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을 읽고 놀랐던 것은 16년 전에 쓰여진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또 하나 깜짝 놀랐던 점은 '인간 심리'를 리얼하게 묘사한 심리 소설에 가까웠다는 것이었죠. 작년에 EBS에서 했던 다큐 프라임 <인간의 두 얼굴>이란 TV 프로그램을 방영한 적이 있습니다. 인간이 얼마나 나약하고 착각에 빠져 사는 존재인지 알려주는 재밌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이 <심플 플랜>은 그런 인간의 나약함과 어리석음을 소설이지만 현실보다 더 그럴싸하게 잘 포장해서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심플 플랜>은 매우 간단한 줄거리를 갖습니다. 주인공=1인칭 화자=나=행크 미첼은 형과 형의 친구 루, 이렇게 세 명이서 트럭을 타고 가다가 추락한 비행기를 발견합니다. 그런데 그 안에는 시체 한 구와 수백만 달러가 든 돈 가방이 들어있었습니다. 평범한 소시민이 갑작스레 돈다발 세례를 받고 정신을 못 차린채 결국 세 명은 그 돈을 꿀꺽하기로 계획합니다. 아주 '간단한 계획'일 듯한 그 계획이 어떻게 예상을 벗어나고 인간의 관계를 파탄내고 정신을 좀 먹어들어가는지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주인공 행크와 아내는 착각에 빠진 존재입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 자신들이 저지른 일들 전부가 자기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리라 착각을 하면서 계획을 진행해 갑니다. 하지만 균열은 균열을 부르고 결국 심플은 컴플렉스로 변해버립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블랙 코미디'로 끝을 맺습니다. 씁쓸한 결말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나마 '해피' 엔딩으로 끝을 맺었다고 생각합니다. 어찌됐든 목적 하나는 달성했으니까요, 하나는.
아마 이 소설을 읽고 소설 속 캐릭터들이 멍청하다고 느꼈을 독자도 있을 겁니다. 나라면 저렇게 하진 않았을텐데 말이야! 나라면 이렇게 했을텐데 말이야! 하면서.....하지만 인간 심리의 맹점이 거기에 있습니다. EBS의 인간 심리 프로그램을 보고 흥미가 동해서 심리학 관련 서적을 도서관에서 닥치는대로 찾아보면서 느낀겁니다만, '나라면......하지 않았을텐데'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미 심리적 함정에 빠져있다는 얘기와 다르지 않습니다. <심플 플랜>에서는 부정한 돈이 등장합니다만, 가정을 해서 정당한 돈이, 그것도 거액의 돈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 듯 생긴다고 해도 거기서 자유로울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얘기죠. 또 하나 평범했던 사람이 어떻게 저런 짓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을 품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런 의문을 품는 그 사람조차 사건에 발을 내딛는다면 더 잔인해지지, 더 멍청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것 또한 명심해야 할 겁니다. 이런 글을 치고 있는 저조차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죠.
일반적인 추리소설로 읽으면 재미가 없습니다. <심플 플랜>은 인간 심리의 변화에 초점을 두고 읽어야 재밌기 때문입니다. 행크와 아내가 꾸는 <한 겨울 밤의 '덧없는' 꿈>의 내용을 알고 싶은 분이라면, 지금이라도 <심플 플랜>을 읽어보세요. 그리고 읽고 나서 캐릭터들이 멍청하다고 느꼈다면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심플 플랜>은 대단히 낙관적(?)으로 그려졌다는 것을 명심해야할 겁니다.
평점 7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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