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23일 화요일

포기가 빠른 상담자 - 겐모치 다카시



1995년 동경창원사
2005년 창원추리문고

겐모치 다카시의 데뷔작 <포기가 빠른 상담자>는 제1회 창원추리단편상(현행 '미스터리즈 상'을 수상한 표제작 외 3편을 포함한 단편 미스터리입니다.

-포기가 빠른 상담자
-규칙적인 엘리베이터
-너무 자세한 진술서
-포기가 느린 상담자

이렇게 총 4 편이 들어있는데요, 각 단편집의 화자이자 주인공 겐모치 다카시 (엘러리 퀸 스타일이죠.)의 직업은 변호사입니다. 단, 다른 변호사무소에 소속된, 경력이 아직은 미천한 변호사입니다. 이런 다카시 앞에 법률상담을 오는 사람들과 관련된 '미스터리'를 푸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다카시는 와트슨 입장일 뿐이며 홈즈 역은 다카시의 친구이자 아직 사법고시를 패스하지 못한 '미츠테루' (통칭 코키)가 됩니다. 논리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코키는 어째선지 사법시험에 아직도 합격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정입니다.

표제작 단편은 다카기사 소속된 법률사무소 빌딩 (입주한 업체가 전부 변호사무소)에 한 상담자가 찾아옵니다. 호텔 로비가 어두워서 자동문에 부딛혀 머리에 상처를 입었는데, 해당 호텔을 어떻게 할 수 없느냐? 내용입니다. 그래서 겐모치 다카시는 상담자에게 민사소송을 낼 수는 있지만, 들어가는 시간, 노력과 돈에 비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적고, 호텔측의 귀책을 증명해야하는 어려운 점 그리고 당사자의 과실도 포함한 과실상쇄 등으로 실질적으로 메리트는 없다는 답변을 해줍니다. 그러자 상담자는 알겠다면서 바로 자리를 뜹니다. 오잉? 너무 포기가 빨라서 다카시는 의외라고 생각하죠. 일반적인 상담자는 어째서 그러냐는 등 여러 각도에서 따지거든요.

그러다가 다카시는 다른 동료 변호사와 이야기를 하던 도중 '이상한' 고객 이야기가 나옵니다. 법률사무소 빌딩내 사무소에 들락거리면서 같은 내용의 상담을 반복하는 손님 이야기였습니다. 다카시 자신도 그런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하고, 다른 변호사는, 볼륜을 하던 딸래미가 자살했는데 뷸륜 상대방에게 귀책사유를 들이댈 수 없냐는 등의 상담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런 내용을 다카시는 친구 코키에게 들려줍니다. 그리고 코키는 한 마디 하죠.

'그 이상한 상담자가 조만간 살인을 저지를지도 모른다' 고 말이죠.

두 번째 단편 '규칙적인 엘리베이터'는 다카시의 친구중 한 명이 사는 8층 아파트에 아침 특정 시간이 되면 항상 엘리베이터가 2층에 세워져있는 걸 궁금해하는 걸 코키가 해결해주는 내용입니다. 초반에 엘리베이터가 특정 층에 위치할 확률을 구하는 문제가 나오는데, 수학 좋아하시는 분은 꽤 흥미로운 내용일 겁니다. 실생활(?)과 수학(논리)의 결합이죠. 아무튼 여기에 다카시에게 찾아온 이상한 남자 고객이 등장합니다. (어떤 패턴일지 슬슬 보일 겁니다.) 결혼 약속을 한 여성이 있는데, 약혼 하고 나니 집에서 나와 혼자 사는 등, 전화를 걸어도 잘 받지 않고 뭔가 이상하다, 다른 남자가 있는 것 같다는 '의처(?)증' 같은 증상의 남자입니다. 다카시는 흥신소 같은데 말고 직접 증거를 찾아보라고 조언을 해주죠. 그리고 엘리베이터와 의처증 은 부드럽게 연결이 됩니다.

세 번째 '너무 자세한 진술서'는 이혼을 하려는 한 여성 고객이 나옵니다. 사이비 종교에 빠져버린 남편과 이혼하고 싶어하는 여성, 하지만 남편은 이혼동의서에 도장을 찍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결국 재판에 회부하게 되지만, 상대편 즉 남편의 진술서가 문제가 됩니다. 아내 측 입장과 정반대거든요. 하지만 코키의 도움으로 다카시는 멋지게 재판에서 승소(이혼성립)하고 위자료까지 받아낸다는 내용입니다.

마지막은 표제작과 대비되는 내용입니다. 이번에는 별 시덥잖은 것 가지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고객이 나옵니다. 코키를 비롯한 히로세라는 친구와 술을 마시던 다카시는 다음 날 아침 뉴스에
서 한 남성이 살인 현행범으로 잡혔다는 걸 듣습니다. 뉴스를 보고 다카시는 문득 생각이 들죠. 얼마전 3번에 걸쳐서 자신에게 상담을 왔던 한 남성을 말이죠. 그래서 자기가 받았던 상담내용을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거기서 남자가 살해할만한 사람을 찾는 내용입니다.

위에서 괄호안에서 업급했던 패턴이 이제는 확연하게 보입니다. 서로 다른 사건이 한 데 합쳐지는 내용의 미스터리입니다. 여기에 홈즈 역인 코키는 직접 관련있는 당사자가 아니라, '안락의자 탐정물' 같이 단순히 다카시의 이야기를 듣고 그 안에서 하나의 '논리'를 찾아내는 역할입니다. 복선은 상담 내용 안에 충분히 들어있고, 거기서 끄집어내는 프로세스는 충분히 논리적입니다. 그래서 <포기가 빠른 상담자>는 본격 미스터리 카테고리에 들어갈 자격을 갖춘 추리 소설입니다. 대충 미스터리 풍이면 좋아하는 입장이지만 아무래도 '고향 내음(?)'을 풍기는 작품을 만나면 약해지기 마련인가 봅니다. 아무래도 주인공이 변호사다보니 법률용어가 좀 등장하는 편이지만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 아니 우리나나 법률용어 자체가 어차피 일본에서 건너온거라 쓰이는 단어도 거의 같죠. (안타까운 역사.....) 그래서 독자가 전문지식이 없더라도 단편 안에서 충분히 같이 추리할 수 있습니다. 비록 도전장은 없지만 도전장이 들어가도 괜찮은 단편집이었습니다. 최근에는 그냥 고만고만한 녀석들만 읽어서 그런지 꽤 만족스러웠네요.

여담) 겐모치 다카시의 소설은 이걸로 끝(?)입니다. 대충 검색을 해봤지만 1995년 나온 본서를 제외하고 다른 소설은 발표하지 않은 듯 합니다. 단발로 끝난 작가지만 데뷔작인 <포기가 빠른 상담자>의 완성도를 보면 충분히 다른 작품이 나올 가능성이 컸을텐데 말이죠. 아쉽습니다.

평점 7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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