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9일 수요일

人形幻戱 - 니시자와 야스히코



2002년 고단샤 노벨즈
2005년 문고판

<인형환희>는 <초능력 시리즈> 6번째이며 이번에도 변함없이(?) 단편집입니다.
표제작 외 다섯 편이 수록되었는데, 이번에는 기존 단편집과는 미스터리적 양상이 약간 다르게 전개되더군요. 일단 권두에 수록된 '뜻밖의 시체'는 텔레포트라는 초능력을 이용한 본격 미스터리라는 점에서는 기존의 것과 큰 차이는 없지만 두 번째 부터 나오는 단편부터가 맛이 좀 색다릅니다.

'추락하는 사모(思慕)'에서는 고등학생이 학교 건물에서 추락해서 죽습니다. 처음에는 자살인 것 처럼 보이지만, 고딩이 추락하는 동안 2번의 염동력이 쓰였다는 걸 탐지하고 간오미 츠기코가 출동(?)합니다. 대체 왜? 염동력이 두 번 쓰였을까? 가 일단 포인트라면 포인트겠는데, 이런 면은 기존과 같습니다. 다만 동기라는 측면의 why에서 독자에게 커브로 승부수를 던집니다.

다음으로 '추억의 행방' 역시 비슷합니다. 이번에는 작중 화자가 사건의 용의자중 한 명입니다. 직장인 여성인 주인공이 어느날 친구 집에서 문득 정신이 들어보니 2시간의 공백이 생겼다는 걸 깨닫습니다. 도저히 생각나지 않는 그 시간대에 친구는 옆방에서 시체로 발견되죠. 그리고 같이 술 마시던 동창생 남학생은 휴대폰을 두고 사라졌습니다. 물론 시리즈 팬이라면 2시간의 공백은 초능력으로 인한 것이라는 건 명백하죠. 문제는 누가 초능력자인가 하는 점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 역시 이미 계속해서 써먹은 내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포인트는 작중화자에 있습니다. 기존에는 레귤러 캐릭터가 작중화자였지만 이번에는 다르죠. 따라서 마지막 반전이 효과적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또한 동기면에서 역시 사소한 듯 하지만 한켠으로는 동의할 수 밖에 없는 미묘한 밸런스를 갖습니다.

이어서 '그녀가 윤회를 막은 이유' 역시 작중화자는 사건 관계자(?)가 됩니다. 초반에 아무렇지 않게 등장하는 우산 이야기를 이용해 사건의 진상으로 이끄는 프로세스가 꽤 즐겁습니다. (독자의 찬반은 둘째로 하고요)

그리고 표제작 '인형환희'가 등장합니다. 작중화자는 쓸모없는 초능력자 형사입니다. 호텔 로비에 있던 주인공 형사 앞에 샹들리에가 떨어지는데 한 명이 깔려서 중상을 입습니다. 그리고 수수께끼의 미소녀를 보지만 현장이 소란스런 틈을 타서 여자는 사라지죠. 원래 담당하던 사건 용의자는 검거했지만 샹데리아 추락사고에서 사라진 여성이 계속해서 머릿 속에 맴 돕니다. 뭔가 걸리는 부분이 있어서죠. 결국 개인적인 용무로 해서 흥신소에 의뢰를 하는데 뜻하지 않은 진실을 발견합니다. 여자가 초능력자이고 샹들리에를 떨어트려서 남자를 죽이려고 한 게 아닐까 하고 말이죠. 이번에는 사건자체는 그다지 주목할 만한 것은 없지만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런 스릴을 다룬 내용으로 퍼즐 보다는 동기면에서 주목할만한 내용입니다.

마지막에 수록된 단편은 의뢰로 분량이 적은데, 적은 만큼 내용을 압축해서 잘 보여줍니다. 어째서 수고스럽게 문을 염동력으로 잠그고 뒷 베란다 계단으로 내려오다 실족사를 했는가 하는게 포인트죠. 여기서는 누가 초능력자임에 따라 사건의 내용이 180도로 바뀌는 내용입니다. 이번에도 역시 포인트는 '범행 동기'입니다. why?

이번 단편의 대략적인 공통사항은 '동기'입니다. 왜 그런 범행을 저질렀을까? 가 포인트가 되죠. 그런데 각 단편에서 쓰인 동기는 '일반적인(일상)' 동기가 아니라 '변칙적인(비일상)' 녀석입니다. (어디까지가 일상이고 비일상이냐고 나누는 것 자체고 지고의 난이겠습니다만) 여기서 되도 않는 논리로 떠드는 것 보다는 예를 하나 들면 아마 이해가 빠를 거라 생각합니다.

'교고쿠 나쓰히코'의 <망량의 상자>를 읽어 보신 분이라면 이 소설에 쓰인 동기를 두고 말이 많았을 겁니다. 그 중에서 교고쿠도가 말하는 범인이 범행을 저지르게 된 '계기'가 찬반양론을 불렀을 겁니다. 대충 편하게 2가지로 분류하자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독자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는 독자로 나뉠 겁니다. <인형환희>에서도 쓰인 동기는 이와 유사합니다. 독자에 따라서는 호불호가 확 갈리겠죠.

아무튼 <초능력 시리즈> 6번째 <인형환희>는 일종의 변화구(외전은 아닌)로 받아들이면 좋겠네요. 물론 초능력 시리즈 자체가 본격 미스터리 입장에서 보았을 때 변칙적입니다만. 비슷한 구성의 반복으로 시리즈가 매너리즘에 빠지는 걸 방지하는 측면에서 <인형환희>는 일단 성공했다고 봅니다.

평점 7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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