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이타카
진산의 <바리전쟁>, 오트슨의 <괴담갑>과 함께 이타카에서 선보인 신괴담문학 브랜드로 나온 녀석으로 '산군실록 시리즈 01'이란 타이틀도 함께 붙은 녀석이다. 일단 작가 김근우 하면 하이텔과 나우누리 천리안으로 대표되는 모뎀 시절 PC통신 커뮤니티, 그중에서도 하이텔 판타지동호회(정확하진 않지만)였나 아무튼 거기서 연재되던 '바람의 마도사'가 김근우의 데뷔작으로 알고 있다. 주인공 라니안의 세심한 감정묘사가 일품이었던 - 때로는 너무 찌질스럽기도 했다만 - 우리나라 초창기 판타지 소설이었는데, 김근우는 다작 작가는 아니었다. 후속작 <광검>은 <바람의 마도사> 외전 격이었고, <흑기사>는 속편보다는 그냥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다른 녀석에 가까웠다. 여기까지는 전부 하이텔 시절 실시간 연재로 봤던 것 같은데, 이때까지는 서양 세계관을 차용한 판타지였다면 그 후에나온 <위령> <피리새>는 동양적 세계관을 사용한 녀석들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 등장한 <검은 목의 교실, 친구를 부른다>는 후자에 속하는 녀석이다.
처음 책을 집어들면 분량이 생각보다 꽤 된다. 한페이지당 26줄이 들어간 활자량 하며, 페이지는 무려 430페이지. 두껍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괴담갑>이 볼품없어 보일 정도다. 특이했던 점은 소설은 1부와 2부로 편의상 나뉘어져있는데, 이 중에 1부가 웹상에서 연재됐다는 것이다. 아마 김근우를 잘 모르는 요즘 독자들을 끌여들이기 위한 일종의 낚시(?)였지 않나 싶긴 한데, 아무튼 1부는 꽤 밀도있는 긴장감과 사건을 서서히 진행시키는 수법하며 호러에 걸맞는 내용을 재밌게 보여준다. 3년전 사건 이후로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이서영. 그래서 고등학교에 입학했지만 새친구와 사귀기 보다는 스스로 남들과의 인연을 끊으려고 노력하는 그녀에게, 과거 악몽(?)이 스물스물 다시 찾아오는데......해서 서연이가 겪는 일을 1부에서 주로 다루고 있다.
1부까지는 상당히 흥미진진한 내용을 보여준다. 일단 광고 문구도 호러 미스터리라고 했으니, 미스터리쪽도 내심 기대가 되기도 하고, 과연 어떤 전개를 보여줄지 두근거리는 마음에 펼쳐든 2부. 하지만 2부에서 성질이 확 바뀐다. 1부에서 외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는 주인공이 처에있는 상황에서 오는 긴장이 주는 재미가 1부의 핵심이었다면, 2부는 정반대다. 자세히 말하면 헤살이 되버리니 뭐라 더 말하기 껄끄러운데 아무튼 아마 2부에서 실망한 독자들도 있을 것이고, 나도 그런 사람 중에 한 명이다. 마지막까지 다 읽고 나면 캐릭터 소개에 가까운 '프롤로그' 같다는 느낌이 딱 들어서 딱히 나쁜 느낌은 아니지만, 모처럼 달아올랐던 몸이 곧바로 식어버려서 그게 아쉽다. 연재당시에 1부가 문제편이란 말만 없었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을 텐데..........충격적인 미스터리가 전혀 없다. 전혀~~. 그게 제일 아쉬웠다. 최소한 <해한가> 2, 3권 정도만 됐어도....하는 아쉬움이 크다. (해한가도 딱히 미스터리까지는 아니다.)
미스터리는 실망스럽지만 아직은 더 두고볼 여지가 큰 시리즈이다. 어쨌든 1권은 캐릭터 소개에 가까운 프롤로그(?)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주인공 이서영이 앞으로 만나게 될 사건이 기대된다. 그때는 좀 더 미스터리 에센스를 '듬뿍' 쳐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가져본다.
참 1부는 지금도 이타카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평점 6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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