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2008년 우리말
<추적자>는 잭 리처를 주인공으로 한 하드보일드 시리즈 첫 번째입니다. 소설의 도입부는 독자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합니다. '나는 이노식당에서 체포되었다'로 시작하는 서두는 주인공 잭이 살인누명을 쓰고 경찰에게 잡혀서심문을 받는 내용으로 시작합니다. 게다가 살해당한 이는 잭의 형으로 판명 납니다. 이렇게 해서 뜨내기였던 잭은 거대한 음모 속에 복수의 칼날을 야금 야금 들이밀게 되는 것이죠.
책은 550 페이지 정도로 상당히 두껍습니다. 요즘 나오는 책은 한 페이지당 활자수가 대단히 적은 편이라 페이지 수만 보자면 550페이지 정도는 약간 두껍다(?) 정도로 인식하기 쉽지만, 이 책의 페이지당 활자는 많습니다. 27줄이 들었더군요. 글자 크기도 요즘 소설에 비하자면 - 특히 일본산 - 깨알(?) 같습니다.
두꺼운 분량에 비해 문장은 호흡이 대단히 짧으며 건조합니다. 딱딱하고 약간 어색한 느낌도 있지만, 주인공 잭 리처와 맞물려서 별다른 위화감 없이 독서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총 34 장으로 구성된 챕터 각각의 분량은 적은 편이라서 쉽게 읽을 수 있죠.
어쨌든 주인공 조형만 보면 <마이클 해머 시리즈>가 생각나는 구석이 있습니다. 마초에 가운데 다리(?)를 이리지러 놀리고 다니는 마이클 해머의 통쾌한 액션이 일미였던 미스터리 시리즈인데, 해머 시리즈의 단점은 넓은 의미의 추리소설로는 맞지만 좁은 의미로는 미스터리적 쾌감을 느끼기 어려운 작품이었죠. 그러나 리 차일드의 <추적자>는 하드보일드 스타일 액션을 표방하면서도 그 안에서 미스터리적 장치를 적절히 활용하고 있습니다. 액션과 두뇌,두 가지 요소의 밸런스가 비교적 잘 맞아들어갑니다.
일단 해머 시리즈를 '싫어하는' 독자들은 이 시리즈에도 거부감을 느낄 분들이 많을 겁니다. 주인공 잭 리처는 적에게는 '무자비'하거든요. 사정없이 목을 자르고 총알을 퍼붓습니다. 그것도 '지능적'으로요. '비폭력주의'를 선호하는 독자에게는 소설 속 잭의 행동은 그저 폭력적으로 밖에 보이질 않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스타일 주인공을 대단히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현실에는 '인과응보'가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런 소설은 멋지게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줍니다. 이런 소설이나 붙잡고 자위하고 있기에는 서글픈 면도 있지만요. OTL
현재 우리말로는 시리즈 두 번째 <탈주자>까지 나왔습니다. 시리즈가 대략 12권 정도라는데, 과연 다 소개될 수 있을런지 회의부터 들긴 합니다만, 꾸준히 나와준다면 좋겠네요.
여담) 원제목은 'Killing Floor'이더군요. 영어에 약해서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평점 6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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