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창원추리문고 (사진)
우리말로 유일하게 나온 <청춘 덴게게게게>라는 아시하라 스나오 소설은 미스터리가 아닙니다. 하지만 <부엉이와 올리브> 시리즈라는 안락의자탐정물 - 음식+미스터리 단편집을 선보였고, <달밤의 화재>라는,
사립탐정이었던 남편이 죽은지도 벌써 3년. 남편이 남겨준 유산이라곤 밀린 집세와 리볼버 1정, 그리고 자료파일. 남편의 탐정사무소를 이어 '사사노 탐정사무소'를 운영하게 된 '사사노 사토코'에게 4가지 사건이 들어옵니다. 처음은 부자집 불량 손녀 갱생 서포트하기로 일견 단순해 보이지만 여기에는 무서운 음모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토코는 망설임없이 적을 분쇄하고 경파하게 일을 해결합니다. 다음은 아무래도 딴 남자가 많은 듯한 불륜관계의 애인을 조사해달라는 유명 남자 배우. 물론 여기에도 음모가 숨어있고, 사토코는 다시 말려 들고 말죠. 세번째는 호스티스가 무참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피해자 여동생이 사토코에게 사건을 의뢰합니다. 마지막에는 3년전 죽은 남편이 맡았던 사건을 시발제가 되어 사토코는 이윽고 남편과의 인연을 끊고 이제서야 자유롭게 되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일단 단편은 4편이 수록되었는데 주인공 사토코의 심정의 변화와 마지막 단편의 마무리를 감안하면 연작 단편집이라고 보는 편이 타당할 것입니다. 각 단편은 일단 기본적으로는 의뢰인의 의뢰를 받아 사토코가 조사하는 방식입니다. 방식은 전형적인 하드보일드이고 미스터리적 요소는 상당히 적은 편입니다. 하지만 이 단편집의 매력은 여자 탐정 + 하드 보일드 + 호쾌한 해결에 있습니다. 미스터리(넓은 의미)를 좋아해서 많이 읽으려고 노력하다보니 이런 저런 소설을 읽게 되는데 - 최근에는 주로 일본 미스터리에 몰두중입니다만 - 여자가 탐정 직업을 갖는 소설은 그렇게 많지가 않습니다. 제일 유명한 걸로는 P.D 제임스의 <여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 (우리말로도 나왔음) 일 것이고, 그 밖에 영미계열에는 여자 탐정은 은근히 나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자세한 건 조사해봐야 하는데 귀찮군요. 아무튼) 하지만 일본 미스터리만으로 한정하자면 여자 탐정은 드문 편입니다. 생각나는 건 기리노 나쓰오 정도군요. 물론 여자가 주인공이고 탐정'역할'을 여주인공이 맡는, 그런 미스터리는 무지 무지 많지만, 여자 탐정이 주인공인 소설은 이렇다할 기억에 떠오르는 작품이 거의 없네요. 그런 면에서 <눈의 마주르카>는 재밌는 소설입니다. 남편의 망령에 시달리면서 '안좋은 느낌'이 드는 사건을 맡으면서도 자신을 함정에 빠트리려는 - 아마 여자 탐정이라고 우습게 봤을 겁니다 - 적에게 그대로, 아니 최소 2배 이상으로 되돌려주는 사토코의 호쾌한 행동이 매력적인 소설입니다. 비록 미스터리적 쾌감이 거의 없다고 해도 재밌게 읽을 수가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달밤의 화재>에 나왔던 중년 탐정 '야마우라 아유무'가 <눈의 마주르카>에 찬조출연합니다. 사토코와 아유무는 서로 아는 사이라는 설정이더군요.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걸 보면 두 주인공이 합동 출연하는 장편도 나올법 했음직한데, 아직까지 그런 얘기가 없는 걸 보면, 인기를 끌지는 못했나 봅니다. 아쉽네요.
평점 5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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