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고분샤
2007년 문고판
2010년 우리말(씨네21북스)
그러고 보니 이시모치 아사미의 미스터리가 우리말로 은근히 소개가 됐습니다. <묻은 아직 닫혀있는데> <달의 문> <귀를 막고 밤을 달리다> <살인자에게 나를 바친다> 그리고 <물의 미궁>까지 떠올려보니 꽤 되네요. 특별히 상을 수상한 작가도 아니고, 소개된 작품 전부가 ‘미스터리’이면서 이름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 정도로 소개된 걸 보면 놀라운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시모치 아사미의 미스터리를 읽어보면 일견 납득이 가기도 합니다. 일단 소재가 독특합니다. 데뷔작 <아일랜드의 장미>는 테러와 클로즈드 서클을 접목시켜서 놀라움을 줬고, <달의 문> 역시 비슷했습니다. 종교, 비행기납치, 밀실살인 삼박자 미스터리였습니다. <묻은 아직 닫혀있는데>는 도서추리(범인 입장의 추리소설) 형식을 클로즈드 서클과 연결 지은 독특한 느낌이었고, 후속작인 <살인자에게 나를 바친다>는 역시 도서추리 형식이면서 살인이 일어나기 전까지 생긴 일을 그린 미스터리입니다. 역시 유니크한 작품입니다. <물의 미궁>도 비슷합니다. 무대배경은 수족관. 수족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주요 등장인물이고, 수족관 수조에 테러(?)를 가하는 범인이 나오죠. 테러 대상은 수조에 서식중인 물고기들. 그러나 실제 사람이 죽는 일이 일어나게 됩니다.
소재만 독특한 것이 아니라 범행 동기와 이야기를 매듭짓는 결말 역시 이시모치 아사미 특유의 개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작가의 미스터리는 호오가 확연히 갈리곤 합니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동기, 무슨 저따위 결말이!! 라는 반응부터, 이 세상에 사람이 백 명이면 범행 동기는 만 가지! 식상한 정의사회구현 보다는 이런 결말도 나쁘진 않지! 라는 반응도 생각해 볼 수 있겠죠. 사고의 굴레에 얽매인 독자와 그렇지 않은 독자에 따라서 반응은 천차만별. 그래서 일본에서도 반응이 제각각입니다. 물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더군요. 저는 후자에 속하는 편입니다. 특히 <묻은 아직 닫혀있는데>의 동기를 무척 좋아합니다.
<물의 미궁>고 마찬가지입니다. 3년 전 과로사한 전직원의 죽음이 현재 일어나고 있는 협박사건과 연결되고, 새로운 사건으로 발전하는 플롯 자체는 그다지 내세울 요소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어째서 열린 공간인 수족관이 닫힌 공간으로 바뀌어야만 하는지 그 과정을 세세하게 그리는 장면이 인상 깊습니다. 수족관에 대한 열정이 사건의 진상과 연결되는 점 또한 기타 이시모치 아사미 소설과 일맥상통합니다. 게다가 결말처리까지 작가 특유의 페이스트가 가득 묻어나죠. 결말에서 황당해 ‘이 뭐시염!’라는 독자도 있었을 테고, 그럼에도 높은 점수를 주는 독자도 있을테고, 위에서 말한 대로입니다. <물의 미궁>은 결말은 어찌보면 고전 추리소설에서 보여주는, 무엇이 ‘합리적’인 결론인지 그것을 단순 사건의 범인을 지적하는 것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포괄적’으로 판단했을 경우의 합리적 결말을 제시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공익과 사익에 배치될 경우에 무엇을 우선시해야하는가? 가만히 생각해보면 <물의 미궁>과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재밌는 경우가 생기네요. 어느 쪽을 중시하느냐는 독자에 달렸습니다. 판단은 어디까지나 독자의 몫이죠.
여담) <물의 미궁>의 점수를 깎은 이유는 결말도 아니고 동기도 아니고 다 아닙니다. 의외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
평점 5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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