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13일 금요일

춤추는 야광괴인 - 하야미네 가오루

1997년 고단샤 파랑새 문고
2008년 문고판 (사진)

(자칭?) 명탐정 유메미즈 기요시로의 사건노트 시리즈 5번째 소설 <춤추는 야광괴인>입니다. 문고판은 1년에 딱 2권씩 정기적으로 나오는터라 이제서야 5권을 접했습니다. (현재 기준 문고판은 6권까지 발매중)

일단 본 내용으로 들어가기 전에 워밍업(?)으로 제목 얘기부터 하죠. 고전 미스터리에 조예가 깊은 분들은 제목부터 '감'을 잡을 독자들도 있을 겁니다. '춤추는'은 코난 도일의 '춤추는 인형'을 떠올렸다면 딱 맞는 정답입니다. 뒤의 '야광괴인'은 고전 일본 미스터리에 모 작가가 써먹을 만한 그런 네이밍 센스를 보여주는데, '에도가와 란포'를 떠올렸다면 80% 정답입니다. 실제로 에도가와 란포는 '야광인간'이란 단편을 썼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야광괴인의 발상은 실제로는 요코미조 세이시였다고 합니다. 같은 이름으로 아동용 미스터리 소설이 있다고 하는군요.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만 생각했다가 같은 작가가 아동용 미스터리에도 손을 댔다는 사실은 좀 놀랐습니다.

아무튼 춤추는 인형을 떠올린 분이라면 쉽게 본 소설의 내용을 유츄할 수 있습니다. 이번 유메미즈 기요시로 시리즈 5번째 장라는 '암호 미스터리'입니다. 한밤중에 반짝 반짝 빛나는 야광괴인이 괴랄한 춤을 춘다는 괴담과 절에 대대로 내려오는 황금 불상을 찾는 내용입니다.

독자에게 던지는 도전장도 2번이나 나오고 - 본격 미스터리 팬이라면 도전장 자체가 즐거운 요소 중의 하나일 겁니다. - (여담이지만 조만간-아마도- 출간될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쌍두의 악마>에서는 무려 독자에게 보내는 도전장이 '3번'이나 등장합니다.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암호 부분도 존 딕슨 카의 <세개의 관>에서 보여준 펠 박사의 밀실 강의 만큼은 아니지만, 암호 종류에 관해 간략하게 명탐정이 설명해주는 부분도 들어있습니다. (아마 오마쥬를 이런식으로 표현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야광괴인의 정체는 초반에 너무 뻔하다보니 정체에 관한 WHO?의 의외성은 전혀 없습니다. 또한 두 번째 도전장 역시 조금만 생각하면 쉽게 맞출 수 있는 터라 실제로 <춤추는 야광괴인>은 황금불상을 찾기 위한 '암호'에 집약되있다고 봐도 좋습니다. 그러나 암호가 일본어 히라가나를 이용한 것이라 일본어를 모국어로 삼는 독자를 위한 장치라 이 부분에서는 외국 독자 입장에서 크게 와닿는 부분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암호 풀기에 관한 유추식 힌트 제공은 좋았습니다. 아이 어른 구분할 것 없이 즐겁게 풀 수 있는 그런 암호 구조였습니다. 이런 밸런스 감각이 아동용 미스터리에서는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하야미네 가오루는 그런 감각이 탁월합니다. 쉬운 부분은 쉽지만 어려운 부분은 어려운 듯 하면서 어렵지 않게 잘 엮는 그런 밸런스죠. (뭔가 말이 꼬인 것 같네요. ^^;;) 그래서 어른 입장에서지만 <유메미즈 시리즈>는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아동 미스터리입니다. 곳곳에 등장하는 패러디나 오마쥬는 아이들 보다는 오히려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어른 들이 알아차리기 쉬울 겁니다. (이번에는 <옥문도>의 그 유명한 대사가 등장합니다. 그 중요한 대사가 과연 본편과 어떤 연관을 가질지는..................?)

황금불상에 얽힌 구전과 마지막 유메미즈 기요시로의 해결책은 소소한 교훈과 함께 인상에 남습니다. 즐거운 미스터리와 더불어 슬그머니 다가오는 교훈성 멘트라고 봐도 좋습니다. 어거지가 아니라 자연스럽다보니 독서후 느낌은 양치질 하고 난후 느끼는 상쾌함과 비슷합니다. 비록 암호나 다른 미스터리 요소에서 불만족스런 부분이 있다고 해도 다른 부분에서 그런 단점을 전부 덮어줍니다.

평점 6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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