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6일 일요일

아라비안 나이트 살인 - 존 딕슨 카

1936년
2009년 우리말 (로크미디어)

<밤에 걷다>에 이어 로크미디어에서 의욕적(?)으로 내놓은 '존 딕슨 카'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은 <아라비안 나이트 살인>이 됐습니다. 출간된지 거의 70년이 지나서 우리말로 정식 소개되었는데, 시간이 흘러도 좋은 작품은 퇴색되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아라비안 나이트 살인>은 딱 거기에 잘 부합하는 내용의 미스터리입니다.

프롤로그는 펠 박사 앞에 존 캐러더스 형사, 부국장 허버트 암스트롱, 대이비드 해들리 총경 이렇게 세 명이 찾아와서 한 가지 사건에 대해 말하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에필로그에서 순서대로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말하는 세 명의 이야기를 듣고 펠 박사는 한 가지 결론을 내립니다. 진실은 밝혀지고 소설은 그렇게 끝납니다.

일단 문장이나 구성 자체는 '안락의자탐정물'입니다. 독자는 펠박사와 같은 조건으로 박물관 안에서 나타난 기묘한 살인 사건을 접해야 하니까요. 따라서 한 가지 사건을 총 3 번에 걸쳐서 반복적으로 소개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화자의 입장과 시점 주관에 따라서 같은 사건이라도 포인트가 서로 다릅니다. 따라서 그런 미묘하게 변해가는 사건의 내용을 즐겁게 따라갈 수 있는 독자라면 무척 재밌는 독서가 될 것이고, 긴박감과 호쾌함을 원하는 독자라면 사건의 기묘함도 적고- 카의 여타 작품에 비하자면 - 스케일도 대단히 작은 <아라비안 나이트 살인>은 시종일관 답답하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아무래도 요즘 미스터리의 속도감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이 부분만 극복을 잘 한다면 재밌는 미스터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책 뒷표지에는

이 보다 더 기묘할 수 있을까?
절대로 알아 맞힐 수 없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당신은 반드시 화를 낼 것이고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신은 반드시 기가 막힐 것이다

라는 광고 문가가 써있는데 까놓고 말하자면 이 역시 황당무계한 과장광고입니다. 카 작품 중에 제일 기묘하지 않고, 절대로 알아맞출 수 없을 정도로 단서가 전혀 없지도 않고 따라서 전혀 화를 낼 구석도 없고, 전혀 기가 막힐 곳도 없습니다. 책 표지에 들어가는 광고문구 99%는 과장이긴 합니다만, 이번의 문구는 그 도가 좀 지나쳤습니다. 이 소설을 읽고 실망한 독자가 있다면 저 문구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냥 밀실 추리의 달인 카의 또 다른 대표작! 독자가 탐정과 함께 논리적으로 추리할 수 있는 추리소설! 어쩌구 정도의 문구였다면 너무 식상하겠지만, 딱 그 정도가 이 소설을 선전하는데 적당한 내용입니다.

이제 로크미디어에서 나올 카의 다음 작품은 <유다의 창>이군요. 두근두근~

평점 7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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