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7일 목요일

해한가~자각몽 - 나승규



2008년 시드노벨

2권에서 재미를 궤도에 오른 <해한가> 3권은 '꿈' 이야기입니다. 첼리스트 시우는 '기면증'이란 특이한 병을 앓고 있는 청년입니다. 기면증이란 시도 때도 없이 잠에 빠져들어 장소를 불문하고 끊어진 실처럼 쓰러져서 잠에 빠지는 병입니다. 그래서 시우는 주위 도움 없이는 살아가기 힘든 사람이죠. 그러나 시우를 도와주는 미인 쌍둥이 자매 서연과 소연이 있습니다. 각각 피아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인 쌍둥이 자매는 어릴적 부터 시우를 도와준 존재입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최근 '악몽'을 꾸고 있습니다. 산장에 시우와 두 자매가 고립되고 밖에서 백호가 등장하고, 자매가 호랑이에게 잡아먹히는, 그런 꿈입니다. 그리고 셋은 설악산 스키장에 놀러가던 도중 시우가 꾸던 꿈과 똑닮은 상황에 직면합니다. 꿈처럼 백호가 등장하고 서연이 잡아먹힙니다. 하지만 꿈에서 깨보니 시우 옆에 있는 존재는 '서연'. 그리고 둘은 약혼한 상태입니다. 다시 혼란에 빠진 주인공은 쓰러지지만 깨어보니 1년전 사건이 있던 그 산장입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여성은 '소연'이었는데.........

<자각몽>은 꿈이 현실인지, 현실이 꿈인지 처음부터 거의 종반까지 꿈과 현실이 교차하는 그런 내용입니다. 굳이 장르를 구분하자면 사이코 서스펜스 비스무리하다고 봐도 좋겠죠. 핵심 부분은 교고쿠 나쓰히코의 <우부메의 여름>과 궤를 같이 합니다. 이건 <우부메의 여름>이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독자에게는 <자각몽> 역시 지X를 하네요~ 라는 평을 들을지도 모른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인간은 착각하는 존재입니다. 얼마전 방영했던 '인간의 두 얼굴'이란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꽤 흥미로운 내용이었습니다. 인간의 착각, 선입견, 편견, 자기중심적 사고방식 등등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인간의 이기적인 면을 실험을 통해서 보여준 흥미로웠던 프로그램입니다. <자각몽> 역시 그런 관점에서 보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내용입니다. 단지 추리소설에서 보여주는 꽉 찬 논리로 보기에는 중간 중간 허점이 존재합니다만, 이 부분은 그냥 그러려니 넘어가야 하겠죠.

마지막으로 결말은 2권과 더불어, 약간 논란의 여지가 있을 법도 합니다. 저 같으면 '케찹'이 허벌라게 튀는 결말 아닌 결말로 지어버렸겠지만, 작가 스스로가 우유부단한 성격이 아닌가 싶은 결말이었습니다. 아니, 작가는 선택을 하고 싶었지만 자신이 창조한 소설 속 캐릭터에게 눌렸다고 해석하는 편이 더 타당할지도 모르겠군요. 행복이란 건 자기만족이니까요. 아무튼 독자에 따라서는 기분나쁠 내용일지도 모를 <자각몽>입니다만, 2권에서 보여줬던 재미는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재미가 좀 있어졌는데, 아니 작가 후기를 보니 다음권이 시리즈 마지막이라고 합니다. 이건 반착이에요. 예, 반칙입니다. 이제 좀 맘을 다잡고 읽을만하다 싶으니 끝이라니, 말이 안됩니다. 물론 라이트노벨 특징상 단편집이나 외전이 나올 확률이 존재합니다만, 그래도 그렇지 끝이 너무 빠르다는 생각입니다. 3권에서 '해한가'와 관련된 떡밥을 좀 뿌린다 싶었더니 그래서 그런거였군요. 등장기회가 거의 없던 의사와 변호사에게도 활약할 기회도 줘야할텐데, 그래야 캐릭터 밸런싱이 맞을텐데, 역시 1권은 뒤에 위치시키는 편이 낫던데, 2권과 3권에 다른 사건을 넣어서 '관계'를 그려야 좋았을텐데,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정리가 잘 되지 않네요. (오타와 비표준어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등장합니다........)

평점 6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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