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15일 일요일

거짓말쟁이 미군과 고장난 마짱 1 - 이루마 히토마

2007년 전격문고
2008년 우리말

거짓말쟁이 미군과 고장난 마짱 ~ 행복의 배경은 불행 ~

원래 이 책은 전혀~~ 살 생각도 읽을 생각도 없었던 겁니다만, 우연히 서점에 들렀다가 책 표지를 보는 순간 확 끌려버렸습니다. 겉표지요? 저런 표지(사진) 스타일은 흔한 거고 일러스트 퀄리티도 극상(?)이라고 볼 수도 없고, 그냥 평범한 건데 왜 끌렸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표지를 까서 뒤집어보시면 알겁니다. 거짓말이지만요. 후후. (우리말 표지도 같은 리버시블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미확인.)

지금으로부터 8년전에 미군과 마짱은 유괴되어 1년간 감금생활을 하면서 육체적 정신적 학대를 받은 경험을 공유한 피해자입니다. 시간이 흘러 현재 두 사람은 '정상적'으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쥐새끼가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고 연쇄살인사건과 남매실종(또는 유괴)사건으로 세간이 시끄럽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남매실종사건의 '범인'은 초반에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바로 마짱이 유괴범이거든요. 거짓말입니다만?

초반 쇼킹한 캐릭터 설정과 상황 제시는 독자를 확 끌어당기는 요소로 충만합니다. 마짱은 미소녀에다가 어릴적 유괴사건의 트라우마로 정신적으로 좀 '문제'가 있다는 설정이죠. 미군은 거짓말이 능수능란한 솔직한(?) 녀석입니다. 미군은 마짱이 유괴범이란 사실을 알고 그녀를 미행하는 장면으로 소설은 시작하죠. 그리고 미군은 자신의 예상대로 납치당한 두 남매를 확인하고 마짱과 동거를 시작합니다. 응? 동거? 이상한 상상은 금물입니다. 본서는 전연령 대상의 건전무쌍한 라이트노벨입니다. 믿거나 말거나?

읽다보면 모 소설을 연상하게 됩니다.
하나는 니시오 이신의 <헛소리 시리즈>입니다. 헛소리꾼 이~짱을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물로 라이트노벨+미스터리+능력자배틀을 뒤섞은 시리즈입니다. 헛소리꾼 이~짱과 서번 증후군 쿠나기사 토모의 애달픈 로맨스(?)가 곁들여진 양질의 라이트노벨이기도 합니다. 믿으시면 곤란합니다?

다른 하나는 오츠 이치의 입니다. 이쪽 남녀 주인공도 약간 쇼킹합니다. 뭐 엄밀히 분류하자면 미군과 마짱 콤비는 '만들어진' 캐릭터라면 <고스>의 두 남녀중에 한 쪽은 '진짜'입니다. 미군이 후반부에 '잘린 손목'에 관한 트루우마를 얘기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그걸 보고 있으면 <고스>에 수록된 단편 '리스트 컷 사건'을 연상하게 됩니다. 절단된 손목에서 세포가 증식하여 자기복제를 한다는 이토 준지의 소년소녀 명작만화 <토미에>스런 내용입니다. 그걸 믿나요?

다분히 위의 두 소설의 영향을 받은 면이 곳곳에 보입니다만 <헛소리꾼 시리즈>처럼 장황하지 않고 쓸데없이 분량이 많지도 않습니다. <고스>처럼 담백하면서 깔끔하지도 않습니다. 뭐랄까 장점만 가져왔다기 보다는 장점과 단점을 섞어서 가져오느라 좀 뒤죽박죽인 상태로 아직 머릿속에서 정리가 덜 된 상태에서 소설을 집필한게 아닌가 싶을 '미완성'을 보여줍니다. 진짜에요~!!

라이트노벨 면은 끝내고 미스터리 면만 살펴보자면 매우 단순한 '서술트릭'의 기초 중의 기초적인 문법을 채용했습니다. 그 가냘픈 실이 끊어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카모라쥬가 미군의 거짓말인데 그쪽의 완성도가 좀 떨어집니다. 그래서 완성된 그림은 안정감보다는 불안감을 내비칩니다.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의 정체나 - 처음에 나와요~. 범인은 미군!! 믿으면 바보! - 미군의 유괴+살인의 동시해결법이나 참신한 맛이 떨어지죠. 단지 8년전 유괴사건에 얽힌 비밀을 밝히는 방법은 좋았습니다. 이정도라면 다음작품도 기대가 됩니다. 아직 미완성이지만 이대로 끝까지 미완성으로 갈지 완성된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는 시리즈입니다. (일본에는 현재 6 권까지 등장했습니다. 우리말은 아마 제 기억이 맞다면 2권까지 나왔을 겁니다.)

단지 우리말은 번역가가 넷상에서 이런 저런 소문의 주인공이다보니 선뜻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평점 6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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