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사코, 교코, 덴스케(개), 후미에, 야사코 |
2007년 NHK 전 26 화
<전뇌코일>이 완결난 지 벌써 3년 정도 흘렀습니다. 당시에는 <천원돌파 그렌라간>이 흥했을 때라 NHK에서 방영한 교육 애니메이션 일환이었던 - 실제로는 교육이라 보기에는 좀 애매합니다만 - <전뇌코일>은 입소문은 탔을 지언정 큰 인기를 끌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일단 캐릭터 디자인이 마니아들의 '지갑'을 열 수가 없었습니다. <마법소녀 리리컬 나노하>의 주인공 나노하도 <전뇌코일>의 주인공들고 마찬가지로 초등생이었지만 나노하는 마니아의 욕구를 자극하는 요소가 많았던 반면에 전뇌코일은 마니아가 아니라 남녀노소에게 부담없이 받아들여질 요소였기 때문입니다.
첫인상은 <전뇌코일>은 작금의 일본 애니메이션 그림체와는 동떨어져있습니다. 동서양 불문하고 무난하게 받아들여질만한 디자인입니다. 그런데도 <전뇌코일>이 주목 받았던 이유는 다름아닌 '스토리' 때문입니다. 이야기가 촘촘하게 손수 짠 머플러 같이 따뜻한 내용이거든요. 일단 장르는 SF입니다. 전뇌 안경이란 디바이스를 통해 가상과 현실의 접목을 이용한 내용인데, 이게 처음에는 아이들이 버추얼 리얼리티를 통해 겪는 일상물 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첫 화는 주인공 오코노기 유코가 아빠 전근 따라 새도시로 이사오면서 여동생 교코와 전뇌펫(가상펫) 덴스케가 미아가 되서 찾는 내용입니다. 초반에는 이렇게 일상 이야기 같은 내용을 보여주면서 이것 들이 전부 하나로 이어집니다. 떡밥을 하나 둘 씩 뿌리거든요. 수상한 기술을 쓰는 여자애의 등장.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틈바구니에 얽힌 비밀 등등. 이야기는 계속해서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궁금하게 만듭니다. 그렇게 진행된 이야기는 마지막에 가서 깔끔하게 끝나죠. 다만, 지극히 일본적인 결말이다보니 그 부분이 오히려 걸림돌이 되지 않나 싶긴 합니다만, 뭐 아이들도 보는 건데 배드 엔딩으로 끝내면 항의 좀 들어올 듯도 합니다. (.....)
처음에는 단순히 초등생들 나와서 왁자지껄 하는 내용의 단순한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했지만 보면 볼 수록 내용 전개에 감탄하면서 처음 가졌던 선입견을 수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건 어른들이 봐도 충분히 재밌는 애니메이션입니다. 오히려 너무 어린애들은 무슨 내용인지 이해를 못 할 지도 모를 정도로 세계관을 형성하는 기술이 상당히 근미래 지향적이거든요. 플롯을 진행시키는 수법도 훌륭합니다. 매회를 집중해서 볼 수 있도록 적절하게 꾸며놓은 구조가 인상 깊습니다. 게다가 전반에 걸쳐 깔리는 복선과 그걸 적절하게 회수하는 건, <전뇌코일>을 SF 미스터리라고 불러도 손색 없을 정도입니다. 미스터리로 생각하고 접근해도 재밌게 볼 수 있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 나온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의 수작 중의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담이지만 제28회 일본SF대상을 수상했습니다. 가끔 벙찌는 작품이 수상해서 황당한 상이긴 합니다만 <전뇌코일>은 당연히 고개가 끄덕여지는 수상결과였습니다.
3년전 글을 다시 올린 이유는 소설판 <전뇌코일>이 이번에 전 13 권으로 완결났기 때문입니다. 소설판도 시간 되면 읽어보곤 싶긴 한데, 이놈의 환율.....OTL 참고로 소설은 애니와는 스토리가 다르다고 합니다.
평점 7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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