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2일 수요일

몽관(夢館) - 사사키 마루미



1980년 고단샤
1988년 문고판
2007년 창원추리문고

<몽관>은 77년 발표한 <절애의 관> 그리고 <물에 그려진 관>과 함께 <관 삼부작> 중 완결편에 해당합니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철저하게 '윤회전생'과 '사랑' 이야기에 큰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절애의 관>에서 꽃다운 나이에 죽은 '치나미'. 그리고 소녀의 그림자는 후속편 <물에 그려진 관>에까지 이어지며 작중 화자 '료코'를 매혹시키죠. 그리고 마무리 <몽관>에서 전세의 기억(꿈)을 갖고 있는 한 소녀가 등장합니다. 그녀의 이름은 '치나미'

꿈속에서 봤던 '유리관(館)'을 찾아 헤매던 4살박이 소녀 치나미는, 한 청년의 보호를 받아 남자의 집으로 갑니다. 청년의 이름은 '후키하라 교스케' (전편 <물에 그려진 관>을 읽은 독자라면 당연히 익숙한 이름이겠죠.) 그리고 치나미는 후키하라 저택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하지만 저택안에는 후카하라 교스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곳이었고, 그곳에 불현듯 찾아온 치나미는 낯선 불청객입니다. 같은 또래의 '가요' 대대로 후키하라 가문 유모였던 여성, 집사와 하녀, 후키하라의 비서......그리고 후키하라를 연모하는 여성까지.......

'후키하라 님을 사랑하게 되면 죽어'

그렇게 해서 저택에서 생활하던 두 여성 죽습니다. 하지만 치나미는 포기하지 않죠. 하지만 후키하라가 머나먼 이국으로 일 때문에 가게 된 10여년 사이에 치나미는 어여쁜 소녀로 성장하고 그런 그녀에게도 '마수'가 뻗칩니다. 후키하라 일편단심인 치나미와 반대로 후키하라는 치나미에게 본심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결국 치나미도 사랑의 열병으로 자아를 상실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는데............

기본적인 노선과 전면에 내세운 소재는 '윤회전생'과 '로맨스'입니다. 하지만 그곳에는 치나미를 위협하는 어둠의 그림자가 있고, 이런 요소는 'who done it'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죠. 그렇다고는 해도 미스터리 색채는 상당히 옅습니다. 미스터리에만 초점을 두고 강도를 따져보면 <절애의 관>, <물에 그려진 관>, <몽관> 순서가 됩니다. 그래서 마무리 해결편을 보면 그 분량도 현격하게 차이가 날 정도죠. (몽관의 해결편-굳이 말하자면-은 겨우 X페이지 입니다. )

그래서 <몽관>만 따로 떼어놓고 보자면 소녀적 감수성이 농밀한 환상 연애 소설에 약간의 미스터리 양념을 넣은 달짝지근하면서 오묘한 맛을 내는 요리라고 생각하고 수저를 들어야지, 양념을 메인디쉬라고 오인하게 되면 기대와는 정반대의 맛이 날 겁니다. 이미 전작에서 소녀소설의 내음이 물씬 풍겼기 때문에 다행히(?) 저는 '오해'하지는 않았습니다만, 혹시나 나중에라도 <관 삼부작>을 독파할 생각이 있는 분이라면 그 점을 꼭 유념하시는 편이 좋겠네요. (그냥 노파심에서 말씀 드렸습니다.)

책 말미에는 '초상'이라는 단편이 실렸습니다. 75년도에 아무개 상 가작을 수상했다고 하던데, 내용은 두 남녀의 운명적인 만남과 별리를 판타지스럽게 그린 환상 로맨스더군요. 아마 이런 감수성이 <고아 시리즈(눈의 단장)>와 <관 삼부작>과 기타 <전설 시리즈>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평점 6 / 10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