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각천서점
2010년 우리말 (살림)
아카가와 지로 초기작품이면서 역시 의외로 우리말로 나와서 놀랐던 녀석입니다. 이미 <마리오네트의 덫> 우리말 출간으로 깜짝 놀라긴 했지만 <악처에게 바치는 레퀴엠>마저 나올 줄은 미처 상상도 못 했거든요. 최근 <삼색 고양이 시리즈 - 구판에서는 얼룩 고양이 시리즈로 번역>도 속속 재간되는 걸 보면 감회가 새롭더군요.
책 내용은 4명의 유부남이 팀을 이룬 창작 집단에서 각자 '마누라를 죽이는' 내용의 소설을 쓰기로 합니다. 각자 특색이 맞게 일반소설, 시나리오, 인터뷰, 문학소설 분위기를 내면서마누라 죽이기 소설을 집필하는데, 현실에서 소설 속 내용이 실제로 벌어지고 맙니다. 당황한 남편들은...............
4명의 현실 이야기와 4개의 가상 이야기가 서로 겹치면서 이루어지는 미스터리입니다만, 뭐 미스터리 보다는 그냥 서스펜스라고 보는 게 좋을 것 같고, 그 앞에 '가벼운'이란 수식어를 하나 더 달아주면 적절합니다. 그래서 대강의 줄거리만 보고 너무 기대를 하지는 마시길 바랍니다. 원래 아카가와 지로의 작풍이 이런 스타일이니까요. (작품중에는 찾아보면 이런 가볍고 유머스러운 내용과는 동떨어진 녀석들도 있긴 합니다만 초기작 중에 한하고 나중에는 아예 찾아보기도 힘들어집니다.)
분량도 무척 얇고 진행은 빠르고 문장은 거침없이 술술 읽힙니다. 작가의 중후기에서 보이는, 심각한 페이지 문자 결핍도 보이지 않아서 뭔가 소설 다운 소설 느낌도 들고요. 네 작가가 창작한 네 가지 이야기도 패턴별로 등장해서 뷔페같은 기분도 들어서 좋죠. 그리고 각자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도 됩니다. 본격 작가들이 썼다면 심각한 내용이 됐을지 모르는데, 작가 덕분인지 시종일관 개구쟁이들의 장난 같은 분위기 때문에 거부감은 없더군요. 때문에 깊이가 없는게 흠인데, 작가의 작풍이 그런걸 어쩌겠습니까? 독자가 알아서 골라야죠. 아무튼 짓궂은 내용이지만 가볍고 말랑하고 달콤한 솜사탕 같은 미스터리風 소설을 원하는 독자가 있다면 <악처에게 바치는 레퀴엠>은 괜찮은 선택이 될 겁니다.
평점 6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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