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25일 토요일

크리스마스 로즈의 살인 - 시바타 요시키



2003년 하라쇼보
2006년 쇼덴샤 문고판

<크리스마스 로즈의 살인>은 하라쇼보에서 발간한 <미스터리 리그> 시리즈의 일환으로 나온 추리소설입니다. 그러나 순수한 오리지널이 아니라 2001년도에 쇼덴샤 문고판으로만 발간됐던 이란 미스터리의 속편이더군요. 전작은 V빌리지 (뱀파이어 마을)이란 곳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룬 미스터리였는데, 후속편도 속편답게 '흡혈귀'가 등장하는 탐정물입니다.

'다치바나 메구(女)'라는 사립탐정은, V빌리지에서 정부의 승인하에 합법적으로 인간 세계에서 생활을 하는 흡혈귀입니다. 같은 마을 출신의 '이토이'는 경시청에 들어간 뱀파이어고, 역시 동향인 '타로'라는 청년(?)은 미스터리 작가이면서 별로 팔리지 않는 작가라 메구 밑에서 알바로 용돈벌이를 하는 흡혈귀죠. 이렇게 흡혈귀와 인간이 공존하는 세계관을 이해하는 것이 본 미스터리의 기본 조건입니다. 그리고 뱀파이어는 뱀파이어 답게 변신도 하죠. 이토이는 검은 고양이로, 타로는 박쥐로 변합니다.

아무튼 소설은 사립탐정 메구가 출장중에 마누라가 바람 피는 것 같으니 알아봐달라는 조사를 맡아서 아내를 감시하는 내용으로 시작합니다. 남편이 집을 비운 사이 아내 아사코는 평범한 주부답게 집안일을 하고 밖에 나갈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루가 흘러가나 싶지만, 2층 창문이 계속 열려있는 걸 보고 이상하다 싶어 집안을 들여다봤더니, 한국으로 출장갔다던 남편 히로시가 목욕탕 안에 시체로 나뒹굴고 있죠. 게다가 집밖으로 나간 적이 없는 아내 아사코의 모습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맙니다. 메구와 타로가 망을 망원경으로 감시하는 동안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도 없고, 나간 사람도 없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집안에서 죽어있고, 아내는 실종......이렇게 본격적인 미스터리가 시작되고, 여기에 혼자사는 여성이 습격당해 죽고 그 주변에는 크리스마스 로즈가 흩어진 연쇄살인사건이 연결됩니다.

설정은 판타지합니다만, 기본 골격은 본격지향입니다. 다만 그 본격 안에 뱀파이어에 관한 지식(불사,은,십자가,마늘,변신 등등)을 넣어서 생각해야 합니다. 안 그럼 절대 추리해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기본 노선은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초능력 시리즈>와 궤를 같이 하는 미스터리라고 보면 딱 맞습니다. 다만, 시바타 요시키의 <흡혈귀 탐정 시리즈>가 <초능력 시리즈>와 다른 점은 전자는 방법을 판타지에 의존한다는 점입니다. 후자는 방법은 초능력이지만 '이유'를 논리적으로 연결하는 면이 재미의 핵심입니다만, 전자는 재미의 핵심이 '방법'이면서 그 '방법'을 '판타지'에 의존해버리고 마는 우를 범합니다. 그래서 본격 아닌 본격이 되버립니다. 초반에는 대체 이걸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두근두근 했지만, 막상 실상은 너무 판타지에 의존해버려서 안타깝더군요. 시도는 좋았지만 저는 실패작이라고 봅니다. <미스터리 리그>라는 네임 밸류에 걸맞지 않은 완성도라서 실망도 큽니다.

여담) 가벼운 하드 보일드 + 코지 + 본격추리 띠지 광고 문구는 전형적인 과장광고였습니다.

평점 2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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