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1일 월요일
살인이여, 안녕? - 아카가와 지로
1984년 가도카와쇼텐 (사진은 나중에 재간된 신장판)
오늘 아빠가 죽었다. 어제일지도 모르지만 나로서는 알 수 없다. 그런 일이야 어찌됐든 나랑은 상관없다. 그게 아빠는 언제나 일, 일, 일 이라고 외치면서 1년의 반 이상을 해외출장을 나간다. 그런 아빠를 아이답게 사랑하라고 해도 나한텐 무리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아빠를 죽인 사람은 엄마라는 사실을.....
2학년 여중생 '유키코'가 작중화자이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추리소설입니다. 세부적으로는 본격보다는 서스펜스 쪽에 가깝겠네요. 시니컬한 유키코의 말투와 대사가 소설 전체를 장식하고 있어서 읽는데 어려움은 전혀 없습니다. 무척 스피디하고 깔끔하게 잘 읽히죠. 90년대 이후의 아카가와 지로 소설처럼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같은 수준도 아니라서 토막난 문장 보는 괴로운 맛도 거의 없고요.
제목 <살인이여 안녕>은 아무리봐도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의 오마쥬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빠를 죽인 엄마와 함께 여름방학을 맞이해 바닷가 별장으로 놀러간 유키코. 그런 유키코 앞에 엄마의 재혼상대인 젊은 남자가 등장하는 등, 전체적인 분위기가 꽤 비슷하게 흘러가죠. 이밖에도 아카가와 지로의 첫 장편소설 <마리오네트의 덫>은 프랑스 추리소설 고전인 세바스티앙 자크의 <신데렐라의 함정>과 유사점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작가는 초창기에는 프랑스쪽 소설에서 모티브를 꽤 따온게 아닌가 싶죠. (여담이지만, 일본에서는 <마리오네트의 덫>이 꽤 호평을 받는 고전격이지만 본인의 감상으로는 <신데렐라의 함정>발끝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신데렐라 함정>도 닳고 닳은 마니아가 지금 읽는다면 재미가 좀 떨어질지 모르지만, 제가 처음 읽었을때는 꽤 충격적인 전개였습니다. 범인=피해자=탐정 이란 공식이 어떻게 성립하는지 지금이라도 궁금하다면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나중에 구지라 도이치로는 이걸 응용해서 <두 명의 신데렐라>라는 엎치락 뒤치락 미스터리를 발표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살인이여 안녕>은 별장에 놀러간 날 한 여자가 살해당하고, 유키코는 바닷가에서 누군가의 공격을 받아 익사당할 뻔한 일이 벌어지면서 유산을 둘러싼 싸움이 엄마의 재혼문제가 얽히면서 미스터리 플롯을 만듭니다. 일단은 살인사건이 등장하고, 알리바이 트릭도 나오지만 범인의 정체는 꽤 싱겁더군요. 범인의 얼굴에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고 하지만 보고 있으면 그게 누군지 바로 알 수 있을 정도로 쉽습니다. 단지 주목해야할 부분이 있다면 마지막 결말처리입니다. 소설 초반부의 복선과 연결된 결말 처리가 깔끔하더군요. 추리하는 잔재미는 없지만 여주인공과 돌발적인 결말 등 전체적으로는 읽을만한 소설입니다.
찾아보니 후속작도 있더군요. 제목은 <살인이여, 안녕~>입니다다. 여기서 소개한 안녕은 '안녕하세요'의 인삿말 안녕이고, 후속작의 안녕은 헤어질때 인삿말 '안녕히가세요'의 안녕입니다.
평점 5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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