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29일 일요일

기관(忌館)~호러 작가가 사는 집 - 미쓰다 신조

2001년 고단샤 노블즈
2008년 문고판 (사진)

원제 : 호러 작가가 사는 집

<기관~호러 작가가 사는 집>은 <도죠 겐야>시리즈로 미스터리와 호러를 결합한 '미쓰다 신조'의 데뷔작입니다. 데뷔작은, 실제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을 하던 작가가 실제 경험을 살려 공포를 잘 살린 수작으로 평가 받습니다. 실제 소설 속 주인공 이름도 '미쓰다 신조'입니다. 어느날 미스터리 평론가 친구인 '소후에 고스케'로부터 이상한 연락을 받습니다. 자기가 물밑 심사를 맡은 작품 중에서 미쓰다 신조라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백가지 이야기라는 이름의 이야기'라는 소설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보낸 사람은 '쓰구치 이자히토'라는 이름이었습니다. 물론 주인공 미쓰다는 그런 소설을 응모한 기억이 없습니다. 그리고 사건은 그렇게 흘러가고 우연히 산책하던 도중 서양식 저택을 발견하고 미쓰다는 거기에 매료됩니다. 영국식 저택으로 오랜 기간 방치된 걸로 보이는 그 서양식 건물을 싼 값에 세를 얻어서 살기 시작하는 미쓰다. 비슷한 시기에 호러 동인지에서 미쓰다에게 원고 청탁을 합니다. 그래서 미쓰다 신조는 현재 살고 있는 건물을 모티브로 해서 호러 장편 연재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일단 기본적인 구성은 작가 미쓰다 신조가 '인형장'이란 서양식 저택에 살면서 일어나는 일과 호러 동인지에 연재하는 소설 '기관', 두 가지 이야기를 병행해서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일종의 메타픽션 효과를 노렸다고 봐야겠죠. 거기에 실제 작가 이름도 미쓰다 신조에 실제 편집자 경력을 갖고 있는터라 현실과 허구까지 같이 버무려버린 약간은 복잡한 기교를 보여줍니다. 현실->소설->작중작 이런 구도로 이해하면 제일 빠르지 않나 싶군요.

작중작인 '기관'은 초등학생 소년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합니다. 고토히토라는 이름의 주인공 소년은 아빠, 엄마, 누나(료) 4인 가족중 막내입니다. 싼 값에 나온 서양식 저택에 이사온 날 알 수 없는 '소름'이 돋습니다. 고토히토는 어릴 적 부터 이런 알 수 없는 경험을 가끔 했는데, 그럴 때면 어김없이 '안 좋은' 일이 일어나곤 합니다. 그래서 소년은 이번에도 불안감에 쌓이죠. 그러나 별탈없이 일상을 보내면서 안심하던 차에 한 청년이 집을 방문합니다. 청년의 이름은 '쓰구치 이자히토' 사교적인 언행으로 바로 가족과 진해진 이자히토를 소년은 탐탁찮게 여깁니다. 그리고 소년의 예상대로 불안의 근원은 바로 그 청년이죠.

한편 미쓰다 신조는 현재 담당중인 '월드 미스터리 투어'를 기획하는 동시에 동인지에 '기관'이란 호러 소설을 연재합니다. 2회 분량 연재가 나간 어느 날 산책길에서 묘령의 여성을 만납니다. 알고보니 그녀는 동인지에 연재된 미쓰다의 소설을 보고 매료되어 직접 찾아왔다고 합니다. 그녀의 이름은 료코. 미쓰다 신조 팬임을 저처하는 그녀와 곧바로 의기투합(?)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해진 어느날, 미쓰다는 공포에 사로잡힙니다. 자신이 쓴 기억도 없고, 보낸 기억도 없는 4회 연재분이 동인지에 버젓이 실려있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점점 허물어져가는 불균형이 공포심을 자극하는 소설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 경계가 완벽하게 허물어져서 현실인지 허구인지 구분이 안 가는 지경에까지 이르면서 결말이 납니다. 하지만 그 결말은 미묘하게 납득이 가지 않는 결말입니다. 이 부분에서 골수 미스터리 팬들은 2% 부족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작가 후기 - 여기서 말하는 작가 후기는 소설 속 미쓰다 신조가 쓴 후기입니다. -에서 '어느 의미 가장 단순하면서 납득이 가는 제 3의 결말'이라는 문구를 쓰는데, 맞습니다. 아주 간단한 미스터리적 해답이 버젓이 존재합니다만, 그 해답조차 가능성의 범주에 들어갈 뿐입니다. 또한 문고판에서 추가된 '서일'이란 단편-기관 그 후의 이야기- 로 오히려 오리무중에 빠져버립니다. 확답을 주지 않는 미스터리이기 때문에 순수하게 미스터리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기관~호러 작가가 사는 집>은 감정 대상이 됩니다. 하지만 본서의 포인트는 미스터리에만 있지 않습니다. 가령 소설 안에서 에도가와 란포 이야기가 나오는데, 탐미와 본격의 융합인 <음울한 짐승>을 극찬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실제 작가 미쓰다 신조는 <음울한 짐승>을 대단히 좋아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기관>은 <음울한 짐승>처럼 미쓰다 신조가 호러와 본격 융합을 시도한 일종의 실험작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단지 나중에 나온 <도죠 겐야 시리즈>보다는 미스터리 농도가 떨어진다는 차이점만 있지, 호러 분위기는 오히려 이쪽이 훨씬 앞섭니다. 현실,소설,작중작의 구도로 - 출판사, 평론가, 소설가 실제 이름을 쓰고 있더군요 - 현실과 허구의 경계는 그대로 소설과 작중작의 경계로 치환되어 이 두 가지가 서로 허물어져가는 그 느낌이 재미의 포인트죠. 그래서 저는 그 부분때문에 높은 점수를 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만약 국내에 소개된다면 표지 그림은 제대로 살려주면 좋겠습니다.

평점 7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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