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15일 금요일

추정소녀(推定少女) - 사쿠라바 가즈키



2004년 패미통 문고

라이트노벨 출신으로 나오키 상을 거머쥔 '신데렐라' 같은 작가 사쿠라바 가즈키의 원점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 라는 얘기가 나온다면 아마도 <빨강X핑크> <추정소녀> <사탕과자 탄환을 뚫을 수 없어> 대략 이 세 작품으로 압축되지 않을까 싶다.

그전까지 별 시덥잖은 작품만 발표하던 작가가 자기만의 색깔(주장)을 처음 내세운 것이 <빨강X핑크>였고, 원래 계획상의 결말과 달리 해피엔딩으로 결말이 나버린 좌절(?)기이자 부모살해를 소재로한 <추정소녀>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나온(추정소녀보다 2달 늦게 발간) 아동학대를 소재로한 <사탕과자 탄환을 뚫을 수 없어>가 있다.

이중에 <추정소녀>는 2009년도에 가도카와 문고(일반문고)로 재간되면서 원래 플롯상에 존재했던 다른 결말을 같이 실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사탕과자 탄환을 뚫을 수 없어>를 사쿠라바 가즈키의 색깔의 원점으로 보고 있다. (작가 스스로는 <빨강X핑크>를 자신의 전환점이라고 했다. 고독과 폐쇄 등을 잘 그린 수작이다.) <추정소녀>는 종반과 결말이 흐지부지 끝나버린 안타까운 완성도를 보여주는데 비해 <사탕과자 탄환........>은 일관된 모습을 보여줘서 가장 완성형에 가깝지 않나 생각한다. 물론 <추정소녀>의 부모살해와 <사탕과자>의 아동학대는 짬뽕이 되어 <소녀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2005년도 간행)이란 일반소설로 축소 재생산 되기도 한다.

<추정소녀> -> <사탕과자> <소녀 직업>으로 이어지는 일종의 삼부작 시리즈(?)에는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 일단 두 명의 소녀가 주인공. 아동학대와 살인이 소재로 쓰인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2명의 소녀라는 설정이다. 한 명도 아니고 세 명도 아닌 두 명. 보통 사회를 구성하는데 최소로 필요한 인원을 세 명으로 보는데 거기에 한 명이 모자란 두 명이란 요소는 불안을 나타내는 상징적 구성으로 현재와 미래의 불투명과 함께 소설 속에서 소녀 주인공이 느끼는 불안과 초초를 더욱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철저하게 혼자일때 보다는 어설프게 둘이 있는 경우가 더 고독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추정소녀>에는 남자 조역이 한 명 등장해서 어느정도 비중있는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그것이 다른 두 소설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물론 <추정소녀>도 결말부분에서 시라유키가 사라지고 소녀와 소년이 남아사 결국 이쪽도 '둘'이라는 숫자를 맞추기는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여기서는 <추정소녀>를 얘기해보기로 한다.

지방소도시에 사는 15살 여중생 '스고모리 카나'는 가출을 한다. 이유는 엄마가 없는 틈을 타서 의붓아빠가 자기 방에 침입(?)하려고 해서 '활'로 쏘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출소녀 카나는 의문의 소녀 '시라유키'를 만나서 도쿄로 도주한다. 하지만......

사춘기 소녀의 가출과 부모살해를 다룬 내용으로 초반에는 시라유키의 정체에 관한 미스터리를 던져놓지만 종반, 결말에서는 그런 요소는 아무렴 어때 수준이 되버려서 깔끔한 맛이 떨어진다. 단지 초점을 미스터리에만 놓고 읽을 경우, 되다만 작품이 되지만 스스로를 '보쿠'(보통 남자가 쓰는 1인칭 말이다. 제목인 '추정'소녀와 겹쳐서 떠올리면 분위기를 알 수 있을 것이다.)라고 부르는 사춘기 소녀의 고독과 초초한 심리, 무력감을 '도망치는' 행위로 표현한 소설로 읽는다면 즐겁게(?) 읽을 수 있다. 2009년도에 재간된 가도카와 문고판에는 엔딩이 총 3개가 수록되었다.
엔딩1 : 원래 작가가 생각했건 결말
엔딩2 : 패미통 문고 편집부측 요구로 태어난 결말 (패미통 문고판은 이쪽 결말)
엔딩3 : 엔딩2를 짧게 다듬은 버전
결말은 패미통 문고판 결말 보다는 가도카와 문고판으로 나온 엔딩1이 마음에 들었다. 오히려 이쪽이 더 해피(?) 엔딩 같은 느낌이 들었다.

평점 5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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