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하야카와쇼보
1996년 문고판
2008년 우리말 (비채)
(예전에 나온 우리말 버전 (물론 지금은 절판)이 있긴 한데 아마 무판권이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요즘 일본에서, 헤어진 애인 혼내주기인지 하는 탐정업이 흥하고 있다는데 사와자키는 그런 류 탐정과는 다릅니다. (.....) 소설은 사와자키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시작합니다. 의뢰라고 생각해서 찾아간 곳에서 사와자키는 뜻밖의 대우를 받죠. 어처구니 없게 사와자키는 유괴범 취급을 받아 경찰서로 끌려갑니다. 하지만 범인의 몸값 운반책을 지목당해서 풀려나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습니다. 몸값 운반 도중 괴청년에게 습격당해 정신을 잃고 마는데, 그 사이에 돈이 사라지고 말죠. 그리고 유되당한 소녀는.................
일단 유괴물입니다. 천재 바이올린 소녀가 있는데 유괴를 당하고 사와자키가 거기에 우연찮게 엮이는 구성입니다. 기본 플롯은 전형적인 하드 보일드입니다. 유괴범의 윤곽을 잡기 위해서 이리 저리 단서를 찾아 쫒아다닙니다. A를 찾아가서 B단서를 얻고 B를 찾아서 C단서를 얻고, 그런 식의 반복이죠. 초반에는 급박하게 전개되는 스토리 덕분에 거기에 같이 휘둘리는 독자도 속도감 있게 몰입할 수 있지만 중반 전후로 해서 하드 보일드 공식대로 움직이는 구간은 좀 지루합니다. <내가 죽인 소녀>의 단점을 꼽자면 저는 그 부분을 지적하고 싶네요. 아무튼 증거를 찾아 사방팔방 돌아다니는 사와자키는 결국 범인의 단서를 찾게 되고 마지막에 진실을 독자에게도 알려줍니다.
결말 전까지는 미스터리만 놓고 보면 특출난 구석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냥 비슷비슷한 유괴물인 듯 하고 그러다가 자연스레 범인이 검거되는 그런 미스터리로 밖에 보이질 않죠. 하지만 마무리 열 몇장을 남겨두고 스토리가 급변합니다. 이 급변하는 구간이 깎아진 절벽같아서 좀 위화감이 들긴 하고 범인들도 다들 너무 순순히 불어서 김이 빠지기는 합니다만, 그런 부분에서 독자들 사이에서 이견이 있을 수는 있겠다 싶긴 합니다만, 그런 부분까지 전부 감안해도 <내가 죽인 소녀>는 완성도 높은 하드 보일드라는 사실에 변함은 없습니다. 무려 21년전 작품으로 - 고전 미스터리에 비하면 사실 고전도 아닙니다. - 지금 읽기에는 좀 낡은 감도 있지만 그걸 감수하고 읽을만한 매력이 있죠. 그건 바로 20년전 진로 소주와 요즘 팔리는 처음처럼 같은 소주가 다르듯이 하라 료의 하드 보일드는 부드럽기 때문이죠. 그점이 하라 료 소설이 인기 있는 이유가 아닐까 싶기는 한데, 아니면 말고요.
평점 7 / 10
여담) 2009년도 판 우리말 버전은 좀 실망스럽습니다. 일단 제가 갖고 있는 건 '초판'인데 문제는 오타가 무지 많다는 겁니다. 단순 '조사'를 오기한 부분은 뭐 아무리 컴퓨터라고 해도 맞춤법 검사가 능사만은 아니라는 건 알고 있다보니 어느 정도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입니다만, 등장인물 이름의 명백한 오기(치카코와 치아키)는 좀 너무하더군요. 이 역시 앞뒤 문맥을 통해 정확한 인물 이름을 독자들이 알 수 있다고 해도 출판사로서는 이러면 안되죠. 돈 받고 파는 물건인데요. 2쇄부터는 그런 곳이 전부 수정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확인해 보질 않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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