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가도카와쇼텐
<도깨비불의 집>은 <검은 집>으로 유명한 '기시 유스케'의 첫 단편집이자, <유리 망치>에서 호연을 펼쳤던 변호사 '아오토 준코'와 시큐리티 컨설턴트 사장이자 전(?) 도둑인 '에모토 케이' 두 콤비가 등장하는 본격 미스터리입니다.
수록된 단편은 총 4 편. 3개는 잡지 연재됐고, 1개는 단행본 발간에 맞추어 들어간 신작입니다.
전작 <유리 망치> 덕분에(?) 본격 밀실 전문 변호사라는 별명(?)이 붙은 아오토 준코답게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4편의 미스터리는 전부 '밀실' 물입니다. 각 단편은 준코 입장과 케이 입장으로 바뀌면서 각자 해결을 보여주기도 하고, 둘이 합동하기도 하는 등 되도록 같은 패턴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작가 나름의 노력이 보입니다. 여기에 같은 밀실이라는 소재지만 플롯을 살짝 비틀어서 방향성을 약간 틀리게 설정한 면도 눈에 띄더군요. 예를 들자면 다 같은 사이다인데, 맛은 칠성 사이다와 KIN 사이다, 천연 사이다 정도의 차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일단 사건의 발생(밀실 등장) 용의자 등장, 탐정 등장, 풀어야할 미스터리 등장하고 프로세스는 전작 <유리 망치> 1부와 비슷합니다. 준코와 케이가 서로 추리를 피로해가면서 가능성을 타진해가면서 범위를 좁히는 방식이죠. 아무래도 이런 스타일이다보니 의외성이란 면에서 부족함을 드러냅니다. 표제작인 '도깨비 불의 집'은 그런 면에서 많이 뻔한 스타일이었습니다. 두 번째 '검은 이빨'은 '검은 집'이 생각나는 제목이긴 합니다만, '타란툴라'라는 거미가 등장하는데, 이 거미를 이용한 트릭이 좀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부분이 있어서 패스한다고 치고, 세 번째 단편은 장기(일본 장기입니다. 우리나라 장기하고는 많이 다릅니다.) 를 소재로 하고 있고, 마지막 단편 '개는 알고 있다'는 기시 유스케의 소설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아니 같은 시리즈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뭔가 분위기가 확 바뀝니다. 상당히 희극적인 내용이라고 해야할까요. '수수께끼는 전부 풀렸다'라고 외치는 준코 모습에서 어안이 벙벙했을 정도니까요.
아무튼 단편 특성과 진행방법상 의외성을 살리기란 대단히 어려운 작업임에는 분명한데, 그걸 극복했을 경우에 '명작'이 탄생하는 것일텐데요, <도깨비 불의 집>은 그냥 평작 또는 평작 이상 정도로 끝나고 맙니다. 기시 유스케는 다작 작가가 아니다보니 하나 하나 작품의 방향성이나 완성도가 높은 편에 속하는 편인데 - 저는 좋아하는 작가는 아닙니다만 - 그런 면에서 본서는 기대이하가 될 수도 있겠네요. 저는 그럭저럭 즐겁게 읽었지만요.
<유리 망치>를 즐겁게 읽었다면 본서도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겁니다.
여담) 2008년도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10 10위를 차지했습니다.
평점 5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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