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이타카
이타카라고 하지만 시드 노벨 발간하던 디앤씨미디어에서 브랜드명을 새롭게 만들어서 판타지 소설을 출간하는 듯하더니만, 그 안에서 다시 신 괴담 문학이란 광고를 하더니 첫 타자가 진산의 <바리전쟁>이었습니다. 진산하면 무협작가로 더 유명한 사람이다 보니 어! 진산이!! 이런 반응이 먼저 느껴졌는데, 우리나라 판타지 소설 초창기에 유명한 <바람의 마도사>의 작가 김근우 작품도 들어가더니만 (산군실록 시리즈) <미얄 시리즈> 신간은 어디 가출했는지 소식 없던 오트슨의 신작이 3탄으로 나왔습니다. 제목은 괴담 匣.
신 괴담 문학이라고 하니 괴담이 주가 되는 것일 텐데, 아무튼 미얄 시리즈를 재밌게 읽었으니 당연히 읽었습니다. 일단 1권까지만 맛만 봤는데 (현재 기준으로 겨우 2권까지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만) 일단은 합격점을 주고 싶습니다. 아직 1권에서는 눈에 띄게 재밌다! 흥분된다! 병신같지만 무서워! 같은 반응은 나오지는 않지만, 다음 권이 기대된다! 정도로 재밌습니다.
안에는 붉은 메뚜기와 냉동 사탕 두 가지 이야기가 수록됐습니다.
전자는 단편, 후자는 장편입니다. 물론 주인공은 작중화자 '나'입니다. 나라는 여자가 좀 특이한 구석이 있는데, 우연히 만난 한 남성과의 겪은 무서운(?) 이야기가 붉은 메뚜기이고, 어쩌다 보니(?) 학교 선생이 되어서 겪게 된 '오싹한' 이야기가 냉동 사탕입니다.
일단 기본 페이스는 공포입니다. 상자 안에 가두어놓은 메뚜기들이 서로 잡아먹으면서 점점 붉게 바뀐다는 이야기는 단순하면서 자극적인 이미지를 전달합니다. 판도라 상자와 푸른 수염식 구성으로 허를 찌르는 마지막 결말처리는 공포라는 기본재료에 미스터리라는 향신료를 곁들인 것과 비슷합니다. 이런 구성은 냉동 사탕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더군요. 그래서 신 괴담 문학이라고 광고는 하지만 광의의 미스터리로 접근해도 지장은 없습니다. (같은 브랜드로 출간된, 김근우의 <검은 목의 교실.......>은 아예 호러 미스터리로 광고하더군요. )
미얄 시리즈와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미얄은 아무래도 개그와 만화 같은 구석이 다분히 포진해있는 녀석인지라, 그런 쪽 코드를 아는 독자들에게 더 잘 맞았던 반면에, <괴담갑>은 좀 더 대중적인 이미지를 노린 듯합니다. 아직 1면은 오트슨의 장기가 제대로 발휘되지 않아서 더 지켜봐야겠다는 태도지만, 독자들 뒤통수를 확실하게 때려주는 내용으로 나온다면 뜻밖에 미얄보다 더 인기를 끌 수 있는 시리즈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듭니다.
내용과 상관없는 이야기를 하자면, 책 가격에서 출판사의 상당히 고심한 흔적이 엿보였습니다. 일반 단행본 스타일이지만 정가는 9천 원입니다. 요즘 보통 책 가격이 기본 만원에서 만원 초반대인걸 고려하면 비교적 저렴합니다. 라이트 노벨이 주 소비층인 독자를 슬며시 끌어올리는 효과를 노린 듯도 합니다만, 아무튼 잘 돼서 작가와 독자 둘 다 웃을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평점 6 / 10
여담) 표지와 일러스트를 잘 뽑아냈더군요.
여담2) 미얄 시리즈에서 목에걸린 생선가시마냥 부분적으로 거슬리던 문장이, 괴담갑에서는 거의 찾기 힘들정도로 잘 다듬어졌습니다. 일반 단행본이라고 좀 더 신경을 쓴 것일까요? 아무튼 좋은 현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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