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9일 토요일

야마타이와 어디입니까? - 구지라 도이치로



1998년 창원추리문고

유명한 역사의 일부를 소재로해 '그럴지도 몰라?' 류의 설을 풀어내는 내용의 단편집입니다.

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것은 언제입니까?
야마타이國은 어디입니까?
성덕(쇼토쿠)태자는 누구입니까?
아케치 미츠히데가 모반을 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명치(메이지)유신은 왜 일어난겁니까?
예수의 부활은 어떤 식으로 일어난겁니까?

이상 총 6 편의 단편이 들어있습니다. 이중에서 야마타이의 소재를 찾는 내용과 아케치 미츠히데가 오다 노부나가를 배신한 이유(혼노지의 변)은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그다지 흥미로운 소재거리는 되지 못하겠고, 부처와 예수를 소재로한 권두와 권말에 수록된 두 단편이 가장 읽기 편하고, 국사나 세계사 시간에 졸지 않았다면 성덕태자와 명치유신 정도는 아는 사람도 많을 겁니다. (메이지유신은 <바람의 검심(루로우니 켄신)>이란 일본만화 덕분에 유신 유신 아는 이들이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단편의 제목은 내용을 그대로 함축한 것입니다. 제목대로의 내용으로 대세에 어긋나는 주장을 펼치는 단편입죠. 부처가 출가한 이유는 마누라가 바람을 폈기 때문이고, 부처는 사실 성불능이었다는 얘기부터 - 불교도들이 봤을 때는 쳐죽일 주장이겠죠 - 예수의 부활은 사실은 시체바꿔치기 트릭이라는 주장까지도 나옵니다. 이런 주장을 하는 근거로 경전이나 성서의 문장등을 이용합니다. 야마타이 국은 어디인가요? 에서는 주로 '위지왜인전'을 인용하고 조선시대 만들어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이야기도 나옵니다. 성덕태자에서는 당연히 일본서기와 고사기가 나와서 일본서기는 승리자의 입장을 대변한 왜곡이라는 주장도 하죠.

그래서 이런 스타일은 '아무 생각 없이' 읽어야 합니다. 특히 관련 전문지식을 보유한 독자가 있다면 상당히 신경에 거슬리는 내용일 겁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배울 점이라면 '유연한' 사고방식일 겁니다. 역사학 전공하신 분은 아실 겁니다. 역사서 자체를 '그대로' 믿어버리는 우를 범하면 안된다는 것을 말이죠. 미스터리가 여기와 연관이 있겠죠. 100% 확신할 수 있는, 움직일 수 없는 진실 이외에는 전부 의심의 대상이 됩니다. 증인의 증언을 100% 믿을 수 있나요? 의외로 인간의 증언만큼 믿을 수 없는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부 부정할 수도 없는 노릇. 결국 의심하고 의심해라! 정도가 되겠죠. 이런 의심의 대상을 역사적 내용과 결합한 것이 <야마타이는 어디입니까?>가 되겠습니다. 하지만 짤막한 단편이라 논문 수준의 학술적 고증을 토대로한 내용이 아니라는 사실도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후속작 <신 세계7대 불가사의>에서도 잠깐 언급했던 듯 한데, 그냥 이렇게 해석하는 '재미'도 있다는 사실 정도로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다면 시간 때우기 좋은 즐거운 단편집이 될 것이고,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다수가 인정하고 있는 정설에 반하는 내용이 영 거슬린다면 그냥 이 책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세요. 그게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아무튼 단편중에 '야마타이'를 다룬 것이 제일 완성도는 좋습니다. 아무래도 이게 제일 처음 쓴 단편이고 나머지는 책으로 출판하기 위한 일종의 데코레이션에 가깝기 때문일지도 모르겠군요. 국내에 출판될 일은 아마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혹시라도 나온다면 오픈 마인드로 이 책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평점 4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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