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8일 월요일

걸레를 든 천사 - 곤도 후미에



2003년 지츠교노니혼샤 노블즈
2006년 문예춘추 문고


<걸레를 든 천사>는 7층 오피스 건물을 혼자서 청소를 하는 기리코를 탐정역으로 한 일상 미스터리 단편집입니다. 잠시 제목 얘기부터. 원제는 <천사는 몹을 들고>입니다. 몹이라고 해도 되지만 그대로 사용하면 국내에서는 MMO에서 주로 사용하는 '몬스터=몹'이라는 말 때문에 말을 바꾸어야 했는데, 몹을 그대로 번역하면 자루걸레, 대걸레가 되는데, 처음에는 빗자루라고 할까, 그냥 '청소'라고 할까 하다가 일단은 '걸레'로 칭했습니다. 걸레라고 해놓고 보니 이 또한 뉘앙스가 좀......

어쨌든 총 8 개의 짤막한 단편이 수록되었는데, 가지모토 다이스케라는 남성 1인칭 시점으로 진행합니다. 신입사원인 다이스케가 여자들이 대부분인 오퍼레이터 룸에 배속되고, 회사 오피스를 청소하는, '시부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패션을 한' 기리코라는 청소女를 만나면서 8개 단편의 막이 오르죠.

직장내 알력과 인간관계를 희미하게 다룬 '오퍼레이터 룸의 괴사건'
미신에 사로잡힌 어리석은 인간이 등장하는 '피클리스는 보고 있다'
다단계 판매와 스트레스 해소에 얽힌 '마음을 둘 장소'
여직원들의 다이어트 분투기에 얽힌 '다이어트 광상곡'
직장내 성희롱을 소재로한 '락커룸의 병아리'
직장내 상사와 여직원의 불륜과 보일 듯 말 듯한 악의를 그린 '핑크 판다'
호감과 착각을 다룬 '신데렐라'
그리고 마지막 '사상최악의 히어로'는 뜬금없는'서술트릭' 등장으로 독자들을 당혹케한 마무리였습니다.

실제로는 주인공 다이스케와 기리코가 사건에 관계하게 되고, 기리코의 지혜로 사건이 해결나는 구성입니다. 일종의 탐정역인 기리코의 풀네임은 2번째 단편에서 딱 한 번 나옵니다. 미네가와 기리코. 그 외에는 전부 그냥 기리코로만 등장하죠. 또한 정확한 나이도 나오지 않습니다. 18,19살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젊은 여성, 아니 소녀같은 이미지라고만 묘사되고 있습니다.

아무튼 장르는 일상 미스터리입니다. 사람이 죽는 사건을 다룬 단편이 딱 1편 있고, 나머지는 그냥 직장내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들을 다루고 있는데, 이 사소한 내용이 산뜻하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묘하게 뒤가 캥기는 구성을 보여줍니다. 가령 '핑크 판다'와 '신데렐라' '락커룸의 병아리' 이 세 단편이 대표적입니다. 딸에게 선물로 해줄 특수주문제작한 분홍색 판다 인형이 토막나는 사건과 그 뒤에 숨은 희미한 집착, 그리고 좋아하는 상대방을 내 잣대에 맞춰서 재단을 하려는 착각, 상사에게 성희롱을 당하면서 역으로 그걸 이용하는 여직원을 보고 있으면 그런 생각이 들죠. 그 외에는 상당히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단편집입니다. 당연 미스터리적 쾌감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아니 거의 없다고 봐도 좋겠죠. 굳이 그런 마무리를 했어야 했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마지막은 앞서 수록된 7개 단편을 읽은 독자를 '속이는' 내용이기 때문에 그런 구성을 취한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 오랜만에(?) 청소나 해볼까 했지만, 현실은 역시 시궁창입니다. 방 하나 청소하는데도 세월아 네월아인 저한테는 말이죠. 그러고보니 작가 곤도 후미에가 작가생활 초기에는 생활비를 벌 요량으로 청소원으로 일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소설 속 기리코라는 소녀는 그녀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캐릭터인 듯 합니다.

여담) 이 시리즈는 이후 2편 <걸레의 요정은 한밤에 나타난다>, 3편 <걸레의 마녀는 주문을 알고 있다>까지 출간됐습니다.

평점 5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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