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28일 화요일

유다의 창 - 존 딕슨 카

1938년 THE Judas Window - Carter Dickson
2010년 우리말(로크미디어)


밀실의 거장 존 딕슨 카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유다의 창>이 우리말로 나왔습니다. 물론 비공식적으로 소개된 적은 있지만, 정식으로 소개된 것은 2010년 올해입니다. 참 긴 시간이 흘러서 나온 책이다 보니 고전 추리소설 팬들에게는 기념비적인 해일 겁니다. 특히 <밤에 걷다> <아라비안 나이트의 살인> <초록 캡슐의 수수께끼>등 딕슨 카의 대표작이 많이 출간됐으니까요. 그 중에서도 특히 <유다의 창>은 유달리 주목받았는데, 해외에서도 이런 저런 말이 많았던 것도 한몫 하겠지만, 실제 내용으로도 높은 평점을 충분히 받고도 넘칠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사건은 간단합니다. 밀실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곳에서 한 사람은 죽고 한 사람은 살아있습니다. 범인은 살아있는 사람입니다. 동기도 있는 것 같네요. 명백하죠? 그런데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은 자기는 무죄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법정 장면. 이야기의 초점이 법원으로 옮겨지기까지 몇 페이지 걸리지도 않습니다. 앞선 설명은 프롤로그라고 해서 간단하게 때우고 본편은 법원에서 검사와 변호상의 말싸움입니다. 일반적인 고전 추리소설과는 궤를 달리하는데, 이게 <유다의 창>의 백미입니다. 검찰측에서는 피고의 유죄를 입증할 증인을 한 명 한 명 소환합니다. 피고측 변호인은 피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검찰측 증인을 반대신문하고, 피고의 무죄입증에 중요한 역할을 할 증인을 소환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독자에게 사건의 재구성을 보여주고, 독자로 하여금 사건의 진실을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소설 전체가 하나의 도전장 형식이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물론 약간 불공정한 면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만, 없더라도 진범을 맞출 수 있습니다. 사실 <유다의 창>은 의외의 범인 때문에 재밌는 미스터리는 아닙니다. 그 부분에 한해서는 점수가 좀 깎이겠죠. 다만 하나의 컷인으로 잡은 듯한 길면서도 짧은 법정 공방, 서서히 밝혀지는 사건의 진실이 재미의 핵입니다. 게다가 트릭이 대단합니다. 간단하면서 멋진 트릭입니다. 이런 트릭이바로 허를 찌른다!는 말에 어울리겠네요. 어떻게 보면 허무할 수도 있는 트릭인데 그걸 이렇게 절묘하게 엮어내다니, 달리 밀실의 거장이란 말이 딕슨 카에게 붙는 게 아닙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미 동서판본으로 알려진 <해골성> <화형법정> <황제의 코담뱃갑> <세개의 관> 등도 다시 번역되어 나왔으면 좋겠네요. 그러고보니 아시베 다쿠(일본 추리소설 작가. 국내에는 홍루몽 살인사건이 출간됨)의 법정 미스터리가 있는데, <유다의 창>을 읽고 나니 납득이 갔습니다. 아시베 다쿠의 <그랑 기뇰 성>이란 작품에서 왜 딕슨 카를 인용했는지 말이죠. 끄덕 끄덕. 그러고보니 일본에는 하야카와 미스터리와 창원추리문고 쪽으로 나온 존 딕슨 카 소설만 봐도 아마 거의 전부라고 봐도 될 정도로 일본어로 번역된 것 같더군요. 일본애들 부러운 적은 별로 없는데, 이럴 때 부럽다고 느낍니다. OTL

(사족) 범인은 정말 명백합니다.

평점 9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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