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22일 수요일

꽃미궁,비취미궁 - 카미야 유우



2003년 백천사 문고판

<꽃미궁-비취미궁>은 통칭 <미궁 시리즈> 또는 <교 & 잇페 시리즈> 첫 작입니다. 원래는 단행본 2권짜리를 하나로 묶은 것이라 제목이 두 개가 됐습니다. 앞으로는 편의상 '미궁 시리즈'로 통일하겠습니다. (국내에는 '미궁 시리즈'로 소개됐습니다.)

-꽃미궁~벚꽃저택의 살인~
교와 잇페가 첫 등장하는 데뷔 단편입니다. 당시 만화가 가미야 유는 팔리지 않는 작가였다고 하네요. 그러다가 미스터리 단편 하나 그려달라는 <하나또유메> 편집부측 요구로 탄생한 것이 본 단편입니다. 부동산의 실수로 같은 방에 살게된 잇페와 교. 잇페는 법학부 1학년이고 교는 의학부 1학년입니다. 잇페는 사유리라는 여고생의 가정교사를 하고 있는데, 사유리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교와 함께 분향하러 갑니다. 하지만 돌아가신 사유리의 아버지를 위한다면서 사유리의 어머니 이사코는 며칠후 사유리의 열 다섯번째 생일파티를 열 거라고 하면서 잇페와 교를 초대하죠. 그리고 생일파티 당일, 사유리의 아버지가 죽기 전에 딸에게 미리 보낸 편지가 도착하고, 편지의 내용대로 지하실로 내려간 사유리는 안에 설치된 석궁의 화살을 맞고 즉사합니다. 그리고 교는 제2발견자가 되어 사건에 개입하게 되죠. 이른바 밀실 살인입니다.

'아야노코지 교'라는 캐릭터의 숨겨진 과거사와 연결된 괜찮은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와트슨 역인 잇페와 홈즈 역인 교, 그리고 성격도 천지차이인 두 캐릭터의 조율도 좋습니다. 그냥 단편으로 끝내기에는 아까운 캐릭터들이죠. 그래서 그런지 반년 후에 후속편이 연재됩니다.

-선홍색 귀면
미궁 시리즈 두 번째 단편입니다. 이 때만해도 작가는 시리즈물로 만들 생각이 없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느닷없이 교가 장발로 등장하고, 시간도 훌쩍 흘러서 교는 전공의가 되있고, 잇페는 신문사에 취직했다는 설정입니다.

교와 같은 병원에 있는 외과 전공의 선배 '오미'의 집에서 벌어지는 연쇄사건을 그리고 있습니다. 밀실과 소실이 소재로 등장하는데, 여기에 '금단'의 사랑까지 연결해서 제법 맛깔나게 그리고 있습니다. 또한 결말 처리가 가장 마음에 듭니다. 해피하지만 해피하지 않은 단편 다운 적당한 결말을 보여줍니다.

-비취미궁~용호반의 살인
그리고 이어지는 내용은 문고판 1권에서 가장 분량이 많은 비취미궁입니다.
이제 슬슬 시리즈물 답게 변모합니다. 첫 단편에서 드러났던 교의 출생과 과거 - 당시에는 시리즈물로 만들 생각이 없었다고는 해도 - 를 좀 더 활용한 단편입니다. 현재 교의 후원자인 암즈씨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교는 잇페를 청해서 영국으로 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암즈 씨의 유언장이 발표됩니다. 거기에는 교와 암즈 씨의 손녀 메어리가 결혼하라는 내용과 함께 공룡화석 발굴에 매진하던 씨의 가장 중요한 지하연구실 일체를 교에게 유산으로 준다고 하죠. 여기에 반발하는 암즈 씨 가족. 교는 여기서도 '불청객'이 됩니다. 어째서 교가 암즈 씨의 후원을 받게 됐는지, 암즈 씨의 부인의 실종, 호수에서 등장한 공룡과 사고사인지 타살인지 알 수 없는 메어리의 남자친구까지 다채롭게 연결됩니다.

교와 잇페 캐릭터가 완전히 정립된 단편이 '비취미궁'입니다. 순박하고 정이 많은 잇페는 일부러 적을 만드는 교를 언제나 믿어주고, 자존심이 강하고 남을 깔보는 자기애가 강한 교는 이기적인 듯 하지만 알게 모르게 남을 배려하는 행동을 보여주죠. 그리고 이 두 남자 캐릭터는 BL(보이즈 러브, 동성애)물과 유사한 듯 하면서 닮지 않은 형태입니다. 우정 이상, 사랑 미만 정도의 평행선을 그리는 두 캐릭터 덕분에 <미궁 시리즈>가 오래 지속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이 밖에도 문고판 1권에는 다시 장발의 교 - 작가는 패러럴 월드로 봐달라고 하면서 부끄러워 하더군요. - 가 등장하는 단편과 작가의 초기 단편 두 개가 더 실렸습니다.

아무래도 90년대 초반인지라 그림도 덜 완성되어서 보는 맛은 좀 부족할지 모르겠지만 - 2000년대 그림과는 좀 다르죠 - <소년탐정 김전일>과 비슷한 시기에 순정만화지에서는 이런 스타일의 미스터리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재밌을 겁니다. (미궁시리즈 첫 단편 연재는 1991년, 김전일 첫 연재는 1992년입니다. 1982년부터 2001년까지 미궁시리즈와 같은 잡지에 연재된 단편 미스터리 시리즈 <퍼즐게임 하이스쿨>이 두 작품보다 약 10년은 앞서긴 하지만요.)

여담) 현재(2009년 시점) 미궁 시리즈는 일반 단행본으로 34권(2007년발간)까지 나왔고, 문고판은 13권(2009년발간)까지 나왔습니다.

여담) 우리말 버전은 학산문화사에서 나왔습니다.

평점 6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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