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18일 일요일

괴도 퀸의 우아한 휴가 - 하야미네 가오루



(좌측 - 이루마 공주, 가운데 - 괴도 퀸, 우측 - 죠커)

1993년 고단샤 (파랑새 문고)

<괴도 퀸의 우아한 휴가>는 <괴도 퀸 시리즈> 두 번째에 해당하면서 발행시기 기준으로 하야미네 가오루 소설 중에 가장 두꺼운 분량을 자랑합니다. (약 460페이지 정도인데, 나중에 시리즈 4번째 <괴도 퀸과 피라드미 캡의 비밀>에서 다시 한 번 두꺼운 책으로 컴백하긴 합니다만.)

내용은 제목대로 괴도 퀸이 우아한 휴가를 보내기 위해, 12일간 항해예정인 로얄서치모에 승선합니다. 하지만 퀸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함정이죠. 10년전 퀸에게 당해서 몰락한 암살집단은 다시 한 번 퀸에게 도전하기 위해 10년간 절차부심 실력을 가다듬고 배에서 퀸의 목숨을 노립니다. 또한 국제경찰기구 소속의 탐정경(卿) '지오트'와 비서 '메이히'는 서치모 사장의 요청으로 퀸을 잡으러 승선합니다. 그리고 서치모 콜렉션 중 하나인 '세인트 오르로프 사파이어'를 노린 퀸의 범행예고장까지 등장합니다. 하지만 퀸은 단순히 휴가를 즐기기 위해서 승선한 것이지, 보석을 훔치기 위해 승선한 것이 아닙니다. 여기에 보석을 노리는 수수께끼의 도둑=원래 사피어이의 소유자인 구고 왕국의 제1왕위 계승자인 '이르마' 공주까지 가세해서 '우아한' 휴가를 그리고 있습니다.

암살집단과의 대결과 가짜와 진짜 보석의 행방 그리고 의외로 순진한(?) 탐정경 그리고 괴도의 미학을 꼼꼼히 수첩에 메모하는 이르마 공주등 상당히 유쾌한 내용입니다. 제일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마지막 유괴사건의 처리를 너무 급하게 끝냈다는 것이네요. 원래 분량이 늘어날대로 늘어난 판국이라 어느 정도의 커트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마지막의 수직낙하 마무리는 성급하더군요.

<괴도 퀸 시리즈>는 괴도를 주인공으로 묘사한 모험 미스터리와 괴도라는 캐릭터를 홀용한 캐릭터 미스터리 두 가지 측면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데뷔작인 <괴도 퀸은 서커스를 좋아해>는 전자, 본서는 후자, <괴도 퀸과 마굴왕의 대결>은 후자이죠. 이런식으로 같은 시리즈 물이면서도 안에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자꾸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런 점을 감안하지 않고 읽는다면 평범한 미스터리 구조때문에 실망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캐릭터 위주의 미스터리의 특징은 주인공과 주변인물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잘 살리느냐가 재미의 관건일텐데, 그런 점에서 <괴도 퀸의 우아한 휴가>는 맡은 바 목적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더군요. 퀸과 죠커 그리고 RD(인공지능) 사이의 만담은 전작보다 한 층 파워업 했고, 여기에 희미하게 보여주는 죠커의 과거사 그리고 이르마 공주와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보일 듯 말 듯한 로맨스. 물론 주인공 퀸의 조형은 전작의 바통을 그대로 이어받아 무책임한 듯 하면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모습을 잘 살리고 있습니다. 특히 '괴도의 미학' 강의 부분의 '과정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대목은 어린 독자들에게도 좋은 교훈을 남겨주리라 생각합니다.

단순한 아동용 소설이긴 합니다만, 그 안에는 성인 독자가 아니라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등장합니다. 대표적으로 와인과 영화 이야기인데요, 와인은 술이다보니 당연한 것이고 - 이걸 다 이해하는 꼬마라면 문제가 좀 있는 거겠죠. - 영화는 호화유람선 안에 있는 극장에서 상영예정인 영화가 전부 '재난' 영화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영화 목록(특히 고전영화들)은 성인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 나이를 먹은 층 또는 영화에 관심있는 독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부분이죠. 아무튼 호화유람선에서 상영하는 <타이타닉>과 <포세이돈 어드벤처>는 정말 빵~ 터진 부분입니다.

휴가라는 소재를 이용한 모험과 캐릭터의 조화는 좋습니다만, 미스터리에도 초점을 맞춰봐야겠죠? 안타깝게도 미스터리만 보자면 <괴도 퀸의 우아한 휴가>는 상당히 부실합니다. 보석의 행방과 이르마 공주를 노리는 수수께끼의 집단의 정체를 둘러싼 미스터리는 분명 존재합니다만, 그 비중이 크지 않습니다. 물론 진상이라는 것도 갑자기 튀어나와서 독자를 분노케 하는 것이 아니라 단서는 제공은 하지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양념같은 미스터리이다보니 그 부분에서 실망을 하게 됩니다.

여담) 책 마지막에는 '독서 완료 인증서'가 부착되어 있습니다. 어지간한 '파랑새 문고' 2권을 묶어놓은 분량이다보니 아이들에게 이런 식으로 '달성감'을 주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여담2) '우아한 휴가'의 진짜 주인공은 '이르마' 공주였습니다. 괴도 이르마와 파트너 죠커의 모험은 앞으로도 영원할 겁니다.

평점 6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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