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16일 월요일

모든 미인은 명탐정이다 - 구지라 도이치로

2004년 고분샤 캇파 노블즈
2007년 문고판 (사진)

<9개의>의 사쿠라가와 하루코
<신-세계7대불가사의>의 사오토메 시즈카

2명의 헤로인이 크로싱하는 장편 추리소설이 <모든 미인은 명탐정이다>입니다. 추리소설 좋아하면서 특히 캐릭터물에 관심이 많은 분들, 게다가 위의 두 단편집을 이미 알고 있는 독자라면 두 미인 헤로인의 경연에 기대감은 부풀어 오릅니다.

대학의 제자들과 오키나와학술연구 여행중이던 사오토메 시즈카는 살인사건의 목격자가 됩니다. 게다가 용의자로 지명되어 누명까지 씁니다. 피해자는 같은 역사학자. 피해자는 죽기 얼마 전에 수수께끼의 고문서를 입수했다는 소문의 주인공이었고, 그 문서는 도쿠가와 가문에 얽힌 비밀을 밝혀줄 귀중한 재료라는 소문도 떠돕니다. 그리고 같은 시각 홋카이도에서는 원래 고문서 주인이 수수께끼의 자살을 한 사건이 일어납니다. 오키나와에서 살해당한 피해자는 죽기 전에 바닥에 '쥐' 그림을 그리는데, 여기서 동화전공인 사쿠라가와 하루코는 구전동화 하나를 떠올리고 사건의 연관성을 추리하죠. <모든 미인은 명탐정이다>는 제목대로, 서로 다른 소설의 주인공이었던 두 재녀가 한데 뭉쳐서 사건을 파헤치는 내용을 그리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참 흥미진진(?)하고 즐거운(?) 미스터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뭐 중후반부까지는 그런 예상과 크게 벗어나지 않게 즐겁게 읽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막판의 사건해결 부분입니다. '알리바이 버스터'라는 별명 답게 하루코는 진범인의 알리바이를 하나하나 깨트려나갑니다. 문제는 그 깨트리는 논리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렇지 않을까요?' '그랬지 않을까요?' 이런 식입니다. 이미 <신 시계 7대 불가사의> <9개의>도 비슷한 구성이었죠. 그냥 이렇지 않을까? 라는 선에서 끝나고 마는데, 무려 장편 미스터리도 똑같은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진범인은 9중의 철벽 알리바이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냥 허무하게 박살납니다. 정말 허무하게요. 별다른 반론도 없습니다. 주위 형사도 오호! 그런가보다 하고 다 같이 수긍하는 분위기더군요. 독자인 저 혼자면 태클 걸고 싶어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있더군요. 철저한 계산이 담긴 해결이 아니다보니 기분 좋은 독서가 아닙니다. 분량이 대폭 늘어난 아카가와 지로 소설을 보는 느낌과 비슷하다면 비슷하군요. 문고판 기준 470페이지 정도인데 실제로는 대부분이 대화로만 이루어져 있어서 읽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두께에 비해 실속없는 내용으로 가득해서 작가에 대한 실망이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단순히 단편이나 중편 정도로 끝내도 좋을법한 내용을 억지로 장편으로 늘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점수를 후하게 주는 편이지만 이 소설에는 도저히 그럴 요소가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리 미인라고 해도 머리에 든 게 없으면 소용없는 법입니다. (그래도 0점은 아닙니다........)

평점 1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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