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2009년 우리말
<천사의 나이프>는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야마다 가쿠의 데뷔작입니다.
다섯 살 배기 딸을 홀로 키우고 있는 하야마 다카시. 4년전 아내가 중학생 소년 3인조에게 살해당했습니다. 하지만 범인은 미성년자라는 이유만으로 법의 심판을 받지 않고 소년원에서 몇 년 살다가 사회복귀를 합니다. 사건 당시 매스컴 인터뷰 상에서는 ‘국가가 범인의 죄를 묻지 않는다면 자기가 범인을 죽이고 싶다’는 발언도 합니다. 하지만 사건은 그리 녹녹지 않죠. 시간이 흘러 4년 후. 당시 소년B로 알려진 범인 그룹 중 한 명인 사와무라 가즈야가, 하야마가 운영하는 커피전문점 근처 공원에서 살해당한채 발견됩니다. 하야마는 단숨에 용의자 취급을 받습니다만, 당시 범인 3인조가 차례 차례 습격을 받으면서 사건은 오리무중으로 빠집니다. 그러나.....
일단 기본적인 소재는 ‘사회 문제’ 그 중에서도 ‘미성년 범죄’를 다루고 있습니다. 미성년자자 저지른 범죄를 심판하는 잣대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아니 대부분의 나라에서 옹호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습니다. 독자 중에도 두 갈래로 나뉘거나 중도파인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소설의 주인공 하야마는 미성년 범죄로 아내를 잃은 피해자입니다. 피해자지만 소년법에 의해 가해자에 관한 정보 열람조차 할 수 없죠. 이런 면모는 같은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인, 다카노 가즈아키의 <13계단>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13계단>은 사형제도의 모순을 소재로 삼았으면서 미스터리 트릭을 적절히 활용한 소설이었습니다. <천사의 나이프>는 미성년자 범죄를 소재로 삼으면서 미스터리적 엔터테인먼트를 잃지 않은 수작입니다.
사건의 기본은 하드 보일드와 유사합니다. 아내를 살해한 범인 그룹 3명 중 한 명이 살해당하고, 주인공 하야마가 소년의 궤적을 추적합니다. 소년들은 과연 자신이 저지를 죄를 뉘우쳤는지, 어째서 지금에와서 살해당했는지 하야마는 조사를 합니다. 그러면서 베일이 한꺼풀 한꺼풀 벗겨지는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소소한 반전까지 곁들여서 알찬 구성을 보여주죠. 독자에 따라서는 사건의 큰 그림을 중반에 알아챌지도 모릅니다. 작가의 암시가 곳곳에 숨어있기 때문인데요, 그런 암시와 큰 그림을 통해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사건의 진상 그리고 반전이 잘 어울립니다. 개인적으로는 100% 다 맞춰버려서 좀 싱거운 감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소설의 재미를 해치지는 않습니다. 단순히 트릭과 반전에 치중한 미스터리였다면 김이 샜을 법하지만, <천사의 나이프>는 사회파 미스터리 카테고리에도 속하는 소설입죠.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을 보고 미스터리적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분이라면 <천사의 나이프>를 권하고 싶습니다. <모방범>처럼 쓸데없을 정도로 집요한 피해자와 가해자 묘사에 진저리를 친 분들에게도 추천합니다. 350페이지 정도의 적절한 분량으로 스피디한 전개를 보여주면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전부 말하는 소설이 <천사의 나이프>이기 때문이죠. 물론 <모방범>에 비하면 미스터리적 재미는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여담)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은 아마 ‘쇼코’가 아닐까 싶습니다.
평점 7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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