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19일 금요일

다질링 살인사건 - 로라 차일즈

2001년
2008년 우리말

<다질링 살인사건>은 <찻집 미스터리 1>이란 부제가 자그마하게 달려있는 미스터리 시리즈 첫번째입니다. 이 시리즈만 대략 7권 정도 나온 걸로 알고 있는데, 제가 처음 이 시리즈를 접한 것은 '일본어 번역본'이었습니다. 내용은 제목대로 '홍차'와 '미스터리'입니다. 소설에서는 끊임없이 홍차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심지어는 중간에 '홍차 강의?'까지 들어갈 정도죠. 원래 홍차를 좋아하던 입장이라 - 주로 밀크티와 레몬티를 선호합니다 - 홍자+미스터리란 말에 그저 눈물을 흘리고 읽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인디고'라는 찻집을 운영하는 '시어도시아 브라우닝'이란 여성이 주인공이자 일종의 탐정역을 맡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을 행사 도중 휴즈 배런 이란 남성이 인디고 찻집에서 제공한 차를 마시고 죽습니다. 이 사건 때문에 형사는 인디고 찻집을 조사하는데, 시어도시아는 이에 스스로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동분서주합니다. 뭐 그런 내용입니다. 홍차 이야기에 아마추어 탐정 스토리가 스며든 내용입죠.

아마 이와 비슷한 장르의 소설 중에 국내에 소개된 것 중에 '조앤 플루크'가 쓴 <한나 스웬슨 시리즈>를 떠올리는 독자들도 있겠네요. 일상 계열인 듯 하면서 본격적인 미스터리보다는 아마추어 같은 느낌의 잔잔한 분위기가 잘 살아나는 - 특히 먹거리와 연관이 많죠. - 이런 계열 미스터리를 선호하는 분들도 분명 있을 겁니다. 코지 미스터리의 단점이라면 미스터리적 쾌감을 얻기가 좀 어렵다는 것이겠죠. <다질링 살인사건>도 미스터리 완성도는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래도 탐정이 아마추어이고 사건 자체도 '오리무중'같은 기괴한 사건이 아니다보니 이쪽에서 만족을 얻기란 아무래도 어려운 법이죠.

살인사건은 분명 등장하지만 잔잔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미스터리입니다. 주말 오후에 우아하게 밀크티와 쿠키 몇 조각 옆에 두고 느긋하게 독서를 하고 싶은 분에게 추천하고픈 책입니다. 단 미스터리 마니아 보다는 미스터리를 잘 모르는 독자에게 알맞겠죠.

여담) 우리말 1권 표지가 일본판 문고 1권 표지와 같더군요. 저작권은 대체 어떻게 된 걸까요? 중간에 번역도 그렇고 영어 원서가 아니라 일본판 갖다가 중역한 느낌이 들던데 확실한 건 모르겠군요. 아무튼 번역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참고로 일본판 번역도 그다지 매끄러운 느낌은 없었습니다. (원문 자체가 별로였을 가능성도 있습니다만)

여담2) 잉글리시 블랙퍼스트, 얼 그레이, 재스민 티, 블러드 오렌지 티, 그린 티..앞으로 나올 후속작에 쓰일 제목입니다. 우리말로도 전부 나온다면요. 다 나올 수 있으려나 벌써부터 걱정이 드네요.

여담2) 원래 얼 그레이를 즐겨 먹었었는데, 시중에서 파는 티백에는 대부분 '페르가모트 향'을 '합성착향료'로 쓰던데, 원래는 페르가모트 오일로 향을 내는거더군요. 제대로 먹으려면 역시 비싼 놈들을 골라야 하는 거였습니다.

평점 5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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