 나와준다면 쌍루를 흘리면서 환호할 겁니다. (.....)
여담) 우리말 버전에서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표지'였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국내판 표지가 이쁘게 잘 나왔더군요. ^^
평점 8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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