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15일 일요일

미도로가오카 기담(深泥丘奇談) - 아야츠지 유키토

2008년 미디어팩토리

<관 시리즈>로 우리나라에서도 이름을 날린(?) 아야츠지 유키토의 최신 단편집입니다. 그런데 장르는 '怪談' 입니다. 본격 미스터리를 기대하셨던 분들에게는 '뭐야!!'라는 반응이 올 듯도 합니다만, 작가의 호러 단편집 <안구기담>을 아는 분들이라면 내심 기대가 갈 겁니다. 아야츠지 유키토다 호러도 좋아한다는 사실은 팬이라면 주지의 사실이니까요.

<미도로가오카 기담>은 총 9 개 단편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이 중에 8개는 일년에 두 번 정도 발행하는 괴담 전문 잡지에 연재되었던 것이고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나머지 1편은 도쿄소겐샤(동경창원사)의 <미스터리즈!>라는 잡지에 연재된 본격 미스터리 단편입니다. <미스터리즈!>에 연재된 단편의 이름은 <악령빙의>였고 이쪽만 제대로된(?) 미스터리고 나머지는 괴담류입니다. 근데 이 두 편이 이질적이어야 하는데 그게 또 그렇지가 않습니다. 해결편이 있건 없건 분위기 자체는 매유 유사하다보니 <악령빙의>는 물에 잘 녹아드는 수용성 기름인거죠. 그래서 전체적인 완성도도 괜찮습니다.

아무튼 <미도로가오카 기담(심니구기담)>은 교고쿠 나쓰히코 의 <교고쿠도 시리즈>에서 교고쿠도가 말하는 '이 세상에 괴이한 일은 하나도 없다'라는 말과는 정반대의 소설입니다. 띠지에서도 보이듯이 [이 세상에는말이죠, 이상한 일도 있답니다.] 가 본서의 포인트입니다. 그래서 미스터리는 가득하지만 미스터리적 해결기법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관 시리즈>도 한괴담스런 분위기를 자랑하지만 해결은 미스터리적이었지만 본서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이상한 기대를 하고 <미도로가오카 기담>을 집어든다면 책을 벽에 집어던질지도 모릅니다.

근데 원래 이 책은 이렇게 빨리 읽을 예정은 없었습니다. 가격도 가격이고 (1580엔-세금별도 가격), 그냥 표지만 봤을 때는 그냥 분위기가 와닿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막상 실제로 이 책의 겉표지를 까보고 정말 놀랐습니다. 일단 앞 뒤로 약간 두껍다싶은 딱딱한 도화지 비스무리한 걸로 덧대고 그 둘레는 사진에서 보이듯이 그림이 들어간 걸로 둘렀습니다. 그리고 앞에 덧댄 종이에는 음각으로 책 제목과 작가 이름이 새겨졌지요. 그래서 표지를 까는 순간 '이건 바로 사야겠다'라는 순간적인 충동이 제 주머니 사정을 무참히 배반했습죠. 또한 하드커버로 된 책표지를 들추면 그림이 나옵니다. 이 역시 '디자인에 엄청 공을 들인' 흔적 중 하나입니다. 소설 본연의 재미보다는 이런 외적인 면에 더 끌린 책이라고 봐도 좋겠네요. (하하)

여담) 책 제목에 관해. 원래 첨에 이 책은 그냥 <심니구기담>으로 인식했었는데 소설은 <심니구(미도로가오카) 병원>이란 곳을 무대로 벌어지는 괴담입니다. 그래서 정확한 책 제목은 <미도로가오카 기담>이 맞습니다. <기리고에 저택 살인사건>도 편하게 <무월저 살인사건>이라고 부르듯이 뭐 이 책도 <심니구기담>이라고 불러도 상관은 없겠지만요.


평점 6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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