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중앙북스 (1부 수면에 비친 달, 2부 밴쉬의 울음)
판타지 미스터리입니다. 그것도 무려 국산입니다. 오오~~ 국산. 요즘에는 국산이 더 대접 받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아직도 외제가 좋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분야가 바로 미스터리가 아닌가 싶은데, 무려 국산 미스터리이면서 해외에서도 사실 시도하기 어려운 판타지 미스터리입니다.
내용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뉩니다만 실제로는 하나의 흐름입니다. 1부는 과거 11인의 영웅중 한 명인 코엘 헌트(주인공)가 7년간 살던 변방의 마을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 한 마을로 찾아가면서 일어나는 일이고, 2부는 1부에서 발견한 단서를 통해 항구도시를 찾아갑니다만, 그곳에서 다시 사건이 벌어집니다. 뭐 그런 얘기입니다. 사건 전개는 전형적인 미스터리입니다. 단서를 찾고 그걸 이용해 추리를 하고 범인을 지목하고,전형적인 추리소설이죠. 단지 주요 소재가 판타지라는 것만 다릅니다.
시도도 좋고 전개도 좋지만 일단 대화가 뭐랄까 좀 딱딱한 느낌이 들면서 매끄러운 분위기가 아닙니다. 문체와 문장도 군데군데 번역체 보는 기분이 들어서 간혹 해외 미스터리 보는 기분이 들 정도이니까요. 그건 그렇다치고 제일 중요한 미스터리 완성도가 썩 훌륭하지만은 않더군요. 1부와 2부 전부 반전은 하나씩 준비는 하고 있지만 판타지에서 중요한 것은 세계관인데, 짧은 2권 안에서 세계관을 이용한 미스터리를 만들기에는 2권이라는 지면이 너무 모자랐던 것 같습니다. 페이지가 늘더라도 플롯을 잘 짰다면 빠른 전개와 양립이 가능했을 것 같은데 자세한 사정은 알 수없으니 답답하기도 하네요. 그만큼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왜냐하면 저도 한 때 꿈꾸었던 것이 판타지 미스터리와 무협 미스터리였거든요. 습작도 해보곤 하면서 생각보다 너무 어려워서 예쩐에 때려쳤지만 아직도 미련이 남아있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면에서 일본의 미스터리 작가 니시자와 야스히코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초능력을 이용한 본격 미스터리 시리즈가 인상 깊었거든요. 뭐 국내에도 얼마전에 우리말로 소개된 야마구치 마사야의 <살아있는 시체의 죽음>만 봐도 판타지 미스터리의 바이블이란 이런 것이다! 겠지만요.
앗! 그게 복선이었군! 하는 부분도 있는 걸 보면 작가 역시 상당히 고심해서 공들여 창작한 소설임에는 분명한데, 그게 재미로 직결되었냐? 하면 좀 회의적입니다.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것도 있겠지만 2부의 섬에서 벌어지는 독살 사건을 그렇게 간략하게 만든 건 아무리봐도 작가의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큰 흐름은 물론이고 작은 흐름도 중요시해야 할 때가 있거든요, 미스터리에서는. 뭐 그렇다는 겁니다. 그래도 가능성이 엿보인 소설이라는 게 다행이겠네요. 안타깝게도 코엘 헌트 시리즈 2권 이외에 나온 작가의 다른 소설은 없는 것 같습니다.
평점 5 / 10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