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17일 목요일

"문학소녀" 견습생의 첫사랑 - 노무라 미즈키



2009년 패미통 문고

우리말로도 얼마전 대망의 막을 내린 <문학소녀 시리즈>의 첫 외전입니다. <문학소녀와 사랑하는 삽화집>이라는 단편집은 나왔지만 이번 신작은 시리즈 마지막 편과 바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토오코 선배가 졸업하고 3학년이 된 코노하는 홀로 문예부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입생이 들어오고 그 중 '히노사카 나노'라는 소녀가 이번작의 주인공(?)입니다. 첫 눈에 코노하에게 반한 나노는 얼떨결에 '저 책 정말 좋아해요!'라고 외치고 문예부에 들어가는데, 사실은 책의 책도 잘 모르는 문외한입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권했더니 '자기는 원래 호러와 스플래터를 좋아한다'고 대답할 정도로 독서 경력이 미천합니다. 도스도예프스키의 <악령>도 호러틱한 제목때문에 빌려서 읽지만 호러와는 상관없는 내용이죠. 그래도 코노하 선배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나노입니다. 귀여워요! (캐릭터 조형 자체는 신선하지 않지만요.)

그러던 어느날 <소네자키 심중(동반자살)>이란 책을 읽다가 조사할 목적으로 도서관을 찾은 나노는 그곳에서 '나고무'라는 여고생을 만납니다. 나노는 나고무와 의기투합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해지는데, 어느날 나고무가 사라집니다. 나고무가 걱정된 나머지 그녀가 다니는 학교에 찾아가지만 나노는 그곳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건.............?

이번작의 소재는 '戀'입니다. 뭐 타이틀부터 '첫사랑'이다보니 더 언급할 건 없겠지만, 좀 자세히 말하자면 사랑 중에서도 심중(心中)을 다루고 있습니다. 심중이라고 해서 '마음 속'을 뜻하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남녀가 함께 동반자살'하다는 의미입니다. 사랑과 동반자살이라? 달콤한 초콜릿 속에 숨어든 독극물 같은 섹쉬함이 묻어나는데요, 본편 스토리도 초반은 나노가 코노하를 보고 반해서 고백하는 장면등 부터 해서 여러가지로 코믹하면서 소녀틱한 내용이 많더군요. 그러나 이런데 속으면 안되겠죠? 예상대로 달콤한 부분이 서서히 녹아서 사라지면서 본격적인 '毒'이 독자를 매료시킵니다.

중요한 독백 장면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등장해서 독자를 엉뚱한 곳으로 이끕니다. 사건은 물론 당연히(?) 등장하죠. 자세한 건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추리가 아니라 '상상'도 등장합니다. 이렇게 해서 책 초반의 핑크 색깔의 순정만화 같은 분위기는 180도로 변해버립니다. 그리고 마지막의 마지막에까지 가서 독자를 확인사살 하더군요. 호호호. 이번작은 원래 스토리도 충분히 재밌지만 특히 마지막 대사의 타이밍을 내는 연출이 임팩트가 있더군요. 사실 크게 기대는 안 했다는 것이 본심인데, 의외로 재밌게 봤네요.

여담) 단편집과 이번 외전도 우리말로 나올 예정이라고 들었던 듯 한데, 빨리 나왔으면 좋겠군요.

평점 7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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