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20일 일요일

금과 은의 카논 - 미야와키 아키코


(왼쪽이 마스미, 오른쪽이 요코)

1984년 잡지 연재
1986, 1991년 단행본
2006년 문고판 (사진)

<금과 은의 카논>은 미려한 그림이 분위기 일품인 미야와키 아키코 버전 <백야행>이라고 보면 속편하겠습니다만, 뭐, 만화쪽이 훨씬 먼저 나왔고, 내용은 악녀라는 코드만 겹칠 뿐이지 실제로는 전혀 다릅니다.

장래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이 꿈인 히구치 마스미는 빈곤한 가정환경으로 피아노의 꿈을 접으려 합니다. 하지만 시험삼아 '쇼호 음악학교(고등학교)' 입학시험에 당당히 합격할 정도로 피아노에 재능을 갖고 있는 소녀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집에서 일은 안하고 경마에 몰두중인 의붓아버지. 호시탐탐 마스미를 노리며 추파를 던져대는 이복오빠. 밑으로 딸린 두 명의 동생. 그리고 엄마라는 작자는 마스미를 이복오빠인 가츠미랑 결혼시키려고까지 하죠. 그러면 만사 오케이라면서 말입니다. 결국 가츠미에게 강간당한 마스미는 집을 뛰쳐나옵니다. 그리고 입학시험장에서 통성명을 하게 된 단죠그룹의 외동딸 '단죠 요코'와 우연히 만나죠. 잠시 요코의 집에서 신세를 지게 된 마스미. 요코는 기뻐합니다. 입학시험장에서 마스미의 피아노를 듣고 감동했거든요. 그런 천진난만한 요코의 웃는 얼굴을 보면서 마스미는 '나는 이렇게 불행한데, 너는 어째서 나랑 같은 또래면서 그렇게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느냐!'고 요코를 저주합니다. 그리고 요코의 행복을 철저하게 부수고 자신이 행복해지려고하죠. 결국 마스미는 책략을 써서 요코의 집에 머물게 됩니다.요코는 무척 기뻐하지만 모든 것은 마스미의 계략이죠. 그리고 마스미는 장래 요코의 결혼상대인 사촌오빠를 유혹하고 요코의 엄마가 사고사를 당하도록 조작하고, 친엄마와 의붓아버지도 죽여버립니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뭐 여기까지만 보면 전형적인 악녀 캐릭터가 마스미이고 이에 반하는 선한 캐릭터가 요코가 되어 서로 대비되는 이야기일 법하지만, 스토리가 후반부로 갈수록 달라집니다. 순진무구했던 소녀 요코는 자신의 주변에 죽음이 넘실대면서 결국 흑막은 마스미라는 걸 깨닫고 결국 요코마저 하얐던 마음은 서서히 검게 물들어가죠. 그리고 클라이맥스는 마지막 페이지입니다. 피아노 콩쿠르에서 마스미가 연주하는 동안 요코는 조명기구를 지탱하는 끈을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스미의 연주가 끝나는 동시에 끈을 놓으려고 하죠. 그리고 결말은...........?

'피아노를 치고 있을 때 네 얼굴은 정말 행복해 보여. 그런 네가 날 짖밟아가면서까지 원했던 것은 뭐니? 앞으로 한 소절도 안 남았어. 네 연주가 끝나면 난 이끈을 놓아버릴거야. 좀 더 좀 천천히 쳐줘. 조금만 더 네 피아노 소리를 들려줘' (이상 마지막 요코의 독백을 대충 편집했습니다.)



내용 다 까발리면 어떻해!!!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소설이건 만화건 영화건 이런 류의 스토리는 전체 줄거리를 알아도 무방합니다. 실제 캐릭터들의 심리가 서서히 변해가는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금과 은의 카논>도 실제 그림과 함께 보면 독자에 따라 그 느낌이 많이 다를 겁니다. 주인공 마스미의 시시각각 변해가는 표정과 마지막에 요코마저 악에 물든 처연한 표정을 보게 되면 말이죠.

여담) 작가후기를 보니 이 작품의 원안은 19세기 중엽 프랑스를 배경으로한 스토리였다는데, 아마 그랬다면 별로 재미없었을 듯 합니다. 뭐 그림 보는 맛은 더 좋았겠지만요.

여담2) 결말을 두고 담당자와 실갱이를 벌였다고 하네요. 소설이건 만화건 일본은 편집자와 작가 간에 서로 의기투합하기도 하고 앞으로의 전개를 두고 서로 치고박고 싸우기도 한다는데(대형작가라면 그럴 일은 당연히 없겠지만요), <금과 은의 카논>의 결말을 보면 '작가'의 의도대로 종지부를 찍은 듯 해서 안심했습니다. 왜 결말을 놓고 편집자와 싸웠을까를 생각해보면, 원래 이 만화는 <주간 세븐틴>이란 곳에 연재됐는데요, 잡지 성격이 '10대 소녀'를 상정으로 한 것이다보니 (지금은 아마 월간인가로 바뀌었을 겁니다. 한참전이지만요.) <금과 은의 카논>은 스토리 기획단계부터 아예 티격태격 했을 듯 하네요.

평점 6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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