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18일 월요일

좌90도에 검은 삼각형 - 야노 류오



2007년 고단샤 노블즈

<극한추리 콜로세움>으로 데뷔해서, 서바이벌 게임 미스터리를 집필하고 있는 야노 류오의 4번째 소설 <좌90도에 검은 삼각형>입니다. 제목은 대체 뭘 말하고 싶은 것일까? 고개가 갸웃거립니다만, 일단 영문제목은 라고 되어있더군요. 검은 삼격형 미스터리.

저택(관) 안에서 벌어진 살인극(劇)을 추리하여 진범을 잡아야 합니다. 단, 탐정역 캐릭터는 외부와 단절된 방안에서 24시간 내에 정답을 도출해야 합니다. 갇힌 방안에는 오로지 살인극의 목격자와 대화할 수 있는 LCD 모니터와 기록을 메모할 수 있도록 컴퓨터 1대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탐정역 참가자는 총 10 명. 남자5, 여자5으로 성비는 1:1입니다. 총 5 팀으로 나뉘며 남녀 한 명이 한 팀이 됩니다.

총 다섯팀은 1번 팀부터 5번 팀으로 순서를 나누어 추리를 시작합니다. 동시간대에 추리를 해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1~5번 팀은 순서대로 추리를 해야합니다. 각팀마다 주어진 유효시간은 24시간입니다. 단, 1번 팀이 정답을 맞추면 나머지 팀은 추리극에 참가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아웃'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5번째 순서에 참가하게되는 팀이 몹시 불리한 듯 하지만, 추리극에 참가하지 않은 팀은 외부 모니터를 통해 참가한 팀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단, 음성은 들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참가한 팀은 컴퓨터에 정리를 위해 자료를 남겨 놓는데, 순서가 뒤로 갈수록 선행팀의 자료를 모두 볼 수가 있는 이점도 있습니다. 그래서 순서가 빠르다고 좋고, 느리다고 나쁘다는 이분법으로 생각할 수 없는 방법입니다.

스즈키 하가네(男)와 츠즈라 하루카(女)가 팀이 되어 4번째 순서가 되어 (나머지 캐릭터들은 들러리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두 캐릭터 이름만 밝힙니다.) 서바이벌 추리극에 참가합니다. 1번 부터 3번째 팀의 자료를 하나 하나 보면서 하가네는 이런 저런 추리할 근거를 찾아냅니다만, 하루카가 살인극의 목격자인 '산고(산호)'와 나눈 대화를 듣는 순간 혼란에 빠집니다. 전팀이 남긴 자료와 하루카가 들은 증언이 서로 엇갈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전부 엇갈리는 것도 아니고 일부는 일치하는 내용도 있기에 더 헷갈립니다. 여기에 3번째 팀이 남긴 자료는 단 한 문장의 반복입니다.

'두 번째 팀이 남긴 자료는 순 엉터리다! 거짓말이다! 우리를 함정에 빠트릴려고 획책한 것이다!'

라는 말이죠. 과연 하가네와 하루카는 악조건을 딛고 24시간 내에 올바른 추리를 할 수 있을까요?
여기에 타이틀 <검은 삼격형>은 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서로 엇갈리는 주장이 하나로 합쳐지는 부분은 괜찮았고, 그것이 타이틀과 그대로 연결되는 부분 또한 좋은 편입니다. 검은 삼각형과 관련된 힌트는 군데 군데 등장하고, 독자에 따라서는 금새 정체를 알고 사건의 내막을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지간한 가정집에는 이 삼각형은 전부 있을 겁니다. 없는 집을 찾기가 훨씬 어려울 겁니다.) 게임 룰이 깔끔하고 앞서 참가한 팀의 자료를 참고해서 추리할 수 있다는 부분이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물론 앞선 팀이 남긴 자료의 진실성 여부는 50:50이긴 하지만요.

하지만 서바이벌 게임인데 소설에서 그런 긴박감은 느끼지 어렵습니다. 자기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극한 상황인데도 다들 침착(?)하게 게임에 참가하는 모습은 좀 위화감이 느껴집니다. 아니면 인간심리학상 '이건 현실이 아냐!'라며 '설마 진짜 죽이겠어?'라는 현실도피 생각으로 참가해서 그렇게 다들 침착했을지도 모른다는 해석도 가능하겠지만요. 또한 <극한추리 콜로세움> 등에서 비판을 받았던 부분 중 하나가 '결국 흑막은 뭐냐?'라는 부분이었는데, <좌90도에 검은 삼각형>에는 흑막이 전면에 등장해서 게임을 진행시킵니다. 하지만 흑막이 참가자를 모집하는 동기가 너무 흔한 것이라 실소를 금할 수 없었던 부분입니다. 또한 참가자를 강제로 참가시키기 위해 '초능력'을 사용한다는 부분은 좀 깨는 부분이었습니다. 초능력보다는 그냥 최면술 정도로 했더라면 낫을지도 모르겠지만요. (참고로 초능력은 본 게임의 추리극과 하등의 상관이 없습니다.)

야노 류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데뷔작을 읽고 나서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네요. 재밌는 설정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 좀 더 분발해달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야노 류오와 비슷하게 서바이벌 게임 장르에 몰두하고 있는 라이트노벨 작가 '도바시 신지로'가 있는데, 데뷔작인 <문의 바깥>은 수작에 속합니다. 미스터리보다는 '심리' 묘사에 더 주력하는 스타일이며, 후속작인 <짜라투스트라의 계단>도 역시 밀실 게임을 그리고 있는 등 야노 류오오 비슷한 노선을 표방하지만 실제 내용은 서로 상이합니다. 두 작가의 장점만 합친 소설이 나온다면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지 않나 싶지만, 소설 집필이란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죠. 그냥 팬 입장에서 아쉬운 소리를 뱉어봤습니다. 참고로 <문의 바깥>(전3권. 완성도는 2권이 제일 높음)은 우리말로 출간됐습니다.

여담)
극한추리 콜로세움
시한절명 맨션
상자 속의 천국과 지옥
좌90도에 검은 삼각형 (이상 서바이벌 게임 미스터리)
직녀 퍼즐 브레이크 (단행본) (퍼즐 미스터리)

평점 5 / 10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