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0일 수요일

수로에서 웃는 여인~낭인 사몬의 괴이 강의 - 와와타리 소스케



2008년 고단샤 노블즈

<수로에서 웃는 여인(이하 웃는 여인)>은 38회 메피스토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그러나 현재 메피스토상은 정통 미스터리보다는 틀이 없거나 틀을 깨는 '변격' 미스터리를 떠올리게 되서 독자에 따라 호불호가 확실히 갈립니다. 1회 수상작이 모리 히로시의 <모든 것이 F가 된다>였지만 2회 수상작이 세이료인 류스이의 <코즈믹>인 걸 봐도 메피스토상이 목표로 하는 것이, 단순히 미스터리만 좋아하는 독자가 원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코즈믹>은 국내에 소개예정이라고 하니, 나온다면 '각오(?)'를 하시고 보시는게 좋을 겁니다. )

96년에 스타트를 끊어 지금까지 미스터리, 호러, SF, 판타지 등 엔터테인먼트 장르를 아우르는 내용의 수상작이 다수 나왔는데 <웃는 여인>은 호러 계통의 비교적 정통 미스터리에 가까운 내용의 소설입니다.

배경은 에도시대. 마을에는 소문이 떠돕니다. 여자 유령을 본 사람은 얼마 안가서 죽는다는 내용입죠. 이런 소문이 무성한 사이에 가신중 한 명인 에하라마타 자에몬이 암살당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암살범 일당이 한 명 한 명 의문의 죽음을 맞이합니다. 죽어가면서 남긴 말은 '죽은 이가.....'라는 말이었습니다. 술이면 사족을 못 쓰는 검호 '히라마츠 사몬'과 검술 실력은 뛰어나지만 무서움을 많이 타는 청년 '세리야 진주로'가 사건의 내막을 밝힌다는, 뭐 그런 내용입니다.

일단 딱 보고 느낀 점은 '교고쿠 나츠히코' 스타일을 콤팩트하게 엮어놓은 스피디한 소설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소설 안에서는 이런 저런 괴담이 등장하지만, 핵심은 제목대로 '수로에서 웃는 여인' 괴담입니다. 귀신이 나오는 호러스런 내용을 미스터리로 엮으면서 매끄럽게 결말을 내는 부분이 교고쿠 나츠히코 소설에서 교고쿠도의 장광설을 대폭 삭제한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일종의 시대극에 가까운 소설이지만 덕분에 빠르게 읽을 수 있습니다. 페이지도 220페이지 정도로(우리말로 나온다면 아마 280-300페이지 전후) 얇아서 부담없이 한 손에 들고 읽을 수 있죠.

아무 관련없어 보이던 괴담들이 하나로 엮이면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나, 은근슬쩍 묻어가는 복선 그리고 대담하게 독자에게 제시하는 힌트까지 전체적으로 짜임새 있는 소설입니다. 단지 아쉬운 점이라면 편의상 호러 미스터리라고도 볼 수 있는데 '호러' 내음이 그다지 깊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남자보다는 여자 귀신이 더 무섭습니다. 그 여자 귀신이 씨익~ 웃는 모습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꺼이 닭살을 내보이고 싶지만, 실제 소설에서는 그렇게 호러스럽지 않습니다. 그냥 괴이한 이야기 수준으로 끝나는 것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여담) 마지막 '이름'을 보고 대체 누구야!!? 라며 벙찐 독자가 있다면, XX페이지를 살펴보세요. 정체가 나옵니다. (핵심 미스터리 플롯과는 상관없는 부분입니다.)

여담2) 낭인 사몬의 괴이 강의 시리즈는 현재 3번째까지 나왔습니다. (두번째까지는 고단샤 노블즈, 3번째는 일단 단행본)

평점 6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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