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동경창원사 미스터리 프론티어
2008년 문고판 (사진)
우리나라에는 <천사의 잠>이란 소설로 이름이 알려진 - 모르는 분들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지만 - 기시다 루리코의 데뷔작 <밀실의 진혼가>입니다. 밀실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소설 내에는 총 4가지 밀실 사건이 등장합니다.
37살의 와카이즈미 아사미. 고등학교 시절부터 친구인 유카를 데리고 대학동창인 신죠 레이코의 그림 전시회에 찾아갑니다. 거기서 레이코의 그림을 본 유카는 경악합니다. 5년전 실종된, 유카의 남편 다카로의 등에 있던 문신과 쏙빼닮은 같은 문양이 그림에 있었기 때문이죠. 서두는 어디서 많이 본 듯 했는데, 온다 리쿠의 <불안한 동화>도 비슷하게 시작합니다만, <밀실의 진혼가>와 <불안한 동화> 실제 내용은 전혀 다릅니다.
그리고 이것을 계기로 새로운 밀실사건이 벌어지죠. 5년전 사건의 장소에서 아사미와 유카의 친구가 살해당한채 발견되고, 레이코의 아사미의 친구인 이치죠는 자기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머리를 둔기에 맞은채 쓰러져있습니다. 상환은 물론 밀실입니다. 또한 레이코는 자기의 아트리에에서 쓰러져 있는 걸 딸 유키노가 발견해서 병원에 실려갑니다. 레이코는 다행이 목숨을 건집니다.
왜 밀실일까요? 추리소설 팬이라면 이런 작위적인(?) 밀실을 싫어하는 독자도 있을 겁니다. 반대로 모든 걸 떠나서 밀실! 하면 침을 흘리며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죠. <밀실 진혼가>는 그런 밀실을 총 4 번이나 반복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밀실 안에서 사라진 시체, 밀실 안에서 살해당한 시체. 작가는 왜 밀실을 만들었을까요?
그 만든 이유로 들 수 있는 것은 일단 '집착'입니다. 소설 속 캐릭터는 남자와 여자로 구분되는데 - 하고보니 당연한 얘기군요 - 모든 캐릭터는 저마다의 집착을 갖고 있습니다.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는 속담처럼 사회생활에 고민하는 아사미부터 창작과 그림 예술에 집착하는 레이코, 죽은 애인을 못잊어하는 이치죠, 자신을 등한시하는 어머니 레이코를 싫어하는 유키노, 실종된 남편에 집착하는 유카까지 이렇게 집착을 갖고 있고, 이런 집착을 극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밀실'입니다. 어째서 집착이 밀실이 됐는지는 설명하지는 않겠습니다. 미스터리의 핵심을 건드리는 부분이라서 말이죠. 따라서 밀실이 만들어진 이유는 충분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밀실 자체는 트릭이라면 트릭이 쓰였는데, 어렵게 생각하면 아마 맞추기 엄청 힘들지도 모릅니다. 진실은 언제나 간결한 법이죠. 딱히 서술트릭을 이용한 밀실은 아니기 때문에 다른 쪽으로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평범하게 생각하면 쉽게 답이 나옵니다.
단지 치명적인 단점을 들자면 메인 사건인 밀실의 해결이 재미없습니다. 마지막 진상이 밝혀지면서 드러나는 얼개는 그럭저럭 잘 다듬은 당근을 연상케하지만, 4개의 밀실사건은 전부 흔하디 흔한 설정이라 이런 쪽으로 머리를 굴리는 걸 좋아하는 독자를 즐겁게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캐릭터의 집착이 밀실을 만든 것 까지는 좋았지만, 그 밀실을 푸는 재미가 결여되었습니다. 제목부터 밀실을 들고 나온 미스터리 치고는 무척 아쉬운 부분이죠. 이 부분때문에 점수를 팍 깎아버렸습니다. 그냥 '나쁘지 않은 완성도'라고 하는 편이 딱 어울리는 소설입니다. 사실은 이게 작가의 데뷔작인데 그런 걸 감안한다면 데뷔작 치고는 나쁘지 않다. 정도가 되겠군요.
평점 4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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