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28일 월요일

심장과 왼손~자마미 군의 추리 - 이시모치 아사미



2007년 고분샤 노벨즈
2009년 문고판


<심장과 왼손>은 2003년도 발간된 <달의 문>의 이름없는 탐정 '자마미 군'이 다시 등장해서 펼치는 7편의 '안락의자 탐정물' 단편집입니다. 비행기 납치와 그 안에서 벌어지는 밀실 살인 사건이란 독특한 소재로 호평과 악평도 함께 얻었던 <달의 문>에서 인상 깊은 활동을 펼친 탐정역 '자마미 군'은 실제 이름이 아닙니다. 당시 애인과 함께 오키나와 자마미 섬이 인쇄된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는 이유로 범인측이 맘대로 붙인 별명이죠.

그렇게 명명된 '이름 없는 탐정' 자마미 군이 4년의 시간이 흘러서 다시 등장했습니다만, 여전히 본명은 밝혀지지 않습니다. <심장과 왼손>의 기본 노선은 <달의 문>에서 다룬 비행기 납치 사건때문에 자마미 군을 알게된 '오사코' 경감이 신주쿠 대형서점(정황상 '기노쿠니야' 서점인 듯)에 우연히 자마미 군을 만나게 되고 함께 식사를 하면서 이미 '종결'된 사건 얘기를 들려주는데, 자마미 군은 그 안에서 결말과는 '다른' 결말을 끌어낸다는 구성입니다. 그래서 장르는 미스터리 중에서도 안락의자 탐정물에 해당하며, 오사코 경감에 들려주는 얘기에 단서가 포함되어 있으니 본격 미스터리 카테고리에도 당연히 들어갑니다.

본서가 여타 미스터리와 다른 점을 하나 더 꼽자면 범죄사건의 소재입니다. 일반적인 살인사건이나 일상 미스터리 계열을 안락의자 물로 포장한 것이 아니라, 비행기 납치사건을 담당했던 형사가 등장하다보니 아무래도 사건도 그런 사회적인 이슈가 되는 녀석이 등장하더군요.

'가난한 자의 군대'는 법적인 제재를 제대로 받지 않는 사회지도층 또는 부유층들만 골라서 테러를 가하는 조직원이 밀실 안에서 시체로 발견되는데, 밀실을 풀고 범인을 찾는 이야기입니다.
표제작인 '심장과 왼손'은 사이비 종교 교주가 왼손이 잘리고 심장이 꺼내진채 죽은 사건이 나와서 그나마 '일반적'인 내용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함정의 이름'은 반정부 활동파 내부의 강경파와 온건파 대립을 간략하게 그리면서 부비트랩을 설치한 목적을 규명하는 내용이었고,
'물가에서 막다'는 외래종 유입에 따른 환경문제를 위한 NPO 단체 조직원이 살해당한 사건을 그리며 동시에 외국인 문제까지 살짝 다루고 있습니다.
'오키나와 동반자살'은 오키나와 주둔중인 미군과 일본인 여성의 동반자살이 소재로 등장하죠.
그리고 마지막 단편 '재회'는 <달의 문>의 후일담입니다. 비행기 납치사건에서 인질이었던 간난쟁이가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자마미 군과 재회해서 다시 한 번 '희망'을 얻는다는 재'會'보다는 재'生'을 그린 단편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안락의자물이긴 하지만 미스터리 요소는 별로 없고 그냥 <달의 문>을 즐겁게 읽은 독자에게 보내는 작은 선물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네요.

한 편 당 40페이지가 될까 말까 하는 적은 분량이다보니 단편 초반에 간략한 사건상황, 이어서 곧바로 오사코 경감이 자마미 군을 만나서 얘기를 하고, 얘기가 끝나면 자마미 군이 거기에 '토'를 다는 형식입니다. 또한 이미 끝난 사건에 메스를 대는 구성이다보니 탐정의 추리가 정말 '진실'일지 여부는 모릅니다. 설사 그 추리가 매우 그럴싸하기는 해도 말이죠. 구성과 추리를 잇는 프로세스는 논리적입니다만 본격 미스터리 팬이 아니더라도 즐겁게 볼 수 있습니다. 단, 논리적 재미와 더불어 극적인 충격까지 원하는 독자들에게는 기대에 좀 못 미칠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독자에 따라서는 <심장과 왼손>보다는, 저자의 다른 미스터리 단편집 <따뜻한 손>이 따뜻한 느낌과 더불어 더 재밌다고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시모치 아사미 특유의 '톡 쏘는 맛'이 의외로 좋다고 느껴서 이 작가 소설은 틈틈이 읽고 있는데, 언제까지 개성을 유지할지는 모르겠습니다. 호불호가 확실히 갈릴 작가라는 점만은 단언할 수 있겠군요.

여담) 2007년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18위,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텐 10위 랭크인 했더군요.

평점 6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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