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2일 금요일
오치켄 - 오쿠라 다카히로
2007년 리론샤 (미스터리 야)
'미스터리 야'에 관한 이야기는 다른 곳에서 여러번 했으니 넘어가겠습니다. 오쿠라 다카히로는 이미 데뷔작인 <세명째 유령>에서 라쿠고(落語 : 일본 전통예능)과 미스터리의 접목을 이용해서 인기를 끌었는데, 저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미스터리 <오치켄> 역시 라쿠고+추리를 합친 내용의 연작 중편집입니다.
부원수 두 명 뿐인 '오치켄(라쿠고연구회)'에 정원수 3명을 채워줄 주인공 '오치 켄이치'가 오치켄 부장 기시 야이치로의 강제(?) 권유로 들어오게 됩니다. 하지만 아직 공식동아리로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회원수는 많은 '종이 접기' '낚시' '웃음 연구회' 각각 세 동아리는 오치켄이 쓰는 방을 노리고 있는데, 떡하니 신입부원 오치 켄이치의 등장으로 '닭 쫓던 개' 겪이 되버립니다. 하지만 오치켄이 사용하는 사무실 관련 인정 서류가 도난당하는 사건과 유령 소동이 합쳐져서 오치켄 존속에 위기일발 사태가 일어납니다. 용의자는 종이 접기 이하 세 동아리 관계자들이죠. 주인공 오치 켄이치는 라쿠고연구회를 그만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차에 어쩌다보니 사건을 해결하게 되는 와트슨 역이면서 홈즈 역이기도 한 캐릭터입니다. 오치켄 부장인 '기시 야이치로'의 언행을 보면 이미 다 알고 있는데, 일부러 알려주지 않고 힌트만 주고 있습니다.
데뷔작 <세명째 유령>에 비하면 전문적인 이야기는 거의 없는 편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매우 읽기 쉽게 꾸며져있습니다. 라쿠고 이야기는 당연히 나오지만 이해하기 쉽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라쿠고 문외한 독자라도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미스터리 야'가 저연령층 이상을 타겟으로 잡고 있기 때문에 나온 고육책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일본애들 조차도 라쿠고에 관심없는 애들이 많은 걸 생각하면 이렇게라도 조금이나마 흥미를 끌어줄 내용이 등장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겠죠.
미스터리는 일상 계열이라고 봐야겠죠. 유령 소동에 얽힌 이야기를 그린 첫 편. 두 번째 중편은 미성년자 - 대학에 갓 입학한 신입생이라도 아직 미성년인 사람들이 많죠.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마찬가지입니다. - 흡연하는 장면을 캠코더에 찍은 범인을 잡는 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전편에서 오리무중이었던 '문서 사건'이 이번에 확실하게 밝혀지죠. 그리고.......까지도요. (호호) 독특한 점을 꼽으라면 주인공 오치 켄이치는 일견 와트슨에 가깝습니다. 사람 좋고, 수줍음도 많이 타고, 긴장도 많이 하는 등 탐정역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에 가깝게 그려집니다.
하지만 부장인 기시와 부원인 나카무라의 도움으로 와트슨에서 홈즈로 레벨업을 이룹니다. 기시와 나카무라는 켄이치에게 힌트를 제공할 뿐 직접적인 설명은 가급적 자제하는 편이죠. 처음에는 기사 유이치로가 탐정역이 아닐까 싶었지만 실제로는 와트슨=홈즈가 되버리는 구성입니다. 이런 구성을 취한 이유는 작가 후기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독자들에게 하나 부터 열까지 전부 설명해주는 소설이 아닌 '생각의 여지'를 남겨두고 싶은 소설을 쓰고 싶다는 말이 있는데, 딱 거기에 맞춘 내용이더군요. 나카무라의 행동은 그렇다치고 기시 유이치로의 언행을 보면, 이 캐릭터야 말로 '진짜' 탐정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겁니다. 미스터리의 결정적 힌트는 '라쿠고'입니다. 하지만 해당 힌트에 되는 라쿠고에 관해서는 알기 쉽게 설명해주기 때문에 처음 보는 독자라도 같이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너구리 같은 남자, 오치켄 부장인 기시 유이치로와 끌려가기만 하는 듯 하다가 자립성도 보여주는 오치 켄이치, 마이 페이스 나카무라 등 재밌는 3인방 이야기는 후속편으로 이어집니다. 2009년에 <오치켄, 위기일발>이란 속편이 나왔더군요.
평점 5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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