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27일 금요일

클라리넷 증후군 - 이누이 구루미

2001년 도쿠마 듀엘 문고 (마리오네트 증후군)
2008년 도쿠마 문고 (신작, 클라리넷 증후군 포함) (사진)

데뷔한지 11년이 되면서 겨우(?) 8권의 책을 내놓은 작가 '이누이 구루미'의 중편 2개를 한책으로 묶은 것이 <클라리넷 증후군>입니다. 원래는 2001년도에 <마리오네트 증후군>이라는 녀석이 따로 나왔는데, 7년이 지나서 비슷한 분량의 신작을 넣어서 문고판으로 재포장했습니다.

1. 마리오네트 증후군

인격전이를 다룬 판타지 미스터리입니다. 작중 화자인 여고생 '사토미'는 어느날 새벽에 눈을 뜨고 경악을 합니다. 사고는 살아있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기 몸인데도 멋대로 움직이죠. 알고보니 웬 남성이 자기 신체를 지배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건 그 남자 정체는 사토미가 짝사랑하던 학교 선배 '모리카와'였습니다. 또한 기절초풍할 사실은 모리카와가 그 날밤 '살해'당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여기까지 오면 모리카와가 누가 자신을 죽였는지 범인을 찾을 것 같은(?) 스토리를 독자라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을 겁니다. 이와 비슷한 스타일의 미스터리나 SF 소설도 많습니다. 하지만 모리카와의 사인은 발렌타인 데이에 받은 초콜릿 안의 독극물에 의한 중독사였습니다. 그리고 사토미는 짝사랑하던 선배 모리카와에게 수제 초콜릿을 건네준 사실이 차차 드러납니다. 사토미도 모리카와 살해 용의자가 되는 것이죠. (독 초콜릿 나오는 순간 씨익 웃을 분도 계시겠지만, 재밌는 사실은 주인공 사토미는 미스터리의 미 자도 모르는 여고생입니다.)

일단 미스터리 포인트는 알 수 없는 전개입니다. 피해자가 용의자가 되고 범인이 다시 피해자가 되고 다시 용의자가 되고 완전 뒤죽박죽입니다. 이런 면은 <신데렐라의 함정>과 약간 유사한 면이 있다고 볼 수도 있겠죠. 아무튼 이런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전개가 <마리오네트 증후군>의 재미입니다. 그리고 결말의 '경사로세~ 경사로세~'로 끝나는 대목이야말로 실로 절묘합니다. 대체 뭐가 경사라는 거지?라는 코믹함과 아무튼 '해피 엔딩'(?) 같은 깔끔한 결말이 시원섭섭합니다.

이런 당혹스런 전개는 이누이 구루미 소설의 전매특허와도 같습니다. 데뷔작 는 본격 미스터리인 듯 하면서 판타스틱한 전개와 결말로 독자를 뜨악!하게 했던 작품이었고, 가장 대중적으로 읽을 수 있는 <이니시에이션 러브> 역시 교묘한 이중성을 내포한 연애 소설이자 미스터리입니다. 물론 게임 미스터리인 <리피트>, 전 작품중 가장 무난하게 읽을 수 있는 <하야시 신쿠로와 다섯개 미스터리>같은 단편집도 있습니다만.

평점 6 / 10

2. 클라리넷 증후군

<마리오네트 증후군> 문고판 발간에 맞춰서 신작으로 들어간 녀석입니다. 분량은 비슷한 중편입니다. 이번엔 고등학교 남학생이 증후군(?)의 주인공입니다. 거유(큰 가슴)+동안의 미소녀 선배인 '혼죠 에리'의 관심을 끌고자 강변에서 클라리넷을 연주하던 주인공 '쇼타'(쇼타 콤플렉스를 아는 분이라면 입가가 씰룩할 지도 모르겠군요.)는 불량배를 만나 애지중지하던 클라리넷이 망가져서 실의에 빠집니다. 그리고 동시에 '도레미파솔라시도' 발음이 들리지 않는 괴현상에 빠집니다. 이름하여 '클라리넷 증후군'. 여기에 호적상 아버지인 세키 나츠히코가 자취를 감춥니다. 알고보니 얼마전 일어났던 사고인지 살인인지 모를 클라리넷 연주가의 죽은 사건에 얽혀서 마을의 야쿠자 조직에 납치당한 것입니다. 엎친데 덥친 격으로 세키가 풀려나려면 암호를 풀어야 한다고 하는군요. 힌트는 클라리넷 연주가. 미소녀 선배 에리, 옆 방의 자칭 소설가 마인 부우(별명), 게이 요시무라까지 합세해서 암호풀기에 온갖 힘을 다하는데....사건은...................

<마리오네트 증후군>과 함께 역시 알 수 없는 전개를 모토로한 미스터리 터치를 담은 소동극입니다. 또한 암호 미스터리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실제 암호 풀기에 많은 지면을 할당하고 있으니까요. 여기에 데뷔작부터 이어져온 이누이 구루미의 독특한 여성관 (여성 독자들은 기분 나쁠 수도 있겠군요) 이 함께하는 소설입죠. <마리오네트 증후군>에도 굴절된 여성 캐릭터가 나옵니다만. 단순 재미로 보자면 전작보다는 떨어집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비교에 의해서 재미를 평가했을 경우이고 <클라리넷 증후군>만 따로 놓고 보자면 6점 정도는 무난하게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 작품이 한데 묵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평가해서 1점 깎아서 5점을 주고 싶습니다. 이유는 알 수 없는 전개가 재미의 한 몫인데 반해 복선을 워낙 노골적으로 깔아놔서 진범인(?)을 초반에 바로 간파할수 있기 때문입니다. 뭐 그걸 알아차렸다고 해도 소설 전반에 깔린 코믹 요소는 변함없기에 읽는 재미를 크게 해치지는 않습니다.

여담이지만 <클라리넷 증후군>은 우리말로 옮기기 대단히 힘들 듯 합니다. 도레미파솔라시를 못 듣는 주인공의 대사에도 실제 저 단어는 다 빠져있습니다. 실제로 일본어로 '와타시와 도레오 에라부노카'라는 말이 있다고 하면 (뜻은 나는 무얼 선택할까? 입니다.) 저기서 시, 도, 레, 라가 빠져서 '와타 와 오 에 부노카' 이렇게 되버리고 지면에 그렇게 그대로 나옵니다. 근데 우리말로 번역해서 보면 빠질 구석이 없죠. 난감합니다. (OTL)

평점 5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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