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15일 월요일

어제의 세계 - 온다 리쿠



2008년 고단샤
우리말 출간중

<어제의 세계>는 현재 일본에서 출간된 것 온다 리쿠 신간 중에, 가장 빠르게 국내에 소개된 작품입니다. <브라더 문, 시스터 선>이나 현재 최신작인 <방문자>가 얼마나 빨리 우리말로 나오느냐에 따라 바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소설 내용의 기본 베이스는 '미스터리'를 깔고 있습니다. M마을이란 곳에 찾아온 이치가와 고로라는 남성이 사체로 별견됩니다. 그런데 이치가와 고로는 약 1년 전에 실종된 채로 있었죠. 그리고 '당신'이란 방문자(2인칭)가 M마을에 찾아와 그의 행적을 추적합니다. 동시에 M마을에 사는 주민들의 시점으로 '이치가와 고로'를 회상하는 방식을 병행합니다.

온다 리쿠는 독자를 어떻게 하면 흥미의 소용돌이로 끌어들일 수 있는지 잘 파악하고 있는 작가입니다.실종된 남자가 사체로 발견된 미스터리. 당신이란 지칭의 2인칭을 이용해 독자를 교묘하게 끌어들이는 수법. 더불어 3인칭 시점을 병행해서 미스터리를 더욱 부각시키는 기법 등, <어제의 세계>는 독자를 강하게 끄는 매력으로 뭉친 소설로 작가가 참 좋아하는 두 가지 요소가 들어있습니다.

-과거의 살인
-같은 사물을 다른 시점으로 바라 보기

이미 위에서 언급한 것들입니다. 그리고 이런 요소는 온다 리쿠의 여타 소설에서 끊임없이 등장합니다. 작가 자신의 세계관 내에서 확대재생이나 축소재생산을 거치고 있는 소재들입니다. 국내에도 소개된 <흑과 다의 환상> <굽이치는 강가에서> 등은 이런 캐릭터들의 다면 시점을 적절히 이용한 수작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제의 세계>는 여기에 독자라는 대상을 2인칭 묘사를 통해 추가합니다. 뭐 엄밀히 말하자면 이 수법자체도 참신한 것은 아니고 , 에서 이미 써먹은 것이긴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작가의 특징은 위 2가지 뿐만 아니라 하나가 더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즈노 리세의 1인칭으로 진행되는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는 상당히 특이한 작품입니다.)

-결말에서 말아먹기

좋은 표현으로 하자면 '열린 결말' 나쁜 말로 하자면 '용두사미'겠죠. 초중반은 독자의 흥미를 엄청나게 자극하고 재밌는 요소로 가득하다가 막판에 가서 흐지부지 끝나버리는 것 역시 온다 리쿠 특징 중 하나인데요, 이 대표작으로 <금지된 낙원>과 <겁진동녀>가 있습니다. 그런데 <어제의 세계>는 결말은 일단 나와있습니다. 문제는 그 결말이 '허망'하다는 것이겠죠. 개인적으로 <어제의 세계>는 저한테는 <허무의 세계>가 되버렸습니다.

아마 이 소설을 '미스터리'로만 접근한 독자라면 1,2점 줄까 말까 할 것이고, 그냥 '이야기'로 접근했다면 5,6점 정도는 줄만 할 겁니다. 안타깝게 저는 미스터리 쪽으로 주로 접근했기 때문에 좋은 점수를 줄 수가 없군요. 그래도 초중반 낚시질은 즐거웠으니 +1 점 정도는 해주고 싶습니다. 참고로 온다 리쿠 스스로 자기 집대성이라고 했다는데, 딱 그말이 맞습니다. 안좋은 의미의 요소까지 포함한 집대성이기에 호불호가 확연하게 갈릴 소설입니다.

여담) 미즈노 리세 최신작인 <장미 속의 뱀>의 완성도 여하에 따라 온다 리쿠 졸업할 때가 올지도 모르겠군요. OTL

평점 3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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