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29일 수요일

물의 미궁 - 이시모치 아사미


2004년 고분샤
2007년 문고판
2010년 우리말(씨네21북스)
 
그러고 보니 이시모치 아사미의 미스터리가 우리말로 은근히 소개가 됐습니다. <묻은 아직 닫혀있는데> <달의 문> <귀를 막고 밤을 달리다> <살인자에게 나를 바친다> 그리고 <물의 미궁>까지 떠올려보니 꽤 되네요. 특별히 상을 수상한 작가도 아니고, 소개된 작품 전부가 미스터리이면서 이름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 정도로 소개된 걸 보면 놀라운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시모치 아사미의 미스터리를 읽어보면 일견 납득이 가기도 합니다. 일단 소재가 독특합니다. 데뷔작 <아일랜드의 장미>는 테러와 클로즈드 서클을 접목시켜서 놀라움을 줬고, <달의 문> 역시 비슷했습니다. 종교, 비행기납치, 밀실살인 삼박자 미스터리였습니다. <묻은 아직 닫혀있는데>는 도서추리(범인 입장의 추리소설) 형식을 클로즈드 서클과 연결 지은 독특한 느낌이었고, 후속작인 <살인자에게 나를 바친다>는 역시 도서추리 형식이면서 살인이 일어나기 전까지 생긴 일을 그린 미스터리입니다. 역시 유니크한 작품입니다. <물의 미궁>도 비슷합니다. 무대배경은 수족관. 수족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주요 등장인물이고, 수족관 수조에 테러(?)를 가하는 범인이 나오죠. 테러 대상은 수조에 서식중인 물고기들. 그러나 실제 사람이 죽는 일이 일어나게 됩니다.
 
소재만 독특한 것이 아니라 범행 동기와 이야기를 매듭짓는 결말 역시 이시모치 아사미 특유의 개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작가의 미스터리는 호오가 확연히 갈리곤 합니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동기, 무슨 저따위 결말이!! 라는 반응부터, 이 세상에 사람이 백 명이면 범행 동기는 만 가지! 식상한 정의사회구현 보다는 이런 결말도 나쁘진 않지! 라는 반응도 생각해 볼 수 있겠죠. 사고의 굴레에 얽매인 독자와 그렇지 않은 독자에 따라서 반응은 천차만별. 그래서 일본에서도 반응이 제각각입니다. 물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더군요. 저는 후자에 속하는 편입니다. 특히 <묻은 아직 닫혀있는데>의 동기를 무척 좋아합니다.
 
<물의 미궁>고 마찬가지입니다. 3년 전 과로사한 전직원의 죽음이 현재 일어나고 있는 협박사건과 연결되고, 새로운 사건으로 발전하는 플롯 자체는 그다지 내세울 요소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어째서 열린 공간인 수족관이 닫힌 공간으로 바뀌어야만 하는지 그 과정을 세세하게 그리는 장면이 인상 깊습니다. 수족관에 대한 열정이 사건의 진상과 연결되는 점 또한 기타 이시모치 아사미 소설과 일맥상통합니다. 게다가 결말처리까지 작가 특유의 페이스트가 가득 묻어나죠. 결말에서 황당해 이 뭐시염!’라는 독자도 있었을 테고, 그럼에도 높은 점수를 주는 독자도 있을테고, 위에서 말한 대로입니다. <물의 미궁>은 결말은 어찌보면 고전 추리소설에서 보여주는, 무엇이 합리적인 결론인지 그것을 단순 사건의 범인을 지적하는 것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포괄적으로 판단했을 경우의 합리적 결말을 제시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공익과 사익에 배치될 경우에 무엇을 우선시해야하는가? 가만히 생각해보면 <물의 미궁>과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재밌는 경우가 생기네요. 어느 쪽을 중시하느냐는 독자에 달렸습니다. 판단은 어디까지나 독자의 몫이죠.
 
여담) <물의 미궁>의 점수를 깎은 이유는 결말도 아니고 동기도 아니고 다 아닙니다. 의외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
 
 
평점 5 / 10

2010년 12월 28일 화요일

유다의 창 - 존 딕슨 카

1938년 THE Judas Window - Carter Dickson
2010년 우리말(로크미디어)


밀실의 거장 존 딕슨 카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유다의 창>이 우리말로 나왔습니다. 물론 비공식적으로 소개된 적은 있지만, 정식으로 소개된 것은 2010년 올해입니다. 참 긴 시간이 흘러서 나온 책이다 보니 고전 추리소설 팬들에게는 기념비적인 해일 겁니다. 특히 <밤에 걷다> <아라비안 나이트의 살인> <초록 캡슐의 수수께끼>등 딕슨 카의 대표작이 많이 출간됐으니까요. 그 중에서도 특히 <유다의 창>은 유달리 주목받았는데, 해외에서도 이런 저런 말이 많았던 것도 한몫 하겠지만, 실제 내용으로도 높은 평점을 충분히 받고도 넘칠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사건은 간단합니다. 밀실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곳에서 한 사람은 죽고 한 사람은 살아있습니다. 범인은 살아있는 사람입니다. 동기도 있는 것 같네요. 명백하죠? 그런데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은 자기는 무죄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법정 장면. 이야기의 초점이 법원으로 옮겨지기까지 몇 페이지 걸리지도 않습니다. 앞선 설명은 프롤로그라고 해서 간단하게 때우고 본편은 법원에서 검사와 변호상의 말싸움입니다. 일반적인 고전 추리소설과는 궤를 달리하는데, 이게 <유다의 창>의 백미입니다. 검찰측에서는 피고의 유죄를 입증할 증인을 한 명 한 명 소환합니다. 피고측 변호인은 피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검찰측 증인을 반대신문하고, 피고의 무죄입증에 중요한 역할을 할 증인을 소환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독자에게 사건의 재구성을 보여주고, 독자로 하여금 사건의 진실을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소설 전체가 하나의 도전장 형식이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물론 약간 불공정한 면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만, 없더라도 진범을 맞출 수 있습니다. 사실 <유다의 창>은 의외의 범인 때문에 재밌는 미스터리는 아닙니다. 그 부분에 한해서는 점수가 좀 깎이겠죠. 다만 하나의 컷인으로 잡은 듯한 길면서도 짧은 법정 공방, 서서히 밝혀지는 사건의 진실이 재미의 핵입니다. 게다가 트릭이 대단합니다. 간단하면서 멋진 트릭입니다. 이런 트릭이바로 허를 찌른다!는 말에 어울리겠네요. 어떻게 보면 허무할 수도 있는 트릭인데 그걸 이렇게 절묘하게 엮어내다니, 달리 밀실의 거장이란 말이 딕슨 카에게 붙는 게 아닙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미 동서판본으로 알려진 <해골성> <화형법정> <황제의 코담뱃갑> <세개의 관> 등도 다시 번역되어 나왔으면 좋겠네요. 그러고보니 아시베 다쿠(일본 추리소설 작가. 국내에는 홍루몽 살인사건이 출간됨)의 법정 미스터리가 있는데, <유다의 창>을 읽고 나니 납득이 갔습니다. 아시베 다쿠의 <그랑 기뇰 성>이란 작품에서 왜 딕슨 카를 인용했는지 말이죠. 끄덕 끄덕. 그러고보니 일본에는 하야카와 미스터리와 창원추리문고 쪽으로 나온 존 딕슨 카 소설만 봐도 아마 거의 전부라고 봐도 될 정도로 일본어로 번역된 것 같더군요. 일본애들 부러운 적은 별로 없는데, 이럴 때 부럽다고 느낍니다. OTL

(사족) 범인은 정말 명백합니다.

평점 9 / 10

2010년 12월 27일 월요일

명탐정 홈즈걸3~사인회편 - 오사키 고즈에

2007년 동경창원사 (원제 : 사인회 어떠세요? 세후도 서점 사건메모)
2010년 문고판
2010년 우리말 (다산책방)

<사인회 어떠세요?>는 서점에서 일어난 일상 미스터리를 잔잔하면서 웃음 짓게 잘 풀어간 미스터리 단편집 <배달 빨간 두건> (우리말 제목 : 명탐정 홈즈걸1)의 명콤비(?) 다에와 교코가 나오는 시리즈 3번째입니다. 서점에서-관련된-일은 서점 직원이!! 라는 콘셉트에 맞게 해당 직원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것들을 잘 살려서 맛깔나게 버무린 단편집이죠. 특히 가장 먼저 발매된-작가의 데뷔작이기도 하네요-녀석이 인상에 남습니다. 아무래도 소재 고갈에 허덕이는 일본 미스터리-일본뿐만 아니라 서양도 마찬가지겠습니다만- 입장에서는 독특한 소재였을 겁니다. 소재도 소재지만 그걸 재미와 연결시키는 것이 더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 데뷔작은 성공작이었습니다.

이렇게 성공하고 나면 반드시라는 말이 붙어도 좋을 정도로 출판사는 속편을 기획하는데 이 작품도 시리즈화 되어서 후속편이 나옵니다. 게다가 첫장편! 안타깝게도 장편 버전은 별로입니다. 무리수를 많이둔 작품입니다. 작가의 다른 장편을 보면 장편에 약한 건 아닙니다. 단지 서점 미스터리라는 건 아무래도 장편보다는 단편이 잘 어울리기 때문이겠죠. 편집자와 작가도 그 점을 의식했는지 3탄에서는 다시 처음과 마찬가지로 단편집으로 돌아왔고, 더불어서 이렇게 시리즈가 계속되면 오히려 인기를 끌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딱 좋을 타이밍에 완결까지 내버리죠. 그래서 3권이 끝입니다. 끝이라고 해도 무슨 라스트 보스가 쓰러졌다!! 그런 결말이 아닙니다. 어차피 이런 류의 단편 미스터리는 작가 역량에 따라 - 판매량에 더 영향을 받을 것 같지만 - 네버 엔딩 스토리가 되기 십상이죠. 아무튼 서점 직원이 직접 나오는 본 시리즈는 끝났지만, 같은 출판사에 비슷한 콘셉으로 새 시리즈가 나왔습니다. <평대를 기다려>라는 제목인데, 여기서는 출판사 판촉 담당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그런 사람이 나오더군요.

잡설이 길어졌는데, 3권에는 총 다섯 편의 단편이 실렸습니다. 이중에 표제작(일본 기준으로)인 '사인회는 어떠세요?'가 가장 많은 페이지를 잡아먹고 있고, 나머지는 일반적인 단편 분량 수준입니다. 내용도 1권과 비슷합니다. 의외의 범죄(?)도 있고, 로맨스도 있고, 오해?도 있고, 안타까움도 있고 뭐 그렇죠.  이미 3권까지 집어든 독자라면 멋진 미스터리를 기대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저 소소하지만 재밌는 이야기를 기대했을텐데 마무리는 그런 기대에 부응합니다. 2권에서 받은 실망을 덮고도 남네요.

<명탐정 홈즈걸 시리즈>를 재밌게봤다면 <한 쪽 귀 토끼>도 추천해 봅니다. 아동 미스터리 삘~의 장편입니다.

평점 5 / 10

2010년 12월 20일 월요일

트라이앵글(Triangle) (2009)

2009년 영화

먼저 버뮤다 삼각지대 어쩌구 하는 문구도 있던데 현혹되지 말지어다. 전혀!! 상관없다.

주인공 제스(여)가 친구 그렉의 초대로 요트에 승선하면서 영화가 시작됩니다. 하지만 제스는 아들 토미 얘기를 하는 것도 그렇고 정신줄을 놓고 있는 듯 보입니다. 아무튼 그렇게 여섯 명이 요트 타고 바다에 나갔다가 폭풍우를 만나죠. 그리고 요트는 전복되면서 조난당합니다. 그 때 나타난 대형 선박...하지만..악몽의 시작입니다.

제목이 답(?)인 영화입니다. 트라이앵글 즉 삼각형. 범인, 피해자, 목격자가 각각 꼭지점을 상징한다면 그게 합쳐져서 삼각형을 이루고 이 삼각형은 계속해서 돕니다. 돌고 돌죠. 시지푸스의 신화처럼 말이죠.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그저그런 루X 내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후반부에 좀 더 집중하다보면 앗! 하는 요소와 함께 영화의 내용이 달라지더군요. 그 후로는 관객 맘대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논리적으로 모든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고군분투해도 좋고, 가볍게 사실은 꿈이지롱~ 이런 식으로 해석해도 좋고, 뭐 시청자 마음에 달렸습니다. 감독의 의도는? 감독의 의도야말로 다양한 해석이 나오도록 유도했다고 봅니다. 영화 스토리, 안에서 쓰인 복선들을 생각해 보면 말이죠. 다 보고 나서도 한 번 더 볼 가치가 있는 영화입니다.

문제집 뒷편에는 항상 100% 맞는 해답이 실려있다고 생각하는 사람한테는 <트라이앵글>은 별 재미없는 녀석일 겁니다. 왜냐하면 해답은 스스로 찾아야 의미가 있는 것이니까요. 나름대로 찾은 해답이 오답이 아닐까 불안하다고요? 그럼 어떻습니까? 인생에 정답은 없거든요.

평점 7 / 10

2010년 12월 17일 금요일

가시나무 왕 (2010)

원작 전 6 권
우리말 출간중 (대원씨앤아이)

이와하라 유지의 원작만화를 바탕으로 만든 극장용 애니메이션. 러닝타임은 1시간 50분 정도로 그럭저럭 긴 편이다. 메두사라는 신종 불치병의 등장, 미래에 나올 치료제에 희망을 걸로 동면에 들어가는 피험자들, 그리고 깨어났더니 이게 뭐시여!? 같은 상황. 뭐 그런 내용의 만화다. 대충 봐도 어디서 봤음 직한 내용일텐데, 맞다. 여기저기 재밌는 설정을 잘도 갖다가 버무려놓았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원작 보다는 애니메이션 얘기에 중점을 둔다. 그래서 일단 원작을 본 사람과 안 본 사람의 구분을 확실히 해야한다. 원작을 보지 않고 애니메이션을 봤다면 오오~ 생각보다 볼 만하다! 라는 평이 나올 것이고, 원작을 다 보고 애니를 봤다면 '대략 난감'이란 말이 나올 듯 하다. 그만큼 원작의 이점을 제대로 살리기 보다는 두루뭉술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그렇다고 아예 못 볼 녀석은 아니다.원작의 이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고는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원작을 아는 사람 - 그 중에서도 원작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 사람들의 평일 뿐이지, 애니 그 자체로만 본다면 보통 점수는 받을 정도로 볼 만하게 꾸며져있기 때문이다. 나름 반전스런 요소도 챙기려고 노력하고 있고, 액션에도 공을 들인 흔적이 보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원작의 매력을 고스란히 살리기는 어려우니까 쳐낼 건 쳐내고 일반관객들도 즐겁게 볼 수 있도록 만들려고 한 게 아닌가 싶긴 한데,(아님 말고) 스토리 진행을 위해 주절 주절 잘도 떠드는 캐릭터들 때문에 따분한 곳이 많다.

 캐릭터들의 개성이 대사를 통해 살기 보다는 대사 때문에 죽는 격이다. 아쉬운 부분이다. 애니와 원작은 꽤 다르지만 공통 부분도 갖고 있다. 초반의 흥미가 후반으로 갈 수록 점점 떨어진다는 점이다. 아니 분명 스토리상 반전이 되면서 더 흥미를 고조시켜야할 부분이 반대로 떨어지는지는 이야기의 구성에 있다. 일본이기 때문에 나온 한계?  만화 매체라서 나온 한계? 벌인 판이 너무 많다 보니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는 것이겠지. 판도 적당히 벌려야지 재밌는 법이다.

뱀가시?) 애니를 먼저 봤다면 원작도 꼭 찾아보길 바랍니다. 오잉? 하는 부분이 꽤 많을 겁니다.

평점 5 / 10

2010년 12월 16일 목요일

이그잼 (exam) (2009)

2009년

저예산 영화. 하지만 보고 나면 돈이 그다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영화. 그래서 이런 류의 영화야 말로 효자가 아닌가? (제작자한테..)스토리는 대단히 심플하다. 모 회사 최종 시험에 남은 입사지원자 8명. 남녀 각각 4명이다. 이들이 밀실에 갇혀서 독특한 입사문제를 풀어가는 이야기. 러닝타임은 2시간 가까이 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밀폐된 좁은 공간 안에서만 일어나는 일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관객의 시선을 어떻게 하면 사로잡을 수 있는지, 제작자가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장르는 게임 미스터리.

최종 시험의 룰은 간단하다.
질문은 하나. 답도 하나. 지원자 8명에게는 각자 번호가 매겨진 종이 1장씩 받아들지만 거기에 질문은 써있질 않다. 제한 시간은 80분. 80분 안에 질문에 답을 해야 합격이다.

목적을 위한 협조와 연대 그리고 행동으로 이어지는 패턴과 그 후 목적 때문에 분열되는 개개인 그리고 일어나는 폭력과 동정까지 전체적으로 인간 심리와 행동 패턴을 이용해서 만든 영화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재밌다.단, 영화가 장점만 갖고 있는 건 아니다. 자세한 사항은 여기서 밝힐수 없지만 영화속 설정상 무리한 녀석이 있다는 것이다.굳이 그런 설정을 갖고 왔어야 할까? 좀 더 알시 쉬운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그런 고민을 하게 한다.

아무튼 요즘 취직하기 힘들다고 한다. 영화는 취직을 이용한 스릴러. 어떻게 보면 대단히 기분 나쁜 영화일 수도 있다. 내가 취직하자고 저 GR을 떨어야겠나?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피고용자 간의 경쟁은 갈 수록 심화되고 고용자들은 그런 피고용자를 분별하기 위해 기발한 시험을 준비한다면 영화 속 내용도 결코 남말은 아닐 것이다.

결론은 심플 이즈 베스트~

평점 6 / 10

키이나 불가능 범죄 수사관 (2009)

2009년 전 9 화

칸노 미호 주연의 초자연 현상을 소재로한 미스터리 드라마. 총 9 부작으로 완결났다. 기본 스토리는 매우 간단하다. 상식으로 납득이 가질 않는 현상이 발생하고 그걸 수사하면서 결국 과학적 논리적 해답을 얻는 다은 내용이다. 이렇게만 보면 꽤 흥미진진한 드라마일 거라는 생각이 앞서는데 실상은 정반대다. 뻔한 소재를 뻔한 플롯으로 풀어나가는 수법을 이용한 뻔한 드라마라는 것이다.

일단 소재 선정의 문제가 있다. 1화는 - 뭐였더라? - 아, 기억하는 심장이라고 해서 장기이식과 기억전이를 이용한 범죄물인데, 순간기억능력자라는 설정에 비해 주인공 키이나는 그다지 천재적이지 못하고 - 보는 내내 답답할 지경이다. 책 안 봐도 답은 초반에 빤히 보이기 때문이다 - 심지어 소재는 진부하기 짝이없는 것들 투성이다. 폴터 가이스트나 후반부에 플라시보 효과까지 나오면 이건 대체 시청자 '수준'을 어디에 맞추고 제작했는지, 그런 의심이 간다. 요즘 초딩들도 훨씬 논리적이고 과학적이지 않을까? 미스터리적 완성도나 시청자 흥미끌기에 힘을 쓰기 보다 드라마는 두루두루 먹히는 감동 코드로 단점을 포장하려한다. 일본 콘텐츠에서 병적일 정도로 집착하는 '지켜주고 싶어'가 바로 그것이다. 보통 남자 캐릭터가 맡았던 걸 여자가 맡았다는 점을 제외하면 대동소이. 그런 코드를 활용하려면 굳이 경찰물로 만들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뭐 제반사정을 감안해서 대충 두루치기 편안한 설정으로 만든 의도가 빤히 보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안타까운 드라마이다. 아니, 일본 미스터리 드라마 전반에 걸친 문제가 아닐까 싶다. 소재는 좋은데, 그걸 잘 살리지를 못 한다. 좋은 원작 소설, 만화 갖다가 실사화를 하면 정말 웃기지도 않은 녀석들이 수두룩하게 탄생하는 일본이다보니 이제는 내가 포기할만도 하지만, 그래도 이 안타까운 심정을 이런데서나마 풀어야지 어쩌겠나?

칸노 미호 팬이라면 모르겠지만 아니라면 볼 가치도 없는 드라마.

평점 1 / 10

인셉션(Inception) (2010)

2010년

2시간 30분 가까이 되는 러닝타임 - 엔딩 크레딧을 빼면 좀 짧아지지만? - 블록 버스트 영화입니다. 보통 이런 액션 스릴러 계열은 짧은 러닝타임으로 회전율을 높여서 시간당 관색수=수입을 올리는 수법 때문에 굵고 짧게 끝내려는 경향이 짙은데, <인셉션>은 무척 길죠. 그런데도 흥행에 성공을 했습니다. 뭐 <다크 나이트>도 비슷한 성향인데, 성공한 이유가 있다면 <인셉션> 역시 비슷한 경향입니다.

일단 소재는 꿈 속의 꿈, 무의식 자극. 여기에 시간 개념이 도입되면서 꽤 흥미로운 설정을 만듭니다.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일은 장자의 호접몽과도 유사합니다.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장자인지 나중에 가면 알 수 없게 되는데, 영화도 교과서적으로 따라가더군요. 그래서 마지막에는 논란거리도 하나 던집니다.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그래서 2시간 반 가까이 하는 영화이면서도 관객들 눈높이에 적절히 맞춘 것이 주요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적당히 생각하게 만들면서 그 이상 어렵게는 만들지 않을 것. 영화가 끝나고도 한 번 쯤 영화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들면서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할 것. 전 <인셉션>의 성공요인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영화를 보고 성에 차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요, 아마 너무 복잡하게 생각해서 이런 플롯이 되리라 예상했다가 의외로 평범(?)하게 흘러가는 스토리 때문에 실망했을 지도 모릅니다만, 모든 관객이 복잡한 걸 좋아하지는 않거든요. 반대로 무슨 헛수작이야!하고 영화를 재미없게 본 사람들도 있겠죠.

평점 7 / 10

2010년 12월 15일 수요일

코엘 헌트 사건기록부 1부, 2부 - 신현민

2009년 중앙북스 (1부 수면에 비친 달, 2부 밴쉬의 울음)

판타지 미스터리입니다. 그것도 무려 국산입니다. 오오~~ 국산. 요즘에는 국산이 더 대접 받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아직도 외제가 좋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분야가 바로 미스터리가 아닌가 싶은데, 무려 국산 미스터리이면서 해외에서도 사실 시도하기 어려운 판타지 미스터리입니다.

내용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뉩니다만 실제로는 하나의 흐름입니다. 1부는 과거 11인의 영웅중 한 명인 코엘 헌트(주인공)가 7년간 살던 변방의 마을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 한 마을로 찾아가면서 일어나는 일이고, 2부는 1부에서 발견한 단서를 통해 항구도시를 찾아갑니다만, 그곳에서 다시 사건이 벌어집니다. 뭐 그런 얘기입니다. 사건 전개는 전형적인 미스터리입니다. 단서를 찾고 그걸 이용해 추리를 하고 범인을 지목하고,전형적인 추리소설이죠. 단지 주요 소재가 판타지라는 것만 다릅니다.

시도도 좋고 전개도 좋지만 일단 대화가 뭐랄까 좀 딱딱한 느낌이 들면서 매끄러운 분위기가 아닙니다. 문체와 문장도 군데군데 번역체 보는 기분이 들어서 간혹 해외 미스터리 보는 기분이 들 정도이니까요. 그건 그렇다치고 제일 중요한 미스터리 완성도가 썩 훌륭하지만은 않더군요. 1부와 2부 전부 반전은 하나씩 준비는 하고 있지만 판타지에서 중요한 것은 세계관인데, 짧은 2권 안에서 세계관을 이용한 미스터리를 만들기에는 2권이라는 지면이 너무 모자랐던 것 같습니다. 페이지가 늘더라도 플롯을 잘 짰다면 빠른 전개와 양립이 가능했을 것 같은데 자세한 사정은 알 수없으니 답답하기도 하네요. 그만큼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왜냐하면 저도 한 때 꿈꾸었던 것이 판타지 미스터리와 무협 미스터리였거든요. 습작도 해보곤 하면서 생각보다 너무 어려워서 예쩐에 때려쳤지만 아직도 미련이 남아있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면에서 일본의 미스터리 작가 니시자와 야스히코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초능력을 이용한 본격 미스터리 시리즈가 인상 깊었거든요.  뭐 국내에도 얼마전에 우리말로 소개된 야마구치 마사야의 <살아있는 시체의 죽음>만 봐도 판타지 미스터리의 바이블이란 이런 것이다! 겠지만요.

앗! 그게 복선이었군! 하는 부분도 있는 걸 보면 작가 역시 상당히 고심해서 공들여 창작한 소설임에는 분명한데, 그게 재미로 직결되었냐? 하면 좀 회의적입니다.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것도 있겠지만 2부의 섬에서 벌어지는 독살 사건을 그렇게 간략하게 만든 건 아무리봐도 작가의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큰 흐름은 물론이고 작은 흐름도 중요시해야 할 때가 있거든요, 미스터리에서는. 뭐 그렇다는 겁니다. 그래도 가능성이 엿보인 소설이라는 게 다행이겠네요. 안타깝게도 코엘 헌트 시리즈 2권 이외에 나온 작가의 다른 소설은 없는 것 같습니다.

평점 5 / 10

2010년 12월 13일 월요일

얼굴 - 요코야마 히데오

2002년 도쿠마쇼텐
2005년 문고판
2010년 우리말(랜덤하우스)

총 5 편의 단편이 실린 단편집입니다. 히라노 미즈호 여순경이 주인공입니다. 원래는범인의 얼굴 몽타주 작성 담당이었지만안 좋은일 때문에 소동을 일으키고 결국 한직으로 물러나고 말죠. 그래서 단편은 각각 미스터리적 장치가 있으면서 동시에 주인공 미즈호가 경찰조직안에서 여자라는 입장으로 겪어야 하는 갈등이 숨어있습니다. 경찰 미스터리이면서 동시에 성장 이야기가 됩니다. 일단 다 읽고 나면 제일 먼저 이런 생각이 듭니다. TV 드라마로 만들면 딱이겠다.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2003년도 후지 테레비에서 전 11 화로 <얼굴 FACE>로 방영했습니다. 여주인공 미즈호 역에는 <트릭> <고쿠센> 등 으로 국내에서도 - 뭐 아는 사람만 알겠지만 - 알려진 '나카마 유키에'였고요. 물론 원작과 드라마는 그냥 '다른' 녀석으로 생각해야하겠지만요.

어쨌든 다 읽고 나면 부족한 느낌이 먼저 와닿습니다. 작가 특유의 조직과 개인이라는 관점은 똑같지만 깊이 있기 보다는 그냥 겉에서 슬쩍 훑어 보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감질맛 납니다. 그렇다고 미스터리적 요소가 뛰어난 면도 아닙니다. 커다란 주제에 비교적 잘 녹아들긴 했지만 그것이 곧 재미로 직결되는 건 아니죠. 최악의 경우는 남녀상열지사에 빠져서 그나마 있는 주제의식도 빛바래는 것인데, 다행스럽게도 마지막까지......(이하생략) 국내에 소개된 요코야마 히데오 미스터리 중에는 가장 급이 떨어집니다.

평점 4 / 10

2010년 12월 11일 토요일

왼쪽 눈 탐정 전 8 화 (2010)


2010년 전 8
 
작년 10월에 스페셜 드라마로 방영했던 - 아마 선행방송 개념이었을 듯 - 90분짜리 단막 <왼쪽 눈 탐정>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그 글에서 큰 이야기의 프롤로그 성격의 내용으로 시리즈 드라마로 나올 것 같다고 했었는데, 금년 초 (일본 드라마 분기 개념으로는 1분기)에 총 8 화로 나왔더군요. 사실 나온지도 몰랐다가 우연히(?) 알게 돼서 볼 수 있었습니다.
 
일단 드라마1화에서 전편에 해당하는 단막이었던 간략한 줄거리를 전부 보여줍니다. 그래서 여기서도 편하게 까발리도록 하겠습니다. 단막에서 의외의 범인의 정체는 바로 이라서 큰 충격을 받았던 중학생 소년 다나카 아이노스케’. 형한테서 이식받은 왼쪽 눈이 보여주는 이미지를 이용해서 앞으로도 형이 세운 범죄계획을 막을거라 합니다. 하지만 한동안 잠잠하던 아이노스케의 왼쪽 눈이 오랜만에 작동(?)합니다. 검은 개. 하얀 비둘기. 근처 동네에 살고 있는 초등학생 소녀.....결국 단편적인 단서는 연속유괴사건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범인은 아이노스케의 형 유메토입니다. 그러면서 유메토의 동기가 서서히 드러나는 스타일인데, 상당히 어처구니 없는 내용입니다.
 
일단 8화까지 다 보고나면 실망스럽습니다. 범죄 플래너라는 형 유메토는 중2병 환자 같이 혼자 세상의 고민은 다 짊어진 성자인 듯 GR병에 걸린 캐릭터이고, 동생 아이노스케는 그런 형을 막으려고 고군분투하는 찌질이입니다. 캐릭터들이 단순합니다. 여기에 단막에서는 그나마 역할 비중이 컸던 양호선생 역의 히토미()는 본편 드라마 와서는 왜 태어났니?’ 등급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진짜 말 그대로 왜 나왔어? 공기만도 못한 캐릭터입니다. 차라리 아이노스케를 도와주는 역인 형사를 남자가 아니라 여자로 해놓고 양호선생은 그냥 삭제했더라면 오히려 남녀 성비가 딱 맞아서 깔끔했을 겁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가장 기본적인 얘기고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장면들이 무수히 많습니다. 애들 장난으로 해도 그 정도로 유치한 대사와 구도를 사용하지는 않을거라는 생각도 들지만, 뭐 사람나름이겠죠. 유치한 허세로 분위기 잡는 것에 익숙지 않은 사람이라면 아마 이 드라마 보고 나면 미칠지도 모릅니다.
 
이 드라마의 미덕은 그저 다나카 아이노스케를 맡은 야마다 료스케라는 남자애가 귀엽다정도입니다. 화장 시키면 이쁠 것 같애요.
 
평점 2 / 10

2010년 12월 1일 수요일

트릭 ~ 영능력자 배틀로얄 (2010)


포스터 출처 :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Main.do?movieId=57210&t__nil_upper_mini=title

2010년

트릭 극장판 3편. 부제는 영능력자 배틀로얄. 줄거리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자칭 영능력자들이 만넨무라 마을을 다스리는 카미하에리가 되기 위해 맞짱을 뜬다는 내용이다. 물론 여기에 IQ200의 저자 우에다(아베 히로시)가 가짜 영능력자를 솎아내기 위해 참가하고, 야마다는 카미하에리가 되서 먹고 살기 편하려고 영능력자로 참가하게된다. (야마다가 참가명부 작성하는데, 매지션으로 쓰려다가 분위기를 보고 진짜 초능력자라고 얼버무리는 장면이 가장 재밌었다. 참고로 매지션은 일본어로 마지샨, 진짜는 마지라고 표기한다.)

아무튼 만넨무라 마을에서 카미하에리를 하던 할머니를 대신해서 차기 영능력자로 지목받던 쇼헤이 군. 그에게는 이쁜 여자친구 미요코가 있다. 하지만 쇼헤이는 마을에 우에다를 끌어들인 장본인. 스스로 자기는 눈속임수를 알 뿐 진짜 영능력자는 아니라고 한다. 그런 쇼헤이를 위해 미요코는 자기만 믿으라고 한다. 이렇게 저렇게 몰려든 마을로 모여든 영능력자. 그리고 벌어지는 배틀. 탈출쇼부터 밀실에서의 순간이동 + 토막 살인까지 단어만 대충 나열해도 재밌을 요소가 많다. 다만, 트릭은 특유의 개그 - 라고 쓰고 병맛이라고 읽는다;;;;;;; - 가 핵심인데, 이제는 기병병결 같은 플롯은 식상할 때도 왔다. 이미 금년 5월달 본 극장판이 상영하기 전에 광고차원으로 트릭 스페셜 드라마가 방영됐는데, 그때도 트릭의 파워가 많이 약해졌는데, 이번 극장판도 똑같았다. 이제는 이런 스타일로는 재미를 느끼지 못하게 된 듯 하다. 분명 오랜만에 보는 기분이 들어서 향수를 자극하는 병맛 개그에 웃음보가 터져야하는데, 막상 보고나면 불과 얼마전에 본 개그 또 보는 그런 느낌이다. (차라리 이말년 개그가 훨씬 세련된 듯 하다.)

그렇다고 미스터리적 요소가 뛰어난 것도 아니다. 어디서 본 듯한, 어디서 읽어 본 듯한, 어디서 들어 본 듯한, 아무튼 이것 저것 짜깁기 한 트릭과 구성이 엉성하게 엮어 놓았다. 그래서 푸는 것도 볼품없다. 특히 마무리에서 주절주절 과거사를 읊어대는 부분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트릭보다는 유머로 떡칠해놓더니 막판에 와서 어쩌라는겨? 총 맞아 죽기 전에 할말 안할말 나불거리다가 고개를 옆으로 떨구는 병사와 뭐가 다른겨? 죽으려면 빨리 죽고, 할 말 있으면 요점만 간단하게 끝내던지. 그런 식으로 러닝타임을 늘리는 건 그야말로 날로 먹는 행위가 아닌가? 참고로 이번 극장판도 무비의 위엄은 온데 간데 없이 영화필름으로 촬영한 스페셜 드라마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보면 볼만할 것이고, 극장판 퀄리티를 생각하고 본다면 셧더퍽!

트릭 드라마를 본 사람, 최소한 트릭1기 초반부를 본 사람은 마지막에 가서 미싱링크(......)를 하나 얻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게 어쨌다고? OTL 아무튼 트릭 드라마를 본 이들을 위한 그들만의 리그. 이제 그만 나는 빠져나와야겠다. 더이상 나이만 먹어가는 나카마 유키에를 똑바로 볼 수가 없다. 눈물이 앞을 가려서.....

1995년도 아이돌 시절의 나카마 유키에


평점 2 / 10

이미 죽다 - 찰리 휴스턴

2005년 already dead
2009년 우리말(시작)

조 피트 시리즈 첫번째.
하드 보일드 스타일의 미스터리인 <이미 죽다>는 좀 독특한(?) 설정을 갖고 있다. 바로 주인공 조 피트가 뱀파이어라는 것이다. 뱀파이어 탐정이 사건을 해결한다? 확실히 흥미를 끌어당기는 소재이다. 뱀파이어를 소재로한 로맨스물인 영어덜트 물은 <트와일라잇>을 정점으로 국내에 급속도로 파고들긴 했지만 흡혈귀가 탐정인 하드 보일드 미스터리는 확실히 색다른 맛을 보여줄 것 같은데, <이미 죽다>는 그런 기대에 잘 부응하는 녀석이다. 일단 시점은 주인공 조 피트의 1인칭 주인공이다. 여기에 조 피트는 과묵한 캐릭터가 아니다. 아니, 소설 내에서는 말 수가 없는 면도 없잖아 있지만, 독자를 위해서라면 말을 아끼지 않는 캐릭터이다. 끊임없이 쏟아내는 독백은 때로는 냉소적이고 때로는 유머스러워서, 어딘가 병X같지만 시크한 뱀파이어 탐정이란 캐릭터 이미지를 제법 잘 만든다. 이 시리즈를 즐겁게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독자는 조 피트와 눈높이 학습을 해야한다는 말은 너무 뻔한가? 최소한 비슷한 정도로 키를 맞추기만해도 <이미 죽다>는 꽤 즐겁게 읽히기 때문이다.

간단한 줄거리는 해결사 일을 하는 조 피트에게 한 건의 의뢰가 들어온다. 집 나간 딸래미를 찾아달라는 아~~~~주 단순해 보이는일. 하지만 가출소녀 찾기와 조 피트가 미처 해결하지 못했던 좀비 박테리아를 퍼트리고 다니는 보균자 사건이 이어지는 듯 하면서, 사건은 점점 흥미롭게 변해간다.

기본 노선은 하드보일드이면서 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사실들이 나중에 하나로 이어지는 미스터리 플롯도 놓치지 않는다. 다만, 미스터리적 쾌감을 노리는 독자한테는 그게 성에 차지는 않을 것이다. 그 정도 단점을 제외한다면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보니 미키 스플레인의 마이클 해머 시리즈가 빠지면 섭섭한데, 조 피트 시리즈는 그 와는 좀 다르다. 마이클 해머가 마초 같은 스타일로 폭력과 섹스 살인이 등장한다면 조 피트는 시크하지만 병신같은 스타일로 폭력과 섹스 살인이 등장한다는 게 차이점이다.  응? 오십보 백보라고? 엄연히 오십보나 차이가 나지. 실제 읽어보면 많이 다른 느낌이 들 것이다.

시리즈는전체 5부작이라고 하는데, 우리말로는 현재 2부까지 출간되었다. 출간시기를 보아하니 1년에 1권 내려나 본데, 아니면 판매량이 허섭스레기라서 그냥 이대로 출간정지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말이다.

평점 6 / 10

2010년 11월 30일 화요일

허수아비 ~ 사막의 망자들 - 마이클 코넬리

2009년
2010년 우리말 (랜덤하우스)

<시인>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독자를 사로잡았을 사건기자 잭 매커보이가 부활(?)했습니다. <허수아비>는 전작에서 무려 12년이 시간이 흘러서, 이제는 LA타임즈 기자지만 정리해고 대상으로 잘려버린 중년 남성이 되버린 잭 매커보이가 신문사를 나가기 전에 한 껀 터트리게 되는 내용을 그리고 있습니다. 완전 퇴직까지 2주간의 유예기간을 받은 잭은 후임자인 미모의 젊은 여기자-연봉은 잭보다 한참 낮은- 안젤라와 인수인계를 합니다. 그러던 중에 청소년이 살인범으로 자백했다는 한 사건을 주목하게 되고 여기서 뭔가 냄새를 맡게 되죠. 해서 파고들다 '대어'를 낚게 됩니다. 하지만 범인은 디지털의 '제왕'이었습니다. 아날로그 세대인 잭은 순식간에 포도 떼이고 차도 떼이는 그런 형국에 처하고 말죠. 그러나 잭에게는 든든한 아군 '퀸'이 있었죠.

뭐 마이클 코넬리 소설 답게 술술 잘 읽힙니다. 빠르게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구글 스트리트 뷰와 사생활 침해 논란이었습니다. 소설 내에서도 범인이 피해자를 감시(?)하는 부분에서 보면 비슷합니다. 현대사회는 무척 편해지긴 했지만 의외로 사생활 보호에 있어서는 무척 취약하다는 것과 일맥 상통하더군요. 단일 생활권이네 인터넷이네 편하긴 합니다만, 내 행동이 전부 데이터베이스화 되어서 어딘 가에 저장되어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심기가 불편해지죠. 그래서 어떤 이들은 무슨 무슨 회원카드네, 신용카드네 일절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현금만 사용한다고도 합니다. 한 집에서 나오는 생활 쓰레기만 잘 조사해도그 집의 생활패턴이나 사는 사람들의 성격까지 유추가 가능하다고도 하는데, 신용카드 구매내역만 잘 조사해도 소비패턴을 잘 알 수가 있을테니까요.참 무서운 사회입니다.얘기하다보니 엉뚱한 곳으로 빠지긴 했는데, 아무튼 <허수아비>의 범인은 디지털입니다. 문명의 이기를 활용해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킵니다. 반면에 잭은 취재를 위해 이리 저리 발품을 팔아야하는 아날로그입니다.

범인의 정체는 초반에 나옵니다. 그리고 이런류 미스터리에서 항상 예상하 듯이 독자들도 이런 저런플롯을 예측해보곤 하는데, 아마 그런 예측이 별 도움은 되지 않을 겁니다. 안 좋은 의미로 말이죠. 더 이상 말하면 재미를 갉아 먹을 것 같아서 입방아는 이쯤에서 그만두고 플롯 자체는 긴장감과 속도감이 어우러져 읽는 재미는 분명 있습니다. 다만, 마무리 한방이 부족합니다. 다 좋았는데 마무리가 느슨합니다. 반전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실망스러울 겁니다. 대신 과정이 재밌기에 그 부분에 집중한다면 재미를 해치지는 않을 겁니다.

평점 6 / 10

빌라 매그놀리아의 살인 - 와카타케 나나미

1999년 고분샤
2002년 문고판
2010년 우리말 (작가정신)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이 무척 인상적이었전 작가 와카타네 나나마의 색다른 시리즈가 우리말로 나왔습니다. 일본식 코지 미스터리인데, 하자키라는 가상의 무대를 배경으로 거기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리고 있습니다. 1탄이 이번에 소개하는 <빌라 매그놀리아의 살인>입니다.

 한적한 주택단지내 3호실에서 신원불명의 시체가 발견됩니다. 덕분에 인근 주민들이 술렁이는데, 형사들은 사건을 살인으로 보고 탐문수사를 합니다. 그러면서 인근 주민들이 숨기고 있던 비밀들이 서서히 드러나는데, 결국 두번째 사건도 벌어지고 말죠.뭐 그런 내용입니다.

생각보다 페이지 수가 되긴 하는데, 활자 크기가 무척 큰 편이라 실제로는 400페이지도 안 되는 그리 두꺼운 녀석은 아닙니다. 게다가 전체적으로 유머가 깔려 있어서 부드럽게 술술 책 장이 넘어가기도 하고요. 사실 이 책에서 흥미로웠던 건 누가 '탐정'역할이냐? 였습니다.초반에보면 이 캐릭터는 반드시 죽겠구나 감이 오는데,예상대로 죽어주어서(......) 사건의 재미(?)를 살리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대목에서는 저도 모르게 묵념 삼초를 했습니다.아무튼 형사와 탐정 범인을 생각하면서 마지막까지 보면 은근히 신경 써서 플롯을 작성한 것이 눈에 띕니다. 게다가 와카타케 나나미 하면 읽고 나서 뭔가 모르게 씁쓸한 듯 하면서 오싹한 느낌을 위해서인지, 작가의 래퍼토리인지 아무튼 큰 기대는 가지면 안 되겠지만, 어느 정도 기대해봄직한 결말도 보여줍니다.몹시 재밌어서 여기 저기 추천하고픈 녀석은 아니지만 입문용 미스터리로서는 손색 없습니다. 살인이 나오지만 심각하지 않고 부담없이 볼 수 있는미스터리를 찾는 사람이 있다면 <빌라 매그놀리아의 살인>을 추천해 봅니다.

평점 6 / 10


일본 위키 정보에 따르자면 '하자키' 시를 무대로 한 시리즈는 전부 5편입니다.

1999년 빌라 매그놀리아의 살인
2000년 고서점 어제일리어의 시체
2000년 쿨 캔디 (중편) (쇼덴샤)
2006년 네코지마 하우스의 소동
2008년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 (자이브)

빌라, 고서점, 네코지마는 전부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고(우리말도 전부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 나머지 두 편은 곁다리 같은 녀석인 듯 합니다. 쿨 캔디는 중편 성격상 제대로 우리말로 나오기는 어려워 보이고,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는 모르겠네요.

2010년 11월 27일 토요일

헤이디스 바이러스(Covert One: The Hades Factor)

2006년

에볼라 바이러스의 변종인 헤이디스 바이러스가 미국을 위협하고 거기에 맞서는 주인공의 눈물겨운 싸움을 그린 영화. 심심하면 등장하는 아프가니스탄에 세균전에 거기에 이슬람 테러리스트까지 이제는 너무 식상해서 뻔한 소재를 갖다가 있을 법하게 미국식 자본주의를 거들먹 거리며 포장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문제는 영화가 너무 길다. 이렇게 길 이유가 없는데, 길다. 극장용 보다는 그냥 TV 방영용 특집극 수준인 듯 한데, 그래서 긴 건가? 아무튼 내용에 비해 쓸데없이 긴 것이 가장 큰 감점 포인트.

그 외에는 적인지 아군인지 첩보 비스무리한 흉내를 내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오밀조밀 짜임새 있게 잘 짠 머플러가 아니라 초보자가 그냥 메뉴얼 보고 흉내내 듯이 짠 목도리인 듯 해서 목에 둘러도 전혀 따뜻하지가 않다. 흐름은 계속해서 끊기고, 사건의 아귀는 눈감고 맞춘, 이건 아무리 봐도 제작 단계에서 생긴 불량품이다. 특히 마무리 처리는 그야말로 허무. 정말 허무하다.

'난 남아 도는 게 금이야~' 하는 사람들한테나 추천하고 싶다. 그래도 초반에는 좋았다. 초반만에만..........

평점 2 / 10

2010년 11월 20일 토요일

검은 목의 교실, 친구를 부른다 - 김근우

2010년 이타카

진산의 <바리전쟁>, 오트슨의 <괴담갑>과 함께 이타카에서 선보인 신괴담문학 브랜드로 나온 녀석으로 '산군실록 시리즈 01'이란 타이틀도 함께 붙은 녀석이다. 일단 작가 김근우 하면 하이텔과 나우누리 천리안으로 대표되는 모뎀 시절 PC통신 커뮤니티, 그중에서도 하이텔 판타지동호회(정확하진 않지만)였나 아무튼 거기서 연재되던 '바람의 마도사'가 김근우의 데뷔작으로 알고 있다. 주인공 라니안의 세심한 감정묘사가 일품이었던 - 때로는 너무 찌질스럽기도 했다만 - 우리나라 초창기 판타지 소설이었는데, 김근우는 다작 작가는 아니었다. 후속작 <광검>은 <바람의 마도사> 외전 격이었고, <흑기사>는 속편보다는 그냥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다른 녀석에 가까웠다. 여기까지는 전부 하이텔 시절 실시간 연재로 봤던 것 같은데, 이때까지는 서양 세계관을 차용한 판타지였다면 그 후에나온 <위령> <피리새>는 동양적 세계관을 사용한 녀석들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 등장한 <검은 목의 교실, 친구를 부른다>는 후자에 속하는 녀석이다.

처음 책을 집어들면 분량이 생각보다 꽤 된다. 한페이지당 26줄이 들어간 활자량 하며, 페이지는 무려 430페이지. 두껍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괴담갑>이 볼품없어 보일 정도다. 특이했던 점은 소설은 1부와 2부로 편의상 나뉘어져있는데, 이 중에 1부가 웹상에서 연재됐다는 것이다. 아마 김근우를 잘 모르는 요즘 독자들을 끌여들이기 위한 일종의 낚시(?)였지 않나 싶긴 한데, 아무튼 1부는 꽤 밀도있는 긴장감과 사건을 서서히 진행시키는 수법하며 호러에 걸맞는 내용을 재밌게 보여준다. 3년전 사건 이후로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이서영. 그래서 고등학교에 입학했지만 새친구와 사귀기 보다는 스스로 남들과의 인연을 끊으려고 노력하는 그녀에게, 과거 악몽(?)이 스물스물 다시 찾아오는데......해서 서연이가 겪는 일을 1부에서 주로 다루고 있다.

 1부까지는 상당히 흥미진진한 내용을 보여준다. 일단 광고 문구도 호러 미스터리라고 했으니, 미스터리쪽도 내심 기대가 되기도 하고, 과연 어떤 전개를 보여줄지 두근거리는 마음에 펼쳐든 2부. 하지만 2부에서 성질이 확 바뀐다. 1부에서 외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는 주인공이 처에있는 상황에서 오는 긴장이 주는 재미가 1부의 핵심이었다면, 2부는 정반대다. 자세히 말하면 헤살이 되버리니 뭐라 더 말하기 껄끄러운데 아무튼 아마 2부에서 실망한 독자들도 있을 것이고, 나도 그런 사람 중에 한 명이다. 마지막까지 다 읽고 나면 캐릭터 소개에 가까운 '프롤로그' 같다는 느낌이 딱 들어서 딱히 나쁜 느낌은 아니지만, 모처럼 달아올랐던 몸이 곧바로 식어버려서 그게 아쉽다.  연재당시에 1부가 문제편이란 말만 없었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을 텐데..........충격적인 미스터리가 전혀 없다. 전혀~~. 그게 제일 아쉬웠다. 최소한 <해한가> 2, 3권 정도만 됐어도....하는 아쉬움이 크다. (해한가도 딱히 미스터리까지는 아니다.)

미스터리는 실망스럽지만 아직은 더 두고볼 여지가 큰 시리즈이다. 어쨌든 1권은 캐릭터 소개에 가까운 프롤로그(?)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주인공 이서영이 앞으로 만나게 될 사건이 기대된다. 그때는 좀 더 미스터리 에센스를 '듬뿍' 쳐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가져본다.

참 1부는 지금도 이타카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평점 6 / 10

2010년 11월 19일 금요일

괴담갑 1면 - 오트슨

2010년 이타카

이타카라고 하지만 시드 노벨 발간하던 디앤씨미디어에서 브랜드명을 새롭게 만들어서 판타지 소설을 출간하는 듯하더니만, 그 안에서 다시 신 괴담 문학이란 광고를 하더니 첫 타자가 진산의 <바리전쟁>이었습니다. 진산하면 무협작가로 더 유명한 사람이다 보니 어! 진산이!! 이런 반응이 먼저 느껴졌는데, 우리나라 판타지 소설 초창기에 유명한 <바람의 마도사>의 작가 김근우 작품도 들어가더니만 (산군실록 시리즈) <미얄 시리즈> 신간은 어디 가출했는지 소식 없던 오트슨의 신작이 3탄으로 나왔습니다. 제목은 괴담 匣.

 신 괴담 문학이라고 하니 괴담이 주가 되는 것일 텐데, 아무튼 미얄 시리즈를 재밌게 읽었으니  당연히 읽었습니다. 일단 1권까지만 맛만 봤는데 (현재 기준으로 겨우 2권까지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만) 일단은 합격점을 주고 싶습니다. 아직 1권에서는 눈에 띄게 재밌다! 흥분된다! 병신같지만 무서워! 같은 반응은 나오지는 않지만, 다음 권이 기대된다! 정도로 재밌습니다.

 안에는 붉은 메뚜기와 냉동 사탕 두 가지 이야기가 수록됐습니다.

 전자는 단편, 후자는 장편입니다. 물론 주인공은 작중화자 '나'입니다. 나라는 여자가 좀 특이한 구석이 있는데, 우연히 만난 한 남성과의 겪은 무서운(?) 이야기가 붉은 메뚜기이고, 어쩌다 보니(?) 학교 선생이 되어서 겪게 된 '오싹한' 이야기가 냉동 사탕입니다.

 일단 기본 페이스는 공포입니다. 상자 안에 가두어놓은 메뚜기들이 서로 잡아먹으면서 점점 붉게 바뀐다는 이야기는 단순하면서 자극적인 이미지를 전달합니다. 판도라 상자와 푸른 수염식 구성으로 허를 찌르는 마지막 결말처리는 공포라는 기본재료에 미스터리라는 향신료를 곁들인 것과 비슷합니다. 이런 구성은 냉동 사탕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더군요. 그래서 신 괴담 문학이라고 광고는 하지만 광의의 미스터리로 접근해도 지장은 없습니다. (같은 브랜드로 출간된, 김근우의 <검은 목의 교실.......>은 아예 호러 미스터리로 광고하더군요. )

 미얄 시리즈와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미얄은 아무래도 개그와 만화 같은 구석이 다분히 포진해있는 녀석인지라, 그런 쪽 코드를 아는 독자들에게 더 잘 맞았던 반면에, <괴담갑>은 좀 더 대중적인 이미지를 노린 듯합니다. 아직 1면은 오트슨의 장기가 제대로 발휘되지 않아서 더 지켜봐야겠다는 태도지만, 독자들 뒤통수를 확실하게 때려주는 내용으로 나온다면 뜻밖에 미얄보다 더 인기를 끌 수 있는 시리즈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듭니다.

 내용과 상관없는 이야기를 하자면, 책 가격에서 출판사의 상당히 고심한 흔적이 엿보였습니다. 일반 단행본 스타일이지만 정가는 9천 원입니다. 요즘 보통 책 가격이 기본 만원에서 만원 초반대인걸 고려하면 비교적 저렴합니다. 라이트 노벨이 주 소비층인 독자를 슬며시 끌어올리는 효과를 노린 듯도 합니다만, 아무튼 잘 돼서 작가와 독자 둘 다 웃을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평점 6 / 10

 여담) 표지와 일러스트를 잘 뽑아냈더군요.

 여담2) 미얄 시리즈에서 목에걸린 생선가시마냥 부분적으로 거슬리던 문장이, 괴담갑에서는 거의 찾기 힘들정도로 잘 다듬어졌습니다. 일반 단행본이라고 좀 더 신경을 쓴 것일까요? 아무튼 좋은 현상입니다.

문학소녀 견습생의 첫사랑 - 노무라 미즈키





2009년 패미통문고
2010년 우리말(학산X노벨)

본편 시리즈 완결편이 우리말로 나온 후에 단편집과 외전(사진)도 우리말로 발간 예정이라고 해서 계속 기대하고 있었던 터라, 늦게나마 본작품이 정식발간 된 것이 무척 기쁘다. 일단 문학소녀 신 시리즈는 외전 꼭지를 달고 있고, '견습생'이란 부제가 달라붙는다. 사실 수습생이란 말이 더 맞는 것일 테지만, 뭐 이미 견습생으로 출간됐으니 좀 아쉽다. 아무튼 견습생 소녀 히노사카 나노가 주인공인데, 첫눈에 이노우에 코노하에게 반해 속공 대시로 그에게 접근해 이런 저런 만담(?)을 나누는 장면이 상당히 코믹하게 그려진다. 소설 안에서는 상당히 평범한 외양이고, 머리가 짧으면 소년으로 착각할 정도라고는 하는데, 일러스트만 봐서는 무척 귀엽고 이쁘다. (일러스트 담당 다케오마 미호 그림때문이겠지만)

내용은 동반자살이 주제이다보니 자살을 두고 개개인의 생각여하에 따라 이번 내용은 웃길 수도 있고, 심각할 수도 있다. 자살하는 사람들의 심리라는건 결국 자살하는 당사자 아니면 아무도 모르는 것이기에 외부인은 거기에다 동기가 뭐네 저네 소리나게 떠들 필요는 없다는 것이 지론이다. 단지 <문학......첫사랑>에서 아쉬운 대목은 사건이 일어나고 해결까지 그 사이의 플롯 진행이 너무 빠르다는 점이다. 초반부 캐릭터 소개에 페이지 수를 제법 할애했기 때문에 더 그랬다. 그런 부분을 제외한다면 전형적인 문학소녀 스타일이다. 이제는 졸업하고 없는 전대 문예부장의 뒤를 이어 이야기 속에 숨은 진실을 '상상'하는 역할을 코노하가 잘 맡아서 하고 있는 걸 보면 감개무량하다고 해야할지, 뭐라 해야할지. 뭐 여전히 찌질스런 부분은 엿보이긴 하지만 말이다. 

사실 이 시리즈가 주목되는 이유는 결말이 뻔하다는 것이다. 뻔한 결과는 독자도 알고 작가도 알고 편집자도 알고, 아무튼 다 아는 데도 기대되는 건 역시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 과정 속에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한소녀의 첫사랑이 안타깝지만 기운차게 그려져 있기 때문이리라. 사랑하는 소녀는 강하다.


여담1) 마지막에 실린 쇼트쇼트는 솔직히 불필요한 녀석이었다. 1권의 마지막을 코노하의 회심의 대사로 멋지게 끝냈는데, 막판에 뚱딴지 같은내용이 나와서 온도가 급감하고 말았다.

여담2) 처음 원서로 읽을 적에는 별로 주목하지 못했는데, 재독하면서 눈에 띈 캐릭터는 나노의 친구 '후유시바 히토미'다.  나노와 히토미 사이의 에피소드가 나온다면 왠지 재밌을 법한 녀석이 많을 것 같아서 그런 쪽 단편도 기대해봄직 하다.

문학소녀와 사랑하는 삽화집 1 - 노무라 미즈키


2009년 패미통문고
2010년 우리말 (학산X노벨)

문학소녀 시리즈 본편을 즐겁게 읽은 독자들들을 위한 단편과 짤막한 에피소드 모음집이다. 본편에서는 그냥 그렇게 넘어갔던 소재나 이야기를 단편을 이용해서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본편과 단편을 링크시키는 재미가 있는데, 물론 본편을 전부 읽어야 하는 전제가 깔려있긴 하다. 그 외에도 시간대 순서가 본편 보다 더 전의 이야기이거나 (히메쿠라 마키 이야기), 본편과 병행해서 벌어지는 이야기 (대표적으로 류우토 이야기), 본편의 후일담 이야기(아쿠타가와 이야기 등) 등가 있다.

 처음 원서로 집었을 때는 아쿠타가와 에피소드가 괜찮았는데, 이번에 우리말로 다시 읽으면서 병약한 소녀 에피소드가 의외로 와닿았다. 둘이 잘 됐을지 안됐을지 명기하지 않고 작중 소재로 삼은 이야기를 빗대어 암시하는 걸로 끝내는 구성이 소녀틱한 것이 무척 맘에 들었기 때문이리라. 

 참, 고토부키 이야기는 삽화집 2권에서 나온다. 아마 그걸 기대했던 독자라면 좀 실망했을지도 모르겠다.

2010년 11월 10일 수요일

전뇌코일 전 26 화 (2007)

왼쪽부터 이사코, 교코, 덴스케(개), 후미에, 야사코

2007년 NHK 전 26 화

<전뇌코일>이 완결난 지 벌써 3년 정도 흘렀습니다. 당시에는 <천원돌파 그렌라간>이 흥했을 때라 NHK에서 방영한 교육 애니메이션 일환이었던 - 실제로는 교육이라 보기에는 좀 애매합니다만 - <전뇌코일>은 입소문은 탔을 지언정 큰 인기를 끌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일단 캐릭터 디자인이 마니아들의 '지갑'을 열 수가 없었습니다. <마법소녀 리리컬 나노하>의 주인공 나노하도 <전뇌코일>의 주인공들고 마찬가지로 초등생이었지만 나노하는 마니아의 욕구를 자극하는 요소가 많았던 반면에 전뇌코일은 마니아가 아니라 남녀노소에게 부담없이 받아들여질 요소였기 때문입니다.

 첫인상은 <전뇌코일>은 작금의 일본 애니메이션 그림체와는 동떨어져있습니다. 동서양 불문하고 무난하게 받아들여질만한 디자인입니다. 그런데도 <전뇌코일>이 주목 받았던 이유는 다름아닌 '스토리' 때문입니다. 이야기가 촘촘하게 손수 짠 머플러 같이 따뜻한 내용이거든요. 일단 장르는 SF입니다. 전뇌 안경이란 디바이스를 통해 가상과 현실의 접목을 이용한 내용인데, 이게 처음에는 아이들이 버추얼 리얼리티를 통해 겪는 일상물 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첫 화는 주인공 오코노기 유코가 아빠 전근 따라 새도시로 이사오면서 여동생 교코와 전뇌펫(가상펫) 덴스케가 미아가 되서 찾는 내용입니다.  초반에는 이렇게 일상 이야기 같은 내용을 보여주면서 이것 들이 전부 하나로 이어집니다. 떡밥을 하나 둘 씩 뿌리거든요. 수상한 기술을 쓰는 여자애의 등장.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틈바구니에 얽힌 비밀 등등. 이야기는 계속해서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궁금하게 만듭니다. 그렇게 진행된 이야기는 마지막에 가서 깔끔하게 끝나죠. 다만, 지극히 일본적인 결말이다보니 그 부분이 오히려 걸림돌이 되지 않나 싶긴 합니다만, 뭐 아이들도 보는 건데 배드 엔딩으로 끝내면 항의 좀 들어올 듯도 합니다. (.....)

처음에는 단순히 초등생들 나와서 왁자지껄 하는 내용의 단순한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했지만 보면 볼 수록 내용 전개에 감탄하면서 처음 가졌던 선입견을 수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건 어른들이 봐도 충분히 재밌는 애니메이션입니다. 오히려 너무 어린애들은 무슨 내용인지 이해를 못 할 지도 모를 정도로 세계관을 형성하는 기술이 상당히 근미래 지향적이거든요. 플롯을 진행시키는 수법도 훌륭합니다. 매회를 집중해서 볼 수 있도록 적절하게 꾸며놓은 구조가 인상 깊습니다. 게다가 전반에 걸쳐 깔리는 복선과 그걸 적절하게 회수하는 건, <전뇌코일>을  SF 미스터리라고 불러도 손색 없을 정도입니다. 미스터리로 생각하고 접근해도 재밌게 볼 수 있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 나온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의 수작 중의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담이지만 제28회 일본SF대상을 수상했습니다. 가끔 벙찌는 작품이 수상해서 황당한 상이긴 합니다만 <전뇌코일>은 당연히 고개가 끄덕여지는 수상결과였습니다.

3년전 글을 다시 올린 이유는 소설판 <전뇌코일>이 이번에 전 13 권으로 완결났기 때문입니다. 소설판도 시간 되면 읽어보곤 싶긴 한데, 이놈의 환율.....OTL 참고로 소설은 애니와는 스토리가 다르다고 합니다.

평점 7 / 10

2010년 11월 9일 화요일

라디언트 히스토리아 - 아틀라스

 http://www.amazon.co.jp/exec/obidos/ASIN/B003YXYU92/mmostation-22/ref=nosim

2010년 아틀라스 (NDS)

NDS로 오랜만에 나온 '수작' RPG입니다.
<여신전생> <페르소나> 시리즈 등으로 유명한 곳이다 보니 역시라는 말이 나오긴 합니다만, 아무튼 최근에 나온 일본식 RPG중에 <라디언트 히스토리아>는 플레이 해 볼 가치가 있는 녀석이
라는 것이 중요하겠죠. 게다가 재밌기도 하거든요.

재미의 핵심은 씨줄과 날줄로 얽힌 스토리입니다. 일단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엮입니다. 정사와 야사로 생각하면 되겠네요. (게임에서는 정통과 이전으로 구분합니다.)  주인공 스톡(남)은 아리스텔 왕국 정보부 소속의 군인입니다. 정보부장 하이스의 밀명을 받아 새로 들어온 부하를 데리고 임무를 수행하러 갑니다. 하지만 스톡 일행은  적국의 매복에 걸려 새부하들은 죽고 스톡 또한 절체절명 위기에 빠지고 맙니다. 그때 하이스가 스톡에게 건네준 '백시록'이란 책이 반짝이면서 <라디언트 히스토리아>의 세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책을 통해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설정된 포인트에 한해서 자유롭게 이동해서 이야기를 완성해가는 시스템입니다. 정사 루트에서 어떤 사항 때문에 더 이상 스토리 진행이 곤란하다면 그걸 해결하기 위해 야사 루트로 건너가고 거기서 실마리를 찾아다가 정사로 돌아와서 다시 진행. 그 반대의 경우도 있고요. 그런 식으로 스토리가 이루어집니다. 여기에 주인공의 동료와 주인공을 도와주는 다른 캐릭터들의 사이드 스토리가 엮입니다. 이 사이드 스토리들을 얼마나 열심히 완수하느냐에 따라서 마지막 엔딩이 조금 달라집니다. 기본적인 엔딩은 같지만 '에필로그'에서 나오는 캐릭터들의 후일담이 바뀌게 되죠. 그래서 열심히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스토리를 완성하고 싶다는 욕구를 자극합니다. 특히 마지막 에필로그가 충실하게 나오니까 대충 하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차근차근 클리어하는 걸 추천합니다.

전투는 민첩에 의존한 턴제 시스템입니다. 일본식 RPG에서 아직까지도 흔하게 보이는 시스템입니다만,몬스터들은 그리드라는 3x3 공간 안에 배치 됩니다. 플레이어 캐릭터에 가까운 곳 부터 해서 전열, 중열, 후열로 구분되고 전열에 몬스터가 있을 수록 공격력이 강해서 아군에게 피해를 많이 줍니다. 대신 아군도 몬스터에게 피해를 많이 줄 수 있죠. 그러다가 중열, 후열로 갈수록 그 수치가 떨어집니다. 일종의 거리감을 이용한 공수 설정이겠죠. 물론 이런 거리와 무방하게 대미지를 일정하게 줄 수 있는 마법이나 원거리 공격 또는 설치형 공격이 있겠습니다.

그리고 가장 핵심사항은 몹들의 위치를 전후좌우로 바꿀 수 있는 '스킬'입니다. 가령 몹이 전열에 1마리씩 총 3마리가 있다면 가장 좌측 몹을 우측으로 한 칸 옮기고, 가장 우측 몹을 좌측으로한칸 옮기면 전열 가운데에 3마리가 모이는데 이렇게 되면한 번의 공격으로 동시에 3마리를 공격할 수가 있거든요.아군이 턴을 갖고 있는 동안에는 이렇게 몹을 효율적으로 몰아다가 단숨에 공격하는 것이 <라디언트 히스토리아>의 전투 핵심이죠. 공중에 띄워서 콤보 연결하고 낙하시켜서 대미지를 추가하는 것도 있고, 트립을 설치해놓고 좌우 몰아다가 트랩으로 몰아넣어서 순살시키는 것도 있고, 몹몰아 죽이는 건 몇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그래서 전투도 단순 턴제로 지루하지 않고 어느 정도 즐겁게 즐길 수가 있습니다. (나중에는 트랩이 워낙 사기적이라 밸런스가 무너집니다만.......)

초중반가지 스토리가 하나둘 밝혀져가는 과정도 즐겁고, 스토리 보드를 하나하나 메꾸어 가는 재미도 있고, 전투도 아기자기하니 즐길만합니다. NDS로 나온 RPG중에 손가락으로 꼽을 완성도를 갖춘 녀석이 아닐까 싶네요. 개인적으로는 <드래곤 퀘스트9>보다 <라디언트 히스토리아>가 더 재밌었습니다.

평점 7 / 10

떨어지는 녹색 - 다나카 히로후미


2005년 동경창원사
2008년 문고판

1993년 고분샤 <아유카와 데쓰야의 본격추리>에 응모해서 단편부분 입선을 해서 작가 데뷔했다고 하는 다나카 히로후미. 당시 입선한 단편이 이번에소개하는 '떨어지는 녹색'입니다.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아유카와 데쓰야도 칭찬(?)했다고도 하던데, 어째선지 다나카 히로후미는 SF판타지,호러류 소설을 집필하게 됩니다. 미스터리와는 많이 동떨어진 세계에서 놀다가 동경창원사의 요청으로 부활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93년도 단편이 2005년도 단행본에 실리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동경창원사측의 요청사항은 말장난도 없고, 개그도 없는 제대로된 미스터리였다고 하더군요. 물론 실제 그런 내용의 단편 미스터리가 됐느냐?는 별개의 문제겠지만요.

아무튼 총 7 개 단편이 수록됐습니다. 1개는 표제작이자 데뷔작이고, 5개는 동경창원사의 미스터리 잡지에 연재됐던 것이고, 나머지 1개는 단행본 발간에 맞추어 새롭게 쓴 신작 단편입니다. 해서 7편. 제목에는 전부 '색깔'이 들어갔습니다. 녹색,노란색, 검정색, 푸른색, 빨간색, 핑크, 갈색 그런 식입니다. 색상이 선명하니 일단 이미지가 확 머릿속으로 들어오는데, 재밌는 건 이 단편 미스터리들은 전부 '재즈'가 주요 소재로 등장합니다. 제목은 시작인데, 실제 내용은 청각이 주가 되니 흥미가 동하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실제 탐정역 주인공인 나가미 히타로는 작중 화자인 나=가라시마가 이끄는 가라시마 퀀텟에서 테너 파트를 담당하는 뮤지션입니다. 천재적인 재능과 자기만의 자유로운 음악성을 갖고 있는 캐릭터로 자기가 관심있는 음악 이외에는 좀 무지합니다. 그런 설정의 캐릭터가 음악고 관련된 이런 저런 사건을 만나고 해결한다는 내용입니다.

 장르는 본격 쪽보다는 '일상' 계열에 가깝습니다. 걔중에는 본격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녀석도 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미스터리보다는 재즈 쪽 비중이 더 크게 느껴지거든요. 이렇게 느낀 이유는 각 단편의 뒤에는 '쓸데없는 참견'이라고 작가가 사족 비슷하게 라 창작노트를 달아 놓았는데요, 거기에서 재즈 음반 소개가 나오는데, 이게 '진국(?)'입니다. 미스터리 단편은 졸지에 부가 되고 사족 비슷하게 들어간 녀석이 주인 행세를 하더군요. 뭐 그렇다고 저는 재즈 마니아도 아닐 뿐더러 재즈는 그냥 수 많은 음악 중에 하나로 특별히 재즈가 좋다!는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음악 자체는 좋아하다보니 아무래도 눈길이 그리로 끌리더군요.

 미스터리 완성도는 솔직히 좋다고는 말 못하겠습니다. 마지막에 수록된 단편이 꽤 맘에 들었습니다. 일종의 밀실물인데, 탐정이 사건의 진행을 보고 범인의 성격을 유추합니다. 그리고 한한정된 용의자와 함께 연주를 하는데, 각 파트의 솔로 연주 부분에서 돌발상황을 연출해서 용의자의 성격을 알아보고 범인인지 아닌지를 따지게 되는데, 돌발행동이 꽤 신명(?)나게 그려집니다. 그런 부분은 다른 단편에서도 꽤 나오는데 문자로 되어있는데 귓속 어딘가에서 멜로디가 흘러나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기분 좋은 묘사가 인상 깊습니다. 그래서 미스터리만 놓고 보면 썩 맘에 들진 않지만 전체적으로는 재밌게 잘 읽은 단편집입니다. 후속편도 있다는데 기회가 되면 계속 읽고 싶네요.

평점 6 / 10

2010년 11월 2일 화요일

인체모형의 밤 - 나카지마 라모

1991년 집영사
1995년 문고판
2009년 우리말 (북스피어)

출판사중에 개인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북스피어'에서 야심차게(까지는 모르겠지만) 출간한 나카지마 라모의 대표작 중 하나 <인체모형의 밤>은 이색적인 단편집입니다. 책 제목과 같은 단편은 들어있지 않고, 단편 제목을 잘 보면 눈, 코, 귀, 무릎, 배꼽, 위, 팔 등 '신체부위'가 꼭 들어가 있는 걸 알 수 있는데, 그걸 그대로 제목가 연결 지어서 생각해보면 아하! 하게 됩니다.

각 단편의 내용은 직접 읽어보면 알 것 들이니 여기서는 넘어가기로 하고, 장르 이야기나 좀 해야겠습니다. 기본적으로는 미스터리 카테고리에 넣어도 괜찮겠습니다만, 그 앞에 넓은 의미라는 말이 '반드시' 붙어야 합니다. 여기에 호러 맛을 내는 양념이 첨가되었는데, 그 맛이 진하게 남는 단편과 그렇지 않은 단편이 혼재해 있고요. 아니면 그냥 괴담 같은 내용으로 끝나는 단편도 있습니다. 여기에 오컬트 같은 내용도 등장하는 등 ( <가다라의 돼지>를 읽어 본 사람이라면 탁!하고 무릎을 치겠네요.) '기묘한 이야기'라는 말로 갈음할 수 있을 정도로, 딱 잘라 이거다라고 장르적 목사리를 채울 수가 없습니다. 약간은 으스스한 기묘한 이야기 정도가 어울립니다. (일본에서는 이런 내용의 단편들을 갖다가 짤막한 TV드라마로 방영하곤 하더군요. 그 드라마 시리즈를 전부 보진 못했지만 -이마무라 아야의 단편이 드라마 원작으로 쓰인 건 봤습니다. - 아마 나카지마 라모의 단편도 몇 개 쓰였어도 이상하지는 않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무릎', '날개와 성기'가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무릎 경우는 연극으로 마지막 장면까지 재현했다던데 도대체 연극으로 어떻게 상영했을지 상상이 가질 않네요.^^ 날개와 성기는 약간은 엽기적인 이미지의 단편이긴 한데, 여기에 폭력과 피를 첨가하면 히라야마 유메아키 이미지가 떠오르더군요. 이쪽도 연결 지으면 그런 식으로 고리가 이어질 듯 합니다만 그냥 개인 감에 의존한 거다보니 신뢰도 빵점이니 그냥 신경 쓰지 마시길....

아무튼 <가다라의 돼지>를 이미 읽어본 사람이라면 망설일 것 없이 <인체모형의 밤>도 집 책장에다가 소중하게 꼽아놓으면 되겠습니다. <인체모형의 밤>을 먼저 읽고 재밌었는데, <가다라의 돼지>는 아직이라면 뭘 망설이시나요? 바로 휴가내고 책 읽으세요. ㅋㅋ 아직 나카지마 라모와 신경전 중이거나 탐색전 중이신 분은 미친 척 읽어보길 권합니다. 미치면, 아니 정신줄을 '포기'하면 편하죠.

평점 6 / 10

2010년 11월 1일 월요일

악처에게 바치는 레퀴엠 - 아카가와 지로

1981년 각천서점
2010년 우리말 (살림)

아카가와 지로 초기작품이면서 역시 의외로 우리말로 나와서 놀랐던 녀석입니다.  이미 <마리오네트의 덫> 우리말 출간으로 깜짝 놀라긴 했지만 <악처에게 바치는 레퀴엠>마저 나올 줄은 미처 상상도 못 했거든요. 최근 <삼색 고양이 시리즈 - 구판에서는 얼룩 고양이 시리즈로 번역>도 속속 재간되는 걸 보면 감회가 새롭더군요.

책 내용은 4명의 유부남이 팀을 이룬 창작 집단에서 각자 '마누라를 죽이는' 내용의 소설을 쓰기로 합니다. 각자 특색이 맞게 일반소설, 시나리오, 인터뷰, 문학소설 분위기를 내면서마누라 죽이기 소설을 집필하는데, 현실에서 소설 속 내용이 실제로 벌어지고 맙니다. 당황한 남편들은...............

4명의 현실 이야기와 4개의 가상 이야기가 서로 겹치면서 이루어지는 미스터리입니다만, 뭐 미스터리 보다는 그냥 서스펜스라고 보는 게 좋을 것 같고, 그 앞에 '가벼운'이란 수식어를 하나 더 달아주면 적절합니다. 그래서 대강의 줄거리만 보고 너무 기대를 하지는 마시길 바랍니다. 원래 아카가와 지로의 작풍이 이런 스타일이니까요. (작품중에는 찾아보면 이런 가볍고 유머스러운 내용과는 동떨어진 녀석들도 있긴 합니다만 초기작 중에 한하고 나중에는 아예 찾아보기도 힘들어집니다.)

분량도 무척 얇고 진행은 빠르고 문장은 거침없이 술술 읽힙니다. 작가의 중후기에서 보이는, 심각한 페이지 문자 결핍도 보이지 않아서 뭔가 소설 다운 소설 느낌도 들고요. 네 작가가 창작한 네 가지 이야기도 패턴별로 등장해서 뷔페같은 기분도 들어서 좋죠. 그리고 각자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도 됩니다. 본격 작가들이 썼다면 심각한 내용이 됐을지 모르는데, 작가 덕분인지 시종일관 개구쟁이들의 장난 같은 분위기 때문에 거부감은 없더군요. 때문에 깊이가 없는게 흠인데, 작가의 작풍이 그런걸 어쩌겠습니까? 독자가 알아서 골라야죠. 아무튼 짓궂은 내용이지만 가볍고 말랑하고 달콤한 솜사탕 같은 미스터리風 소설을 원하는 독자가 있다면 <악처에게 바치는 레퀴엠>은 괜찮은 선택이 될 겁니다.

평점 6 / 10

유령열차 - 아카가와 지로


1978년 문예춘추
1981년 문고판 (사진)

표제작인 <유령열차>을 포함,총 5편의 단편이 들어간 '아카가와 지로'의 데뷔작입니다.

 경시청 조사1과의 오니경부(귀신도 잡는 형사)라고 불리우는 - 외모는 정반대지만 - 주인공인 내가, 온천 마을에서 벌어지는 열차 내 승객 집단 소실 사건, 속칭 유령열차 사건의 조사를 위해 휴가를 위장해 수사에 착수한다. 여관에서 나는 탈의실 해프닝으로 여대생 '나가이 유코'와 알게 된다. 그녀도 유령열차 사건에 흥미를 갖고 찾아왔다고 하는데, 대체 사라진 8명의 승객들은 어떻게 된 것인가?

 이 단편으로 작가는 상을 수상하면서 데뷔했습니다.  처녀장편인 <마리오네트의 덫>이나 <사자(죽은자)의 학원제>등에도 관심은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유령 시리즈>를 전부터 꼭 읽고 싶었습니다. 그런 소원을 이제서야 달성했습니다. 실은 <얼룩고양이 홈즈>시리즈를 읽으면서 그때부터 갖고 있던 생각이니 꽤 오래된 소원이기도 하네요.

 아무튼 작가후기에서도 밝혔듯이, 당시에는 드문, 가벼운 분위기와 간단한 트릭과 추리로 호평을 받았던 단편이라는 점을 떠올리고 읽는다면 꽤 재밌게 읽을 수 있더군요. 이 단편이 나온 78년도에는 일본에는 사회파 추리소설 들이 주로 대세를 이루던 시절임을 감안한다면 '아카가와 지로' 스타일의 가벼운 추리 소설은 신선한 맛이 강했을 것이다. 이렇게 시대조류와 빗겨나가는 녀석은 언제나 환영이죠.  하지만 표제작 <유령열차> 보다는 두번째 단편인 <배신당한 유괴>가 플롯이나 완성도가 더 좋더군요. 


 어느 실업가의 딸이 유괴당하고, 경시청총감이 직접 거론해 은밀하게 수사에 착수하는 주인공. 그곳에서 뜻하지 않게 유괴된 소녀의 가정교사를 맡고 있던 '나가이 유코'와 재회하게 된다. 표면적인 사건 그리고 숨어있는 사건의 구조를 짧은 단편안에 밀도 있게 잘 그려넣은 단편입니다. 전편에서 후속편을 암시하는 내용대로 젊은 여대생에게 휘둘리는 중년 형사라는 유령시리즈의 기본 구도도 여기서 확립됩니다.

 진지하게 추리 소설을 대하는 분들에게는 너무 가벼운 소설입니다. 하지만 본인 처럼 가벼운 소설이나 무거운 소설이나 보통은 잘 가리지 않고 - 무거운 소설은 아무래도 뒷끝이 안좋아 본능적으로 피하게 되기도 하지만 - 읽는 분들에게는 일독을 해도 후회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 되기에는 아마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도 해보지만, 자비심(?) 넘치는 출판사가 나타나서 <유령열차>와 <마리오네트의 덫> 그리고 <사자의 학원제> 정도는 정식으로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마 거의 팔리기는 힘들겠자만요. (여담. 마리오네트의 덫은 2010년도에 우리말로 정식 간행되었습니다. 소만문 작성 시기는 2007년도)

평점 7 / 10

살인이여, 안녕? - 아카가와 지로


1984년 가도카와쇼텐 (사진은 나중에 재간된 신장판)

 오늘 아빠가 죽었다. 어제일지도 모르지만 나로서는 알 수 없다. 그런 일이야 어찌됐든 나랑은 상관없다. 그게 아빠는 언제나 일, 일, 일 이라고 외치면서 1년의 반 이상을 해외출장을 나간다. 그런 아빠를 아이답게 사랑하라고 해도 나한텐 무리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아빠를 죽인 사람은 엄마라는 사실을.....

 2학년 여중생 '유키코'가 작중화자이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추리소설입니다. 세부적으로는 본격보다는 서스펜스 쪽에 가깝겠네요. 시니컬한 유키코의 말투와 대사가 소설 전체를 장식하고 있어서 읽는데 어려움은 전혀 없습니다.  무척 스피디하고 깔끔하게 잘 읽히죠. 90년대 이후의 아카가와 지로 소설처럼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같은 수준도 아니라서 토막난 문장 보는 괴로운 맛도 거의 없고요.

 제목 <살인이여 안녕>은 아무리봐도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의 오마쥬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빠를 죽인 엄마와 함께 여름방학을 맞이해 바닷가 별장으로 놀러간 유키코.  그런 유키코 앞에 엄마의 재혼상대인 젊은 남자가 등장하는 등, 전체적인 분위기가 꽤 비슷하게 흘러가죠. 이밖에도 아카가와 지로의 첫 장편소설 <마리오네트의 덫>은 프랑스 추리소설 고전인 세바스티앙 자크의 <신데렐라의 함정>과 유사점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작가는 초창기에는 프랑스쪽 소설에서 모티브를 꽤 따온게 아닌가 싶죠.  (여담이지만, 일본에서는 <마리오네트의 덫>이 꽤 호평을 받는 고전격이지만 본인의 감상으로는 <신데렐라의 함정>발끝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신데렐라 함정>도 닳고 닳은 마니아가 지금 읽는다면 재미가 좀 떨어질지 모르지만, 제가 처음 읽었을때는 꽤 충격적인 전개였습니다. 범인=피해자=탐정 이란 공식이 어떻게 성립하는지 지금이라도 궁금하다면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나중에 구지라 도이치로는 이걸 응용해서 <두 명의 신데렐라>라는 엎치락 뒤치락 미스터리를 발표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살인이여 안녕>은 별장에 놀러간 날 한 여자가 살해당하고, 유키코는 바닷가에서 누군가의 공격을 받아 익사당할 뻔한 일이 벌어지면서 유산을 둘러싼 싸움이 엄마의 재혼문제가 얽히면서 미스터리 플롯을 만듭니다.  일단은 살인사건이 등장하고, 알리바이 트릭도 나오지만 범인의 정체는 꽤 싱겁더군요. 범인의 얼굴에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고 하지만 보고 있으면 그게 누군지 바로 알 수 있을 정도로 쉽습니다. 단지  주목해야할 부분이 있다면 마지막 결말처리입니다. 소설 초반부의 복선과 연결된 결말 처리가 깔끔하더군요. 추리하는 잔재미는 없지만 여주인공과 돌발적인 결말 등 전체적으로는 읽을만한 소설입니다.

 찾아보니 후속작도 있더군요. 제목은 <살인이여, 안녕~>입니다다. 여기서 소개한 안녕은 '안녕하세요'의 인삿말 안녕이고, 후속작의 안녕은 헤어질때 인삿말 '안녕히가세요'의 안녕입니다.

평점 5 / 10

마리오네트의 덫 - 아카가와 지로


1981년 문예춘추 (사진은 나중에 재간된 '신장판')
2010년 우리말

'유령열차' '얼룩고양이 홈즈의 추리' '세자매탐정단' 등의 여러 시리즈로 엄청난 다작 작가로 유명한 아카가와 지로의 처녀장편소설이다. '사자와 학원제'가 먼저 출판됐지만 탈고는 '마리오넷의 함정'이 더 빠르다고는 하면서 서로 처녀작이네 뭐네 싸우는 건 그 쪽 사정이고 우리는  세세한 것까지 신경쓸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냥 작가의 초기 장편소설 정도로 인식하면 충분하다.

 일단 <마리오네트의 덫>이 보여주는 감성은, 80년대 후반을 넘어 90년대와 2000년대의 아카가와 지로 작풍과는 많이 다르다. 초창기 그의 소설을 보면 미스터리스런 플롯의 강도가 훨씬 강하고, 상황이나 묘사 관련 부분도 많고 분량도 어느 정도 되는 편인데 이런 것들이 뒤로 갈수록 줄어들고 순수 대사 위주로만 플롯이 진행되면서 갈수록 읽는 맛이 떨어져간다. 나중에 모 인터뷰에서 결말을 살정하지 않고 쓴다고 해서 논란이 됐다고도 하던데 - 온다 리쿠 아줌마도 같은 스타일 - 그럼에도 아카가와 지로의 초기작 중에는 괜찮은 작품들이 꽤 많다. 아무튼 데뷔 후 지금까지 거의 500권 가까운 소설을 썼다는데 지금은 과거의 참신함은 전부 사라져서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아...지금도 '여고생'들이 자주 나오는 걸 보면 그떄나 지금이나 그건 비슷하다.

 이번에 소개하는 <마리오네트의 덫>은 작가 초기작으로 특기사항으로는 '여고생'이 일절 나오지 않는다. 등장하는 여성 연령대도 대부분 20대 이상이다보니 묘한 이질감마저 느끼게 한다. (.......)  내용은 추리소설쪽 보다는 그냥 한 편의 '헐리우드 영화'를 적당히 즐겁게 보는 느낌의 가벼운 서스펜스 물 정도로 보면 좋겠다.  감이 좋은 독자분들은 이번에도 바로 배후의 주동자를 색출할 수 있을 것이다.  '억 소리나는 반전' 같은 건 없으니 너무 기대는 하지 마시라. 하긴 해설의 오버스러움은 - 해설대로라면 개나 소나 다 양질 소설이니 - 여기서는 그냥 무시하고 본인은 그냥 '평작' 정도로 점수를 주고 싶다.

평점 4 / 10

(추가)
어느새 우리말로 이 작품이 나왔더군요. <유령열차>가 더 먼저 나오지 않을까 예상은 했었는데, 의외로 이 녀석이 나와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튼 아카가와 지로의 초기작에는 '프랑스풍'이란 말이 어울리는 단어가 생각날 정도로 그 쪽을 의식한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실제로 <마리오네트의 덫>은 제목부터가 그렇습니다. 초판이 나온 시기를 감안한다면 그럭저럭 읽을만할 겁니다.

2010년 10월 30일 토요일

느끼는 사파이어 (주얼리 커넥션 8) - 노마 미유키



2003년 백천사 문고판 (해설 : 고모리 겐타로)

<느끼는 사파이어>는 현재까지 (2010년기준) 문고판으로 나온 <주얼리 커넥션> 중에 가장 최근작에 해당합니다. 신시리즈 <주얼리 박스데이즈>가 나오곤 있는데 이건 일반 단행본으로 먼저 발간중이고 어느 정도 모이면 문고판으로 다시 나오겠죠. 어쨌든 <홍콩비취환상>에서 여주인공 다카오카 미도리가 남자 주인공 카지노 시로와 결혼하면서 1부가 끝났고, 그 후 연재가 재개됐다가 이번에 <느끼는 사피이어>에서는 미도리가 임신하면서 2부가 끝납니다. 3부격에 해당하는 <주얼리 박스데이즈>에서는 육아와 보석 디자인을 같이하는 미도리 이야기가 그려집니다.

-바다의 눈동자

하와이로 출장갔다가 교통사고로 죽은 남친을 잊지 못하는 여자. 남자의 유품에서 반지를 찾는데 거기에는 여자의 이름이 아니라 엉뚱한 여자 이름이 새겨져 있는데.......

하와이 방언을 이용한 암호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냥 로맨스...OTL 미도리가 사건(?)에 개입하는 것도 그렇고 해결도 그렇고, 갑자기 퀄리티가 확 떨어진 '느낌'이 드는 단편이다. 이런 내용을 보고 싶은 게 아닌데........

-느끼는 사파이어 3부작~사파이어의 향기, 사파이어의 소리, 사파이어의 맛
전편 '투르말린' 3부작에 이은 사파이어 3부작입니다. 세자매와 투르말린에 얽힌 이야기었던데 비해 이번에는 전혀 다른 캐릭터들과 사파이어를 모티브로한 사건을 미도리가 해결한다는 내용입니다.

~사파이어의 향기
남친과 나만이 알고 있는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향수 냄새가 친한 친구한테서 납니다. 당연 우리의 여자는 남친이 바람피고 있구나 의심하게 되죠. 하지만.....미스터리적 장치가 있긴 하지만 결국 로맨스 OTL

~사파이어의 소리
맹인 조율사가 예전에 들었던 맑고 투명한 소리의 주인공을 찾는 걸 미도리가 도와준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냥 로맨스...OTL

~사피어이의 맛
아버지가 물려주신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꾸려나가려고 하는 여주인공. 하지만 과거 아버지 밑에서 일하던 남자 직원이 대형 레스토랑 체인점 매니저가 되서 찾아오더니 가게를 팔라고 하죠. 하지만...... 역시 미스터리보다는 그냥 로맨스. 차라리 김탁구처럼 막장으로 가던지.....

-석류석의 눈물
카지노 시로의 대학동창이 한 여자를 데리고 보석을 맞추러 옵니다.여자가 원한 보석은 가네트. 여자는 자기 탄생석도 아니고 뭣도 아닌 가네트를 선택한 이유는.....?

-로즈 홈페이지에 어서오세요
인터넷에 로즈(오카모토 귀금속점 가게 이름) 홈페이지가 생겼고 거기서 물건을 주문하면 진짜 정품이 배달되 옵니다. 조사부 미도리와 시로는 가게를 사칭한 범인(?)을 잡기 위해 함정을 파고, 잡습니다. 하지만 범인의 목적은.......

-See you again
말 그대로 또 봐용하는 내용. 임신했소이다 하고 나중에 보자는 에필로그식 단편. OTL


-HONEY BEE LIPS
-BUTTER FINGER FLY
마지막에 수록된 단편 2개는 <주얼리 커넥션 시리즈>와는 상관없는 내용입니다. 여기서는 그냥 제외합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단편집은 미스터리 다운 내용은단 하나도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 굳이 찾자면 한,두편 정도 되겠지만 - 시리즈 최악의 내용입니다. 일상 미스터리로 보기에도 뭔가 대충대충 만들어놓은 플롯이 신경에 거슬립니다. 이 시리즈가 원래 이런 느슨하게 즐기는 치정 드라마 스타일이었다면그러려니 하겠는데, 초장에는 잘 나가다가 갈수록 수습을 못하는 걸 보니 그냥 안구에 습기가 차오릅니다. 이런 경향은 다음작으로도 계속 이어지는데 역시 <홍콩비퀴환상> (시이즈 6권)에서 끝났어야 독자도 좋고 작가도 좋았을 겁니다. 80년대 초반부터 소녀만화와 미스터리를 잘 이용한 작가가 안타까울 뿐입니다. 최근에 나오고 있는 <신 퍼즐게임 하이스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림이면 그림 내용이며 내용 과거 제품에 상대가 안되는 저질 퀄리티를 뽐내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그동안 정든게 있어서 +1점 합니다.

평점 3 / 10

2010년 10월 28일 목요일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 미쓰다 신조

2007년 하라쇼보
2010년 문고판 (고단샤)
2010년 우리말 (비채)

일본에서는 본격 미스터리 대상 후보에 종종 이름을 오렸던 미쓰다 신조의 소설이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소개됐습니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재밌게 읽었던작품이 첫 번역이 되서 그냥 혼자서 좋아서 헤벌쭉 웃곤했는데, 이번에 우리말로 재독할, 아니 삼독하게 되어서 새삼 느낀 점을 다시 정리해봤습니다.

일단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은 도죠 겐야를 탐정으로 한 시리즈 물입니다만, 뭐 다 읽어본 분들은 이미 아시겠지만 시리즈물이란 걸 염두해두지 않아도 충분히 '독립적'인 작품이란 걸 말이죠. 그래서 미독인 분들은 걱정할 필요없이 바로 손으로 펴들면 되겠습니다.

하나 더. <잘린 머러처럼 불길한 것>은 상당히 장난끼가 많은 탐정소설입니다. 그래서 주대상층은 이미 미스터리에 익숙한 독자들입니다. 그걸 상정해두고 플롯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미스터리 작가와 독자들 사이의 약속이나 규칙 등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소설 막바지에서 몰아치는 부분에서 좀 당혹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옆에다가 메모지와 펜을 준비하고 직접 적어가면서 - 특히 등장인물도 좀 꽤 되기 때문에 - 도표를 만들면서 보면 더 이해하기가 쉬울 겁니다.

재독이지만 역시 기믹 넘치는 막판의 곡예놀이는 여전히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의 재미의 핵심이구나, 새삼 느꼈습니다. 막판 80 페이지 정도가 순식간에 읽혀나가는 그 놀라운 속도는 직접 읽어봐야 느낄 수 있는 묘미겠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동시에 단점을 갖게 됐습니다. 막판 해결전까지 전부 '사건'의 묘사에 가깝기 때문이죠. 물론 진상을 알고 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에 공감도 가고 더 좋은 플롯은 없었을까? 고민도 해보지만, 가방 끈 짧은 머리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려봐도 돌 굴러가는 소리만 들려옵니다. ㅋㅋ그만큼 솔직히 초반에는 지루합니다. 그나마 본격적인 살인 다운 사건이 발생하는 것도 200페이지 정도는 가야 나오니까요. 이건 몇 번을 읽어도 변치 않더군요. 초반이 지루해!! 뭐 그런 부분만 극복한다면 그 다음부터는 이중 삼중으로 설치된 지뢰를 밟을 수 있는 수색대가 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으니, 고진감래란 말이 딱 맞는 내용입니다.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이 잘 팔려서, 작가의 다른 책들도 계속해서 소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도죠 겐야 시리즈가 은근히 되는데 전부 나와준다면 쌍루를 흘리면서 환호할 겁니다. (.....)

여담) 우리말 버전에서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표지'였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국내판 표지가 이쁘게 잘 나왔더군요. ^^

평점 8 / 10

2010년 10월 27일 수요일

투르말린 이야기 (주얼리 커넥션 7) - 노마 미유키



2002년 백천사 문고판 (해설 : 아사히나 마리아)

사실 전편 <홍콩비취환상>에서 끝났으면 좋았을 법한데, 내용상 보석과 얽힌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보니 나오게 된 속편 격이긴 한데, 완성도가 떨어진다.

-아다만트(Adamant)의 요새
다이아몬드를 두려워하는 20살 모델 이야기입니다. 오카모토 귀금속에서 다이아몬드 광고를 위해 발탁한, 잘나가는 여자 모델이 정작 다이아몬드를 무서워합니다. 그래서 조사부 일동이 '왜' 다이아몬드를 두려워하는가를 조사하죠.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은?

뭐 여성 독자를 주대상으로한 잡지고 내용도 그렇다보니 따라오는 미스터리도 비슷비슷한 느낌이 많이 듭니다. 이유보다는 마지막 마무리가 인상적인 단편입니다.나도 딸자식이 있었더라면 똑같이 했을지도 모른다는, 여주인공의 대사가 이번 단편의 주제겠죠. 그러나 남성 독자로서 딴지를 걸자면 '딸자식 가진 아버지'도 마찬가지 심정이란 걸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OTL

-Common Twins
쌍둥이 여성과 보석 그리고 그 사이에 한 남성의 이야기를 그린 단편입니다. 어머니 유품이라면서 가져온 에메랄드 보석을 재가공해서 목걸이로 만드는데, 어째선지 90도 돌려서 해달라고 부탁을 하죠. 그래서 그 이유를 살펴보니 보석에 자연발포로 마치 '이름'같은 문자가 새겨져있었습니다. 아마 그 이름이 우연찮게 여친 이름과 같아서 그런가보다 싶었는데, 대금 결제문제로 남자네 집으로 찾아간 미도리는 거기서 시체를 발견합니다.

굳이 미스터리적으로 보자면 '암호물'로 분류가 가능할 듯도 싶습니다만,그걸너무 의식한 나머지 이름이 좀 부자연스러워서 무리수를 둔 단편입니다.그냥 자나깨나 '남자 조심'하자는 내용으로 받아들이면 되겠습니다.OTL

-보이지 않는 실
평소호감이 가던 한 남자가 어느날 부턴가 목에다가 루비 목걸이를 하고 있다보니 애인이 생긴게 아닌가 걱정하는 여성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내용입니다.

동성애 코드가 들어가있긴 한데,노마 미유키의 다른 시리즈 <해시계 살인사건> 같이 노골적으로 나오진 않습니다. 친절하고 착한 사람도 좋지만 자기주장이 너무 없으면 그건 그것대로 나중에 골치가 아플텐데,뭐 그런 생각이 드는 단편입니다. 그냥 로맨스.

-투르말린 이야기 ~ 파라이바 투르말린
-투르말린 이야기 ~ 핑크 투르말린
-투르말린 이야기 ~ 워터멜론 투르말린

투르말린 삼부작입니다.
리오, 나츠키,모모코 세 자매에게는 돌아가신 할아버지기 계신데, 할아버지가 유품으로 남겨주신 보석이 투르말린입니다. 장녀 리오에게는 엄청난 고가의 파라이바 투르말린, 차녀 나츠키에게는 수박같이 생긴 독특한 워터멜론 투르말린으로 가치는 거의 없습니다. 막내 모모코에게는 가공된 핑크 투르말인인데 이 역시 돈으로환산하면 얼마 안되죠. 단지 할아버지는 손녀들에게 보석을 건네면서 절대 교환하거나 팔지 말고 갖고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겁니다. 그러면 언젠가 그 '의미'를 알 것이라면서요. 해서 주인공 조사부가 세자매와투르말린에 얽힌 이야기를 밝혀낸다는 것이 트릴로지 내용입니다.

장녀 리오는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비밀과 로맨스를 다루고 있고, 차녀 나츠키는 숨겨진 범죄와 할아버지의 혜안이 두드러지고, 막내 모모코는 어릴적 트라우마과 할아버지의 애정이 숨은 그런 내용입니다. 전체적으로 미스터리보다는 그냥 드라마 쪽에 더 가까운 내용입죠.

평점 4 / 10

2010년 10월 23일 토요일

에메랄드 시티 (주얼리 커넥션 5) - 노마 미유키



1999년 백천사 문고판 (해설 : 니시자와 야스히코)

-클루 도레이유 (clou d'oreille)
제목 찾다가 시간 다 간 단편이다. 피어스(피어스트 이어링)를 프랑스어로 하면 클루 도레이유라고 하는데, 그건 일본애들 입장이고 원래 프랑스어에는 이런 단어 조합은 없는 듯 하다. (프랑스어가 문외한이라 있을지도 모르겠다만;;;;) 그냥 바클 도레이유라고 하는 듯 한데 아무튼 결국 이번 제목도 '피어스'가 된다. 예전 시리즈 2권인가 3권인가에서 주인공 가지노 시로의 헤어진 마누라가 나와서 한바탕 소동을 벌였는데, 이번에는 그 마누라의 '역습'에 해당되시겠다. 그때 제목은 '피어스를 뺀 여자'였다.

가지노의 헤어진 마누라가 앙심을 품고 피어스를 이용해서 미도리에게 살인누명을 씌워서 미도리가 속한 오카모토 귀금속 회사 이미지에 타격을 주려한다는 일석이조 어쩌구 저쩌구하는 내용이긴 한데, 미스터리적 재미는 없다.

-설앵초(노루귀)
전편에서 헤어진 마누라 역습 때문에 회사에 사표까지 던질 뻔한 두 사람은 도시를 떠나 한적한 온천에 휴양차 간다. 하지만 두 사람은 오지랖 넓게도 그곳에서 여관 여주인 그리고 그녀의 헤어진 남자친구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한 번 탐정은 영원한 탐정, 가는 곳 마다 사건이 끊이지 않아야 작가도 수입이 생겨서 좋고 독자도 즐거워서 좋고.....(응?) 뭐 숙명이겠거니 하자.쉬러 갔다가 결국 남들 좋은일 해준 두 사람을 그리고 있다. 혹자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 그 중에서도 남녀관계가 그야말로 미스터리를 방불케 한다고 하는데, 맞을지도 모르겠다. 이성과 감성의 비율에 따라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니까 말이다. 아 이건 그냐 여담으로 단편 내용과는 상관없다. 그냥 그렇다는 얘기.

-에메랄드 시티
일때문에 찾아간 호텔 바에서 우연히 대학시절 동창과 만난 미도리. 그리 친하지 않았던 사이였지만 미도리 친구는 남자운이 없는 불운을 타고 났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또(...) 유부남에 빠져서 허우적 대는데, 불륜 대상 남자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미도리는 자살에 석연찮은 점을 찾는다.

표제작. 플롯 자체는 매우 단순한데, 미도리가 친구의 범행임을 확신하는 단서와 그걸 논리적으로 연결시키는 프로세스가 괜찮은 단편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보너스 처럼 넣은 반전은 허허! 거릴 정도로 괜찮은 뒤집기였다.

-세실 로즈에게 잘 부탁해
남녀상열지사.....그냥 쉬어가는 페이지이다.
혼기가 꽉 찬 여자가 결혼을 전제로 미래와 현재를 저울질하는 그런 내용이긴 한데, 뭐 돈 보다는 사랑으로 끝나는 점이 만화답다. 나 같으면 둘 다 차버리지......

-8월의 직녀
투르말린(전기석) 상품을 개인판매중인 유미코의 부탁으로 유명 여자 탤런트를 만나게 된 미도리. 하지만 며칠 후 여자 탤런트가 변사체로 발견된다. 집에서 재배중이던 독초를 차로 달여서 마신 것이 사인으로 밝혀진다. 하지만 미도리는 침대 시트를 보고 단순한 자살이 아닐거라 직감하는데......

미스터리 쾌감은 꽤 낮은 편이다. 함정을 판 탐정의 의도는 물론 범인의 행동예측까지 전부 뻔해서 그런 재미가 없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단편이다.

-플라티나 러브
문고판 2권 <다이아몬드 미궁>에 수록된 '녹색 인클루전'이란 단편에서 에메랄드를 둘러싼 오해로 갈라설 뻔했던 연인으로 나왔던 캐릭터들이 다시 출연했다. 이번에는 결혼반지를 플라티나로 하네, 순금으로 하네 하면서 티격태격 싸우는 내용이다. 미스터리 내용은 일절 없다. 건너 띄어도 상관없는 페이지.

-토파즈의 밤
유수의 실업가 딸래미가 엄마의 소중한 반지를 들고 가출한다. 오카토모 귀금속 조사부는 여사장 부탁으로 딸이 가져간 반지를 되돌리기 위해 레플리카를 만들어서 바꾸려고 하는데, 조사부원 이외에도 그 반지를 원하는 이가 있었는데........

이번편도 미스터리적 재미는 없다.  왜 반지를 원하는가가 미스터리라면 미스터리겠는데, 솔직히 내용도 그렇고 의도야 어떻든 별로 중요한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재미가 떨어진다. 모녀간 사랑을 다시 확인하는 그냥 '드라마'로 받아들이면 재밌게 볼 수 있는 단편.

평점 4 / 10

2010년 10월 22일 금요일

너는 루비같은 거짓말을 한다 (주얼리 커넥션4) - 노마 미유키



1999년 백천사 문고판 (해설 : 오타 다다시)

시리즈 4번째.

-잠자는 비너스 펄
오카모토 귀금속 회사 경리담당 여직원이 회사돈을 횡령한채 행방불명된다. 조사부 소속 가지노와 미도리는 사장 명령으로 사라진 여직원의 찾지만, 발견한 것은 여직원이 남긴 유서뿐. 하지만........

범인(?)을 함정에 빠트리는 내용이 이번 단편의 묘미. 미도리가 함정수사에 착안점을 갖게 되는 단서와 제목의 비너스 펄까지 자연스레 이어지는 것이 일품이다.

-오팔은 뜨겁게 젖어서
유명 레스토랑의 여사장의 남편이 여직원과 함께 동반자살을 한다. 석연치 않은 점을 발견한 가지노와 미도리는 여사장이 하고 있던 오팔반지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깨닫는데.......

범인의 정체는 뻔하고 범인을 추궁해서 구석으로 몰아가는 내용인데, 그다지 재밌는 로직은 아니다. 파이어 오팔과 그 속성 그리고 뜨거운 열이 잘 어울릴 뿐이다.


-침엽수
스키 산장에서 발견된 반지. 주인을 찾는 광고에 가지노와 미도리가 산장을 찾는다. 하지만 반지의 주인은 이미 고인이 된 상태...........그러나 그 죽음에는......

떨어져있는 반지를 통해서 사건의 진상까지 부드럽게 이어지는 내용이 즐거운 단편이다. 마지막 결말도 호쾌(?)해서 재밌던 내용.


-수정 우리
친구와 함께 기모노 파티에 참석한 미도리. 파티장에서 한 남자가 미도리에게 접근하는데.........

왜 남자가 미도리에게 접근했는지가 미스터리 같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보다는 역시 그냥 로맨스로 받아들이는 편이 낫다.

-너는 루비같은 거짓말을 한다
유명 연애소설가 파티에 참석한 가지노와 미도리. 그곳에서 작가의 여자친구를 소개 받고 덤으로 약혼반지까지 수주하게 된다. 그러나 가지노와 미도리는 며칠후 작가의 여친이 행방불명됐다는 소식을 듣게 되는데........

표제작이자 이번 권에서 가장 즐거웠던 단편이다. 맨앞 1페이지 정도는 그냥 없었더라면 서술트릭 류에 가까운 내용이었겠지만, 그 1페이지 때문에 도서추리 비슷한 분위기를 낸다. 범인은 역시 뻔하다. 약간은 씁쓸한 내용이지만 마지막 결말과 제목이 그대로 이어지는 내용 때문에 인상에 남는다.

-아이오라이트 비
미도리의 대학 동창의 의뢰로 블루사파이어를 감정하게 되는데..........

미스터리보다는 그냥 드라마. 캐릭터 이야기에 가깝다. '수정 우리' 단편과 함께 그냥 쉬어가는 페이지 정도로 즐기면 좋을 내용.

평점 5 / 10

2010년 10월 16일 토요일

귀등의 섬 - 산베 케이

2008년 스퀘어 에닉스 (전4권)
우리말 (학산문화사)

가정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을 위탁받는 학교시설 <귀등학원> 그곳에는 알아서는 안되는 비밀이 있는데....... 올라가서는 안되는 계단. 하얀 원피스를 입은 소녀 귀신. 그리고 어른들의 말을 믿어서는 안된다. 외딴 섬을 배경으로 과연 아이들은 어른 선생들의 마수를 피해 무사히 탈출할 수있을까?

일단 호러 서스펜스에 가까운 만화입니다. 작가는 미스터리라고는 하는데, 물론 마지막권까지 다 보고 나면 뭐 '미스터리'로 봐도 되긴 하겠습니다만, 문제는 결론이겠네요. 그 전까지는 긴장감도 어느 정도 있고, 스토리도 제법 재밌게 흘러간다 싶었는데, 마지막에 가서 그건 뭐였을까요? 꽈리의 서양XX을 알았다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XX과는 또 다르더군요.) 작가의 의도는 처음부터 뻔했다는 걸 알아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호오가 확연하게 갈릴 결말입니다. 저는 부정적 입장입니다. 일단 미스터리라는 작가의 말 답게 마지막 결말을 보고 앞권을 뒤적여 보면 맞긴 맞습니다. 복선을 여러 군데 깔고 있거든요. 하지만 뭐랄까 논리 정연함 보다는 '우연'에 치중한 면이 많습니다. 진실과 오해라는 것은 뭐 미스터리라면 반드시 등장한다고 봐야할 필수요소라서 그 부분에 관해서는 가타부타 뭐라 말할 건덕지는 없습니다. 아이 VS 어른이란 구도 자체도 좋았습니다. 아무튼 확신할 수 있는 건 전부 작가의 의도대로 끝난 내용의 만화라는 것입니다. 딱히 질질 끌지도 않고, 중간에 엉뚱한 곳으로 빠지지 않고 딱 작가가 그리고 싶은 것을 딱 그리고 결말도 생각했던대로 만든 것 같더군요. 그래서 점수를 짜게 줘야 하나 후하게 줘야하나 상당히 애매한 작품이네요. 아무튼 4권 중반까지는 꽤 재밌게 봤으니 점수를 후하게 쳐야겠네요.^^

개인적으로 2권인가 3권에 번외편 식으로 들어간 '중학생 구와다테'가 제일 '재밌었습니다'.

(사족) 2010년 여름에 <망량의 요람>이란 서바이벌 호러 만화 1권이 나왔는데 <귀등의 섬>보다는 멋진 결말이 나오길 기대해봅니다. OTL


평점 5 / 10

2010년 10월 11일 월요일

금요일 밤의 미스터리 클럽 ~ 아홉개의 살인 메르헨 - 구지라 도이치로

2001년 고분샤 (캇파 노블즈)
2004년 문고판
2010년 우리말(살림)

구지라 도이치로 소설도 상륙했습니다. 구지라 도이치로도 다작작가이다보니 어떤 녀석이 일번타자가 되려나 싶었는데, <금요일 밤의 미스터리 클럽>이 나온 걸 보고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군. 이라고 혼자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는 건 쓸데없는 얘기고, 원제는 <아홉개의 살인 메르헨>입니다. 히가시가와 하루코라는 청초한 '아가씨' 탐정역으로 안락의자탐정물이자 알리바이 깨기를 다룬 단편집입니다.

우리말에서는 부제로 들어간 아홉개의 살인 메르헨은 제목대로 책내용을 나타냅니다. 총 8개 단편이 들어있고, 미스터리기본 골격을 '메르헨(동화)'에서 따오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걸 해석하는 이는 히가시가와 하루코라는 아가씨이며 범인은 철벽의 알리바이를 갖고 있고, 동화의 숨겨진 해석을 활용해서 알리바이를 깹니다. 모든 단서는 작중화자 나(형사)가 하고, 탐정은 내가 하는 말을 듣고 추리를 하는 형식입니다. 동화의 재해석은 관련 서적을 이미 본 분들이라면 그냥 복습하는 셈 치면 되겠고, 몰랐던 분들이라면 신선한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그 외에는 아무래도 페이지 수 부족으로 깊이 있는 미스터리를 느끼기 힘듭니다. 나중에 가면 그냥 끼워맞추기 위한 미스터리 플롯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설렁설렁하기도 하고요. 미스터리 보다는 니혼슈(일본술) 마셔보기 라던가,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에 관한 잡담 즐기기 쪽이 메인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개인적으로  추천 단편은 '헨젤과 그레텔의 비밀'입니다.

하루코가 탐정으로 등장하는 시리즈는 몇 권 더 있는데,  제목은 <우라시마 타로~무서운 여덟가지 옛이야기> <오늘밤, 바에서 수수께끼 풀이를..>입니다.  <금요일 밤의 미스터리 클럽>을 이미 읽어본 독자라면 제목만 보고도 대충 어떤 내용이 나올지 예상이 가능하고, 실제로도 그 예상범위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또한 이와 비슷한 시리즈가 '사오토메 시즈카'라는 여성을 탐정역으로 한 <야마타이 나라는 어디입니까? <신 세계 7대 불가사의>가 있습니다. 그리고 하루코와 시즈카가 동시에 탐정역으로 나오는 <모든 미인은 명탐정이다>라는 장편도 있습니다. 다만, 장편은 완성도가 처절할 정도로 바닥을 기어 다니는 수준입니다. 개인적으로 1점 줬던 녀석입니다. 아니, 2점이었나? (......)

평점 4 / 10

2010년 10월 10일 일요일

명탐정 코난 ~ 천공의 난파선 (2010)

극장판 <명탐정 코난> 14탄. 많이도 왔네요. 그리고 당연히(?) 15탄 제작도 결정됐다네요. 아무튼 이번작의 제목은 <천공의 난파선>. 제목 그대로 하늘위가 주무대입니다. 스즈키 소노코(란의 친구죠.) 할아버지가 괴도 키드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고, 도쿄에서 오사카로 가는 거대 비행선으로 키드를 초대합니다. 하지만 생화학 연구소 테러하고 살인 바이러스가 훔친 괴한 일당이 코난 일행이 타고 있는 비행선을 납치합니다. 때마침 코난은 애들과 함께 자리를 피해있어서 인질이 되지 않아서 잠시 몸을 숨기면서 이런 저런 활약을 하지만 결국 범인 일당들에게 들키고 말죠. 아무튼 그런 내용입니다.

기본 미스터리는 범인들의 '진짜'목적은 무엇이냐?  왜? 비행선을 납치했고, 바이러스를 살포하려하는가? 입니다. 여기에 한 두가지 더 곁들이기는 하는데, 그건 직접 보시면 알 것이고, 여기서는 그냥 이 정도만 언급하겠습니다. 사건과 이동경로때문에 당연히 괴도 키드와 헤이지와 카즈하까지 전부 등장합니다. 헤이지는 변함없이 '조역'이라 그저 슬플 따름이지만요. 어쨌든플롯이나 반전 등 나름대로 신경을 쓰기는 했는데 전작 <칠흑의 추적자>보다는 못 합니다. 사실 13편도 엄청나게 뛰어난 작품은 아니지만, 그 전까지 워낙 쓰레기 같은 녀석들이 많아서 반대급부로 13탄이 호평을 받은 감도 없잖아 있지만 14편은 반대로 13편 때문에 점수가 깎이게 된 형국입니다. 13탄이 없었더라면 14탄도 나름 호평을 받을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차라리 이번 14편은 정통 미스터리로 회귀했더라면 어땠을까? 뭐 그냥 제 머릿속 상상입니다. ^^

<명탐정 코난> 극장판 시리즈는 뭐 1년에 한 번 그냥 극장 나들이 가서 코난과 일당들 얼굴 한 번 보는 재미가 더 강하니까 미스터리는 그저 덤으로 여긴다면 실망할 구석도 없겠죠.

평점 4 / 10

몹 걸(mop girl) (2007)

2007년 소학관
2009년 문고판
2007년 드라마 (전10화)

가토 미아키의 <몹 걸>이 원작으로 되어있지만, 원래 기회는 도호주식회사의 아이디어를 가토 미아키가 소설화했다고 한다. 그걸 갖다가 드라마가 나왔다고는 하는데, 등장인물 이름만 비슷하지 전체적인 분위기와 지향점이 원작소설과 드라마가 전혀 다르다.

주인공 하세가와 모모코(기타가와 케이코)는근육남을 좋아하는 22살처녀로, 웨딩 플래너 일을 하다가 터무니 없는 실수를 하는 바람에 청소(?)회사로 좌천당한다. 일내용은 인명 사건등이 일어나면 시체를 수거(?)하고 청소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케이코에게는 이상한 능력이 있는데, 죽은이의 사념이 강하게 남아있는 유품을 잡으면 '타임 슬립'을 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이걸 통해서 케이코는 죽은 이들을 살리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데.......

핵심 설정이 어디서 많이 본 듯 하긴 한데, 아무튼 솔직히 드라마 <몹 걸>의 재미는 그런 설정에 있지는 않다. 죽은 이를 살리기 위해 범인을 설득 (이미 알고 있으니까)하는데 알고보니 범인은 따로 있었다!! 라는 것도 아니다. (물론 그런 내용의 에피소드도 있긴 하다.) 그저 이리 쓰러지고저리 쓰러지고 툭하면 얻어맞는 얼빵한 여주인공을 맡은 기타카와 케이코의 연기를 보는 재미다. 그렇다.<몹걸>은 그냥 코미디 드라마이다. 죽은 자의 유품을 통한 타입 슬립 미스터리 어쩌구는 개나 줘버리고 그냥 순수하게(?) 코미디로 접근하면 꽤 즐겁게 볼 수가 있으니까 말이다. 안타깝게 난 욕심이 많은 사람인지라 이 드라마에 높은 점수는 줄 수가 없지만....

가장 마음에 든 에피소드는 2화와 5화였나 그 정도였다.

여담) 드라마에서는 형사로 나오는 오코우치가 원작에서는 회사 선배. 드라마에서는 덜렁이인 주인공이 원작에서는 그렇지도 않다. (미키는........) 에피소드도 그렇고, 그냥 원작과 드라마는 별개로 보는 편이 더 낫지 않나 싶다.

사족) 특촬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미소녀전사 세일러 문> 실사판 드라마를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바로 그 드라마가 기타가와 케이코 데뷔작이다. 배역은 세일러 마즈.....오 예~~

평점 3 / 10

2010년 10월 8일 금요일

핑키 링 (주얼리 커넥션 1) - 노마 미유키






1998년 백천사 문고판 (해설 : 신포 히로히사(미스터리 평론가))

<주얼리 커넥션>은 1990년도 <세리에 미스터리>라는 월간잡지에 처음으로 연재가 시작된, 다분히 성인여성을 타깃으로 한 보석 미스터리 만화입니다. 오카모토 귀금속 회사에 입사한지 얼마 안 된 '다카오카 미도리' (여주인공)가 귀금속 조사부에 발탁되어서 '가지노 시로'와 '오카모토 하루오미'와 함께 보석과 얽힌 여러 사건을 해결하면서 자기 꿈인 보석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동료이자 선배인 시로와 연애전선을 구축해가는 일과 사랑을 동시에 그리고 있습니다. 원작은 12권으로 완결났고, 문고판으로는 전 6권으로 끝났습니다만, 나중에 다시 시리즈가 부활하기도 합니다. 완성도와 재미는 정규 시리즈라 볼 수 있는 6권(문고판 기준)까지가 좋았고, 그 이후는 그냥 '덤'같은 내용이라고 보면 되지 않을까 싶네요.

-핑키 링
오카모토 귀금속 조사부에 스카우트되는 계기를 그린 단편입니다. 악질 사기꾼을 사기로 속여서 골탕 먹이는 내용은 '콘 게임'과 비슷한 부류겠네요. 미스터리적 잔재미보다는 프롤로그 정도로 받아들이는 편이 좋은 내용. 개인적으로 여주인공은이 때가 제일 귀여웠습니다. (.......)

-18센티의 유혹
조사일로 피부관리센터에 잠입한 미도리는 그곳에서 익사 사건과 조우합니다. 하지만 미도리는 익사한 여성이 팔에 차고 있는 팔찌를 보고 사고가 아니라 '살인사건'이란 걸 깨닫습니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슬슬 미스터리 발동이 들어갑니다. 팔찌를 통해 사고가 아니라 사건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과정이 전형적인 미스터리입죠.

-피죤 블러드
한 여성의 부탁으로 고가의 루비의 소재를 찾는 미도리와 시로. 단순히 루비 행방을 좇는 것만이 아니라 출생의 비밀과 모성애가 섞여 들어가서 '감동' 코드를 심어놓은 단편입니다. 흔한 소재라서 실망스런 면도 있지만 90년도에 발표된 만화라는 걸 생각하면 납득됩니다.

-패싯(facet)58
 미도리의 사촌동생이 찾아와서 고민을 이야기하는 내용과 회산 도산을 코 앞에 두고 돈을 만들기 위해 이런 저런 고가품을 카드로 긁고 다니는 사장 부인의 뒤를 캐는 미도리와 시로 이야기가 얽혀 있습니다. 미스터리보다는 그냥 쉬어가는 내용의 단편입니다.

-귀고리를 뺀 여자
원제는 피어스를 뺀 여자인데 피어스는 피어스트 이어링인데 그냥 귀고리로 해버렸습니다. 아무튼 그 동안 별 과거 이야기가 없던, 조사부의 부장격인 카지노 시로의 과거여인이 핵심인물로 등장합니다. 보석 디자이너 나이토 미카코. 알고보니 시로의 전 마누라입니다. 그런 미카코가 시로를 다시 꼬드기는 이유는 어떤 목적 때문이죠. 전 마누라의 숨은 목적과 다자인 표절 문제가 얽힌 단편입니다. 미스터리보다는 그냥 '치정극' 보는 기분입니다.

-그대의 가슴에 입맞춤을
왼쪽 가슴용 브로치를 '왜?' 오른쪽 가슴에다가 달고 있을까? 에서 출발하는 미스터리가 재밌는 단편입니다. 범인은 초반부에 드러나고, 동기도 뭐 나옵니다. 다만 왜 브로치를 반대로 달고 있을까?가 핵심이죠. 이유를 파고드는 과정이 재밌습니다.

-프린세스 펄
고가 보석 틈바구니에 단 하나 싸구려 진주 목걸이가 섞여있는 이유. 여기에 조사부 소속인 오카모토 하루오미(통칭 하루)의 마마보이 기질이 묻어난 단편입니다. 하루가 미도리에게 껄떡되던 이유는 엄마가 그리워서였다는 안습인 내용이기도 하네요. 사실은 감동코드가 들어간 단편인데, 어째선지 코믹했던 스토리였네요.

평점 5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