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20일 일요일

J의 신화 - 이누이 구루미


2008년 문예춘추 문고판 (2002년 문고판의 재간)


1998년 고단샤 노벨즈
2002년 문고판


98년도 고단샤 노벨즈로 처음 등장한, 이누이 구루미의 데뷔작 입니다. 4회 메피스토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4년전인가 간단한 소감글을 여기에 올렸는데, 작년에 재독하면서 생각이 좀 바뀌어서 다시 올리게 됐습니다.

아무튼 는 원래 고단샤에서 나왔던 것인데 2008년도 문예춘추에서 재간이 된 이유는, 아마 <이니시에이션 러브>의 대성공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이니시에이션 러브>와 <리피트>의 성공으로 가 재간된 듯 한데, 문제는 는 읽기 전에 숙지해야할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는 본격 미스터리 삘~~이 나지만 '일반적인 의미'의 미스터리 결말을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죠.

먼저 간략한 내용소개부터 하죠.

전원 기숙사제인 명문여고의 여학생이 자궁 대량출혈로 죽고, 안에 있던 태아가 사라지는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비슷한 방식으로 변사한, 여학생의 언니. 그리고 수수께끼의 단어 '잭(J)' 이란 유서를 남기고 투신자살한 같은 학교의 여학생까지. 의문의 사건 투성이죠. 여학교 내외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엽기사건을 쫓는 '검은고양이(쿠로네코-黑猫)' 린도 미네코가 찾은 진실은 대체 무엇일까요?

산골짜기. 여고생. 전원 기숙사제. 임신. 강간. 투신자살. 불가사의한 소실 ...상당히 자극적인 소재를 잘도 모아놓았습니다. 18금 야겜(일본에서는 보통 에로게-에로+게임의 준말-라고 칭하는 부류)에서 자주 쓰이는 요소를, 작가는 어떤 식으로 버무렸고 결말로 이끌 것인가? 상당히 기대되는 것도 사실이죠.

하지만 저 위에서 주의사항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일반적인 미스터리에 반하는, 독자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결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엄청난 '반전'이라면 반전이라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안착을 원하는 대부분의 독자에게는 당혹스런 결말일지도 모릅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런 결말은 좀.......' '대략 난감~~'이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니까요. 그러다가 문고판으로 재독하면서 이번에 생각이 좀 바뀌었습니다. 굳이 모든 복선을 회수하고 안정된 결말을 보여줘야만하는 협의의 미스터리적 결말'만'이 최선일까? 하고 말이죠. 물론 저는 지금도 기본적으로는 복선의 회수와 안정감 있는 착지후의 안심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보증수표 같은 요소를 선호합니다만, 평화가 오래 지속되면 지루해지기 마련이죠. 이누이 구루미의 데뷔작 는 따분해할 독자에게 '이런 결말은 미처 생각지 못했을 걸?' 이라고 던지는, 미스터리의 탈을 쓴 판타지 미스터리입니다. 처음 노벨즈 판형으로 읽을 적에는 왜 이런 결말을 내린 것일까? 했지만 현재 이누이 구루미의 소설을 대부분 읽고(2권 빼고 다 읽었네요) 내린 결론을 말하자면은 작가는 '확신범'이라는 것입니다.

그래도 아쉬운 점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는데, 주인공 미네코(검은 고양이)가 탐정파트(편의상)에서 조사하는 부분입니다. 이 부분을 더 매끄럽고 더 멋지게 만들어놓았다면 결말과의 갭에서 독자들은 완전 넉다운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만, 이번 문예춘추 재간에서 특별히 수정한 곳은 없는 걸 보면 그냥 그렇게 두기로 했나 봅니다.

여담) 이 작가를 싫어하는 분 중에는 '굴절된 여성관'이 상당히 신경에 거슬리기 때문이라던데, 저는 무척 마음에 든 부분입니다.

여담 2) 원래 J는 아마 '존X'를 빗댄 건 아닐까 싶습니다.

평점 6 / 10 (초기 소감을 바탕으로 했다면 아마 3점 정도 줬을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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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J의 신화는 타로트 카드 시리즈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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