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7일 수요일

괴물 이야기 (상) (하) - 니시오 이신

2006년 고단샤BOX

<괴물 이야기> (상) (하)는 얼마전에 12화로 완결난 <바케 모노가타리>의 원작 소설입니다. 원자이 발간된지 3년이 지나서야 니시오 이신의 꿈(?)이 실현된 거죠. 애니의 경우 BD, DVD 버전의 경우 작가가 직접 대본을 쓰고 성우가 연기한 '오디오 코멘터리'가 수록되었는데, 이게 대박입니다. TV 버전을 재밌게 보신 분들은 반드시(?) 다시 보시길 권합니다.

아무튼 원작은 총 5 화로 구분되었는데, 1~3화는 상권, 4,5화는 하권에 수록됐습니다.
소제목은 애니 버전과 동일합니다.

1화 : 히타기 크랩
2화 : 마요이 마이마이
3화 : 스루가 몽키

4화 : 나데코 스네이크
5화 : 츠바사 캣

애니와 다른 점이라면 애니에서는 러닝 타임 관계상 대폭 때어버린 주인공의 독백=설명과 캐릭터들 간의 만담들입니다. 애니도 중요한 대사는 살려놓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죠. <괴물 이야기>의 재미의 한 축은 만담에 있으니까요. 애니 덕분에 원작 소설이 국내에 소개될 가능성은 매우 높으니 나중에 우리말로 나온다면 애니와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간략한 스토리를 소개하자면, <괴물 이야기>는 주인공 나=아라라기 코요미(男)가 조우한 '괴이'를 다루고 있는데요, 모종의 사건으로 흡혈귀 성분이 남아있는 아라라기는 몸무게 대부분을 소실한 '센죠가하라 히타기', 영원히 헤매이는 미아 '하치쿠지 마요이', 소원을 들어주는 원숭이 손을 한 '간바라 스루가', 뱀의 저주를 받은 '센고쿠 나데코', 스트레스가 쌓이면 등장하는 블랙 하네카와='하네카와 츠바사', 이렇게 5명의 여자애들의 괴이와 조우하고 주인공이 사건을 풀어나간다는 내용이죠. 물론 사건이 등장하고 해결이라는 시퀸스 자체는 미스터리로 접근할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합데요, 추가로 겉으로 보이는 사실과 속에 숨어있는 진실 사이의 조율이 각화의 마무리로 연결되는 구조까지 갖추고 있죠. 이런 점만 보면 미스터리로도 볼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만, 아마 대부분의 독자는 미스터리보다는 그냥 판타지 쪽으로 해석하지 않을까 싶습니다.(아니면 소설에서 그리는 괴이는 단순한 비유일 뿐인 지극히 현실적인 내용의 만담 미스터리라고도 해석 가능은 합니다만.......) 반전이라고 들어있는 녀석들도 살짝 뒤틀어놓은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런 쪽에만 관심을 갖는다면 재미는 별로 없을 겁니다. 다만 니시오 이신은 확실히 '미스터리'의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재삼 확인할 수 있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싶네요. 어쨌든 넒은 의미로 보자면 <괴물 이야기>도 미스터리 카테고리에 포함되겠습니다. 특히 2화는 전형적인 서술 트릭을 사용한 녀석인데요, 나름 재밌게 봤습니다.

기본 얼개만 뽑자면 매우 간단합니다. 그런데 소설은 2단 편집으로 상,하권 합쳐서 900페이지 정도가 됩니다. 라이트노벨 같은 스타일의 가벼운 느낌으로 읽기에는 꽤 두껍습니다. 분량이 두꺼워진 이유는 뼈대 사이로 살점이 꽤 많이 붙었기 때문입니다. 그 살점이 바로 '만담'입니다. 각각의 캐릭터는 작가의 취향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기존 니시오 이신의 노선(?)과 비교해 보면 <괴물 잉기>는 상당히 부드러운 생크림 케이크 같은 느낌마저 듭니다. <헛소리 시리즈>에서 퍽퍽 죽어나가는 캐릭터나, <신본격 마법소녀 리스카>에서 빨간 물감 유지비가 많이 들어갈 듯한 요소 같은 과격함이 없습니다. 미스터리적 요소를 도입하고는 있지만 그것마저 소프트하죠. 도입한 듯 만 듯 미적지근합니다. 그래서 말랑말항한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괴물 이야기>는 두께만 두껍고 가격만 비싼, 아령만도 못한 허접이 될 겁니다.

결론은 <괴물 이야기>의 작가가 '취미'로 썼다는 광고문가가 거짓이 아니라는 거죠. 단지, 기존 니시오 이신의 노선과는 무척 상반되는 내용이다보니, <헛소리 시리즈>에서 보여준 가차없는 캐릭터 쳐내기 같은 걸 두근거리며 읽었던 독자라면 <괴물 이야기>는 무첫 밋밋한, 그다지 개성적이라고는 볼 수 없는 그저 팔릴만한 요소로 점철된 이야기로 받아들여질지도 모르겠네요. 재밌게 읽긴 했지만 저는 후자쪽 입장입니다. 헛소리 시리즈 스타일이었다면 괴물 이야기에서는 몇 명 정도 죽었을까 생각해보니 두근거리네요. (후후)

여담)
이 시리즈가 의외로(?) 인기를 끌어서인지, 후속편들도 속속 등장했습니다. 2008년 <상처 이야기(키즈 모노가타리)>가 먼저 나왔는데요, 내용은 0화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아라라기 코요미가 흡혈귀와 조우하게 된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물론 하네카와 츠바사도 등장~ 팬이라면 필견이겠죠?) 그리고 같은 해 몇 달 후에 나온 녀석이 <가짜 이야기(니세 모노가타리)> 상권이고 2009년에 나온 하권이 <괴물 이야기>의 정통(?) 후속편으로 아라라기의 두 여동생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가짜 이야기> 상권은 6화이고, 하권은 최종화라는 구성입니다. 물론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죠. 내년 발간 예정인 하치쿠지 마요이가 주연(아마도?)인 녀석과 하네카와 츠바사가 주인공인 <고양이 이야기(네코 모노가타리)>도 있습니다. <괴물 이야기>의 애니버전이 어느 정도 성공한 듯 한데, 후속편들의 애니화도 탄력을 받지 않을까 싶습니다.

평점 6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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