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22일 일요일

꿈의 끝과 그 계속 - 히규치 유스케

1997년 입풍서방 (원제 : 로쿠데나시)
2007년 창원추리문고 (사진)

유즈키 소헤이 시리즈 5번째 소설입니다.
그런데 특이사항으로 원래 이 소설은 작가가 데뷔하기 전에 썼던 습작이 원전입니다. 그리고 데뷔 후에 그 습작을 <로쿠데나시>라는 제명으로 1997년에 출판했고 10년의 세월이 흘러서 잊혀졌던 '유즈키 소헤이 시리즈'가 창원추리문고로 부활하면서 <로쿠데나시>를 유즈케 소헤이 시리즈의 하나로서 원고를 개정해서 출간된 것이 <꿈의 끝과 그 계속>입니다. 또한 유즈키 소헤이가 35세로 등장하기때문에 어쨌든 결과적으로 시리즈 최초의 사건을 담은 내용이 됐습니다.

야쿠자를 총격전 끝에 죽여버리고 경찰을 그만 두게 된 유즈키 소헤이. 형사사건 관련 프리 라이터로 활약하고 있는 유즈키 앞에 어느날 묘령의 미녀가 찾아옵니다. 미녀가 유즈키에게 사건을 의뢰하는데, 딱 일주일간 한 남성을 미행만 해주면 200만엔을 준다고 합니다. 아무리 봐도 뒤가 캥기는 의뢰임에 분명하지만 미녀의 부탁(?)이라 결국 유즈키는 의뢰를 받고 미행을 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미행 대상자는 아침에 집에서 나와 여기저기 그냥 싸돌아다니면서 맥주를 연신 마셔대질 않나, 과자 부스러기를 먹지를 않나 하루 종일 그렇게 놀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갑니다. 이틀째도 마찬가지. 결국 싫증난(?) 유즈키는 경마장에 가는 대신에 같은 건물에서 가게를 하고 있는, 미스터리 소설 마니아 '유메코'에게 대신 미행을 부탁합니다. 있는 말 없는 말 거짓말을 총동원해서 말이죠.

하지만 사건은 뜻하지 않게 흘러갑니다. 유즈키가 경마에 정신이 팔려있는 사이 대신 미행하던 유메코는 미행 대상자가 죽어버려서 쇼크를 받고, 유즈키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판단이 서질 않습니다. 게다가 그 미행대상자의 죽은 상태가 괴이합니다. 분명 맥주, 과자 이것 저것잔뜩 먹었음이 분명한데, 해부결과 위속은 '깨끗'하다고 합니다. '텅빈' 상태. 게다가 사인은 '영양실조'.

자, 사건은 어떻게 흘러갈까요?

장르는 변함없이(?) 하드 보일드 방식입니다. 인칭도 변함없이(?) 1인칭입니다. 히구치 유스케의 지론은 미스터리라면 1인칭, 왜냐면 독자와 주인공이 같은 시점에서 경쟁하는 것이 '페어'하다는 것이더군요. 그래서 유즈키 소헤이 시리즈 말고도 다른 책도 거의 대부분이 1인칭 주인공 시점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극히 예외를 빼고는 말이죠. 아무튼 <꿈의 끝과 그 계속>은 일단 원래 스토리를 크게 바꾸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마지막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는 곳에서는 좀 쓴웃음이 나오는 부분도 있습니다. 아마 처음에는 SF,판타지스런 설정이지만 마지막에는 잘 짜인 퍼즐같은 결말을 보여주는 미스터리를 지향한 소설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설 내 '유메코'가 운영하는 가게 이름이 <화성인의 문>입니다.) 그래서 중간에 좀 뜬금없는 사건전개는 당혹스러운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복선도 전부 회수하고 결말도 깔끔해서 원래 작가가 의도했던 것과 일치하는 내용의 소설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그것과 독자의 반응은 별개겠지만요. 일단 저는 '즐겁게' 읽었습니다.

평점 5 / 10

[파파, 가나코야, 잘 있어?]
[응, 감기 좀 걸린 듯 하지만 벌써 나았어. 넌 어떠냐?]
[파파]
[왜?]
[나쁜 일 하는 건 아니지?]
[않해. 결단코 나쁜 일은 하지 않아!]
[그렇다면 괜찮지만. 파파가 돈이 궁해서 이상한 짓 하지 않을까 외할머니랑 엄마가 만날 걱정해]
[그러니까, 그 걱정끼치고 싶지 않으니까 고급 레스토랑 얘기는 외할머니랑 엄마한테는 비밀이다?]
[알았어. 다음주지?]
[다음주다. 약속하지]
[그럼, 전화 기다릴게. 근데 파파?]
[응?]
[그런 고급 레스토랑 말야, 정말은 가나코가 아니라 젊고 이쁜 여자랑 같이 가고 싶었던 거지?]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