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1일 월요일

마리오네트의 덫 - 아카가와 지로


1981년 문예춘추 (사진은 나중에 재간된 '신장판')
2010년 우리말

'유령열차' '얼룩고양이 홈즈의 추리' '세자매탐정단' 등의 여러 시리즈로 엄청난 다작 작가로 유명한 아카가와 지로의 처녀장편소설이다. '사자와 학원제'가 먼저 출판됐지만 탈고는 '마리오넷의 함정'이 더 빠르다고는 하면서 서로 처녀작이네 뭐네 싸우는 건 그 쪽 사정이고 우리는  세세한 것까지 신경쓸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냥 작가의 초기 장편소설 정도로 인식하면 충분하다.

 일단 <마리오네트의 덫>이 보여주는 감성은, 80년대 후반을 넘어 90년대와 2000년대의 아카가와 지로 작풍과는 많이 다르다. 초창기 그의 소설을 보면 미스터리스런 플롯의 강도가 훨씬 강하고, 상황이나 묘사 관련 부분도 많고 분량도 어느 정도 되는 편인데 이런 것들이 뒤로 갈수록 줄어들고 순수 대사 위주로만 플롯이 진행되면서 갈수록 읽는 맛이 떨어져간다. 나중에 모 인터뷰에서 결말을 살정하지 않고 쓴다고 해서 논란이 됐다고도 하던데 - 온다 리쿠 아줌마도 같은 스타일 - 그럼에도 아카가와 지로의 초기작 중에는 괜찮은 작품들이 꽤 많다. 아무튼 데뷔 후 지금까지 거의 500권 가까운 소설을 썼다는데 지금은 과거의 참신함은 전부 사라져서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아...지금도 '여고생'들이 자주 나오는 걸 보면 그떄나 지금이나 그건 비슷하다.

 이번에 소개하는 <마리오네트의 덫>은 작가 초기작으로 특기사항으로는 '여고생'이 일절 나오지 않는다. 등장하는 여성 연령대도 대부분 20대 이상이다보니 묘한 이질감마저 느끼게 한다. (.......)  내용은 추리소설쪽 보다는 그냥 한 편의 '헐리우드 영화'를 적당히 즐겁게 보는 느낌의 가벼운 서스펜스 물 정도로 보면 좋겠다.  감이 좋은 독자분들은 이번에도 바로 배후의 주동자를 색출할 수 있을 것이다.  '억 소리나는 반전' 같은 건 없으니 너무 기대는 하지 마시라. 하긴 해설의 오버스러움은 - 해설대로라면 개나 소나 다 양질 소설이니 - 여기서는 그냥 무시하고 본인은 그냥 '평작' 정도로 점수를 주고 싶다.

평점 4 / 10

(추가)
어느새 우리말로 이 작품이 나왔더군요. <유령열차>가 더 먼저 나오지 않을까 예상은 했었는데, 의외로 이 녀석이 나와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튼 아카가와 지로의 초기작에는 '프랑스풍'이란 말이 어울리는 단어가 생각날 정도로 그 쪽을 의식한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실제로 <마리오네트의 덫>은 제목부터가 그렇습니다. 초판이 나온 시기를 감안한다면 그럭저럭 읽을만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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